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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깨란 Sep 30. 2024

이렇게까지 재밌는,  도서관에서의 1박 2일

선유도서관 사이로 <놀다 만 거 노는 밤> 준비기

도서관에서 밤을 지새워 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주로 대학시절 벼락치기할 때 밤새도록 도서관에 있었습니다. 밖이 어둑해진 후 어딘지 차분해진 공기, 가득한 책 냄새,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도서관 특유의 분위기를 사랑했습니다. 공부하다 말고 엄한 책에 빠져드는 시간은 또 얼마나 달콤했는지 몰라요.


그래서인지 지난 8월 10일 선유도서관 사이로에서 열린 <놀다 만 거 노는 밤>은 정말 궁금한 행사였어요. 사이로가 문을 빨리 닫는 바람에 못다 한 여러 활동을 밤새 원하는 만큼 할 수 있도록 한 자리였거든요! 심지어 저와는 달리 공부할 필요는 전~혀 없었고요. 트윈세대(12~16세)만 참여할 수 있는 행사인 게 아쉬울 정도.  


어떤 밤을 보냈는지 행사를 한 땀 한 땀 정성스레 준비한 사이로 운영팀을 만나 들었습니다.   





Q. <놀다 만 거 노는 밤>  어떻게 기획하게 되셨나요? 배경이 궁금합니다.


하민(뚜맴) 사이로가 계속해서 아이들이 반응하는 공간이 되려면 아이들이 공간에서 어떤 걸 느끼는지, 어떤 걸 좋아하고, 어떤 점이 아쉽다고 생각하는지 잘 듣는 게 중요해요. 그래서 저희 포함해서 모든 space T가 이용자 반응을 ‘관찰 기록’하고 있어요.


관찰 기록을 보다 보니 “사이로가 너무 일찍 닫아요. 더 놀고 싶어요.”라는 이야기가 너무 많더라고요. 사이로는 오전 9시부터 오후 8시까지 운영하는데요. 요즘 친구들은 학교 끝나고 학원 갔다 오면 보통 20시, 21시 이렇게 되다 보니까 막상 놀 수 있는 시간에는 사이로가 문을 닫는 거죠. 학교와 학원 사이에 잠깐 짬을 내서 오는 정도인데, 그러다 보니 사이로에 애써 마련된 공간들을 충분히 향유하거나, 작업을 깊이 있게 해 본다거나 그럴 기회가 없더라고요.


실은 현재 운영 시간은 이용자의 현실을 고려했다기보다는 근무자를 배려해서 정해진 측면이 커요. 너무 지치지 않고 지속가능하게 운영하려면 이 또한 중요한 부분이니까요. 그래도 아이들이 사이로를 제대로 누렸으면 하는 마음도 커서 ‘한 번 늦게까지 열어볼까?’라고 생각한 게 시작이었어요. 마침 선유도서관에서 기존에  <읽다만 책 읽는 밤>이라는 성인 대상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었거든요, 여기서 착안해서 <놀다 만 거 노는 밤>을 열게 된 거죠(웃음).


성인 대상 프로그램은 밤늦게까지 운영하는 정도였는데, ‘도서관에서 함께 놀고 자면 어떨까?’하는 생각이 들어 1박 2일로 준비하게 됐어요. 너무 다행히 모든 직원들이 한 마음 한 뜻으로 손을 합쳐주어서, 기쁜 마음으로 행복한 하루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Q. 1박 2일 동안 무얼 하며 보낼지 방향성을 어떻게 잡으셨는지 궁금해요. 가장 주안점을 두었던 부분이 있다면 무엇이었을까요?


하민(뚜맴) 가장 중요했던 건 역시 ‘사이러들은 무엇을 원하는가?’였어요. 해서 사이러들과 대화하면서 정보를 수집했죠.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반복되는 키워들이 있더라고요. ‘친구랑’ ‘어른들 눈치 보지 않고’ ‘내가 하고 싶은 것’. 이 세 가지를 포인트로 잡고 뭘 할지 차근차근 정해갔어요.


처음에는 그냥 자유 이용을 할 수 있도록 개방하는 것도 고려했었어요. 그런데 운영을 하면서 배운 게, 아이들이 어른 눈치 보지 않고 정말 자유롭게 놀았다는 느낌을 받으려면 촘촘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것이었어요. 해서 아이들의 바람을 반영하고, 사이로 공간을 잘 활용할 수 있는 활동들을 찾아 시간표를 촘촘히 채워나갔습니다. 예를 들면 ‘친구랑 야식 만들어 먹기’나 ‘같이 공포 영화 보기’ 같은 것들이요.


Q. 프로그램 시간표를 보니 정말 틈 없이 재밌게 놀았겠더라고요! 예능에서 봤던 고깔고깔 대작전부터, 보물찾기, 영화 보기까지! 자유롭게 놀기 위해 촘촘한 기획이 필요하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말씀해 주세요.

 

하민(뚜맴) 사이로에는 단골 사이러들이 많아요. 이 친구들이 자주 하는 말이 ‘할 게 없다’라는 말을 해요. 아직 사이로에 경험해보지 못한 콘텐츠가 많은데 왜 저런 말을 할까 고민이 되어서 지켜보니까, 게임이나 만화책 보기 같은 익숙한 활동을 하고 나면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하는 것 같더라고요. 명확한 할 거리를 제시해야 했던 이유죠. <신서유기>나 <지구오락실> 같은 예능을 많이 참고해서 재밌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을 많이 했어요.


