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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May 05. 2021

튼튼한 생각을 담을 수 있어 기뻤어

인터뷰에서 찾은 5월 4일의 기쁨

요즘 내가 가장 많이 하고 있는 일은 인터뷰다.


인터뷰는 예전부터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콘텐츠 형식이다. 특히 <다큐 3일>에서 처럼 평소에는 주목하지 않는, 당장 내 옆에 있을 법한 이웃과의 인터뷰를 좋아한다. 평범한 인터뷰이가 파도 같은 삶을 견뎌내며 나름대로 쌓은 튼튼한 생각과 태도는 내게 늘 영감이 됐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내 꿈은 PD가 되는 것이었는데 그 꿈의 발단도 실은 인터뷰를 마음껏 하고 싶어서였다. 겉으로 보기에 꽤나 쾌활한 성격이지만, 생각보다 낯이 두껍지 못해서 낯선 이에게 말을 걸자면 항상 구실이 필요했다. 어린 내게 PD란 카메라라는 좋은 구실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웃들에게 합법적으로 말을 걸 수 있는 그런 직업으로 여겨졌던 것 같다.  


PD가 되진 못했지만 내가 일하는 세운 일대의 콘텐츠를 만든다는 구실로 요즘 난 영감이 되는 많은 사람들과 인터뷰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얻었다. 어찌 보면 직업이 아닌 일로써의 꿈을 이룬 셈이다. 그런데 인터뷰라는 것은 하고 말아서는 의미가 적고, 잘 정리해서 다른 사람들과 공유했을 때 비로소 더 큰 의미가 생긴다. 바로 이 부분이 철없던 내가 간과했던 부분.


인터뷰는 여전히 즐겁지만, 정리의 과정은 즐겁지 만은 않다. 인터뷰 상황 속에서는 자연스러웠던 대화들이 콘텐츠 속에서 자연스럽게 보이기 위해선 긴 정제의 작업이 필요하다. 녹취를 풀고, 몇 번이고 다시 읽고, 질문들을 읽기 좋게 배치하는 등. 반복적인 일에 쉬이 싫증을 내는 성미인 나는 금세 인터뷰가 힘겨워졌다. 꿈이라는 거창한 단어를 썼던 것치곤 변덕스럽고 간사한 마음이다.


실은 오늘도 인터뷰 하나를 힘겹게 정리하고 있었다. 몸을 베베 꼬며 시일이 조금 지난 인터뷰의 녹취록을 정독하고 있었다. 그런데 참 우스운 일이다. 읽다 보니 인터뷰하던 당시 감탄했던 튼튼한 생각과 태도들이 또다시 내 마음을 울리는 것이. 새삼 이런 이야기를 직접 들을 수 있었던 것에, 또 정리하며 곱씹을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한 마음이 새어 들었다.


제가 선생님들하고 같이 하게 되는 결정을 하게 되면서 제가 선생님들을 변화시킬 순 없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변하거나 그걸 맞추거나 그렇게 먼저 일단 접근하니까 한 3년 4년 지나니까 생각보다 옛날에 그 선생님들이 많이 바뀌신 부분들도 있는 거예요. 만약 처음부터 그걸 바꾸려고 시도를 했다면 이미 벌써 부러졌을 것 같은데 오히려 나는 바꿀 수 없다 바꿀 수 없는 존재고 맞춰야 된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서로가 그렇다고 해서 진짜 그분들이 안 변하고 갔던 것도 아니고 저희만 너무 고생하면서 갔던 것도 아니고 서로가 서로를 양보하면서 지금까지 어쨌건 있는 것 같습니다.  

<로컬 리콜 - 신제조업의 영민한 루키들> 인라인튼 편 中에서..


일하면서 튼튼한 생각을 담을 수 있고, 겸손한 태도를 배울 수 있다니.

참 기쁜 일이다.


5월 4일은 기쁘게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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