가현(챠맴)  프로그램 기획할 때 아이들의 목소리에서 출발하되, 사이로 구석구석을 탐색할 수 있도록 하는 것에도 초점을 뒀어요. 이후에도 사이로에서 좀 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요. 해서 모든 순서에 운영자가 제안하고 싶은 방향성을 섞어서 구성했어요. 운영하면서 친구들이 충분히 경험하지 못해 아쉬웠던 부분을 <놀다 만 거 노는 밤>을 계기로 경험할 수 있도록요.


예를 들어, 사이로에 학교와 학원 사이 토막시간에 들르는 친구들이 많다 보니 영화를 긴 호흡으로 끝까지 보는 친구들이 많이 않았어요. ‘공포 영화 같이 보기’는 이런 맥락에서 나온 프로그램이죠. 이후에 실제로 영화를 길게 보는 친구들이 생겨서 되게 뿌듯한 지점이에요.

또 ‘친구랑 야식 만들어 먹기’ 같은 경우에는 베이킹 존에 대한 아쉬움에서 나왔어요. 베이킹 존은 경험하길 원하는 친구들이 많은데, 운영자 주도 프로그램으로만 이용할 수 있다 보니 받을 수 있는 정원이 많지 않았거든요. 이번 기회에 많은 친구들과 함께 요리해 보자! 이런 생각을 한 거죠. 간단하게 만들 수 있는 계란 샌드위치와 수박화채 같은 메뉴를 찾았고요.


하다 못해 ‘고깔고깔 대작전’을 할 때도 사이로와 연결을 시켰어요. 고깔을 써서 눈을 가리고 작은 틈으로 보이는 미션어가 무엇인지 찾아내는 게임이었는데, 미션어들을 사이러에서 찾을 수 있는 단어들과 매치시키거나, 재료바의 재료를 바닥에 두고 무엇인지 맞힐 수 있게 하는 식으로요.

‘보물찾기(트레저헌터)’하며 도서관 구석구석을 돌아다니고, 사이로 공간 사진으로 제작한 ‘퍼즐 맞추기(공동작업)’를 하며 공간에 더 친숙해지도록. 어느 순서 하나 그냥 기획된 건 없었던 것 같아요.


하민(뚜맴) 프로그램을 어떤 순으로 배치할까에 대해서도 생각을 많이 했어요. 지금의 시간표는 보시면 활동적인 것에서 시작해 점차 정적인 활동으로 가는 순서인데요, 아이들의 넘치는 에너지를 고려했을 때 초반에 에너지를 많이 소진해야 밤에 잘 잘 수 있을 것 같더라구요. 물론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새벽 3시가 되어서야 잠들었지만요. (웃음)   



Q. 사이로에  무리로 오는 단골 친구들이 많다 보니 아이들이 사이로를 노는 공간으로만 인식할까 봐 고민하셨던 것으로 알고 있어요. 그런데 이렇게 ‘놀기’를 전면에 내세운 행사를 하시는 것이 부담되시진 않았나요?


하민(뚜맴) 사실 기존에 금지돼 있던 항목들을 모두 해방하는 경험을 제공하는 게 포인트였습니다. 평소 운영을 할 때 아이들이 노는 것을 워낙 좋아하다 보니 ‘~ 하지 마세요’ 하고 제재를 가할 수밖에 없었거든요. ‘이번 기회에 하고 싶은 대로 다 해봐라! 그런데 오늘만 되는 거야.’ 이런 느낌으로요. 스토리존에서 밥도 먹어보고, 영화존에서 팝콘 먹으며 영화도 보고, 뛰고 싶은 만큼 뛰고요! 하지만 그 이후로 아이들이 얌전해졌다고는 말 못 하겠어요 (웃음)


가현(챠맴) 제가 느끼기엔 이 날 행사에 참여했던 친구들 중에 평소에 평상에서 엄청 뛰어다니던 친구들이 좀 자제가 되긴 한 것 같아요.


하민(뚜맴) 소정의 성과라면 사이로 단골인 친구 중에 최근에 ‘할 게 없다’는 말을 자주 하던 친구가 있었는데,  <놀다 만 거 노는 밤> 이후부터는 친구들이 게임하자고 불러도 ‘나 이거 할 거야’ 하고 작업에 집중하더라고요. 행사 마친 후 곧바로 씨앗재단과 함께 콘텐츠 재배치하면서 뜨개질 코너를 만들었는데 거기에 완전히 빠진 거예요. 공간 구석구석을 누벼봐서 새로 생긴 걸 곧바로 캐치했나? 싶기도 하고 좋은 시너지였다고 생각해요.


가현(챠맴) 근처에 “선유다락”이라는 청소년 전용공간이 하나 더 있는데, 거기는 사이로와는 콘셉트가 좀 달라요. 좀 더 쉬는 것에 초점을 둔 공간이라고 할까요? 노래방 같은 것도 있고요. 그런데 아이들이 선유다락과 사이로를 구분할 때 작업을 이야기하더라고요. ‘거기서는 놀고, 여기서는 작업한다.’ 그렇게 얘기해 주는 친구들이 있었어요. 다행히 점차 작업자의 정체성을 가지고 작업하는 공간으로서 사이로를 이용하는 것 같다고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Q. 아무래도 도서관에서 1박 2일을 보낸다는 게 흔한 일은 아니잖아요. 행정적으로도 신경 쓰셔야 할 것이 많았을 것 같아요. 새롭게 알게 된 것들을 나눠주실 수 있나요?


하민(뚜맴) 맞아요. 어는 것 하나 쉬운 것이 없었어요. 간단하게는 텐트 대여부터 쉽지 않았어요. 행사 때 2인 1 텐트에서 잘 수 있도록 준비했었어요. 자주 쓰는 물품이 아니다 보니 구매보다는 대여를 하기로 했죠. 그런데 행정적으로 텐트 대여 비용을 지급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웃음)


이런 것들은 소소한 에피소드라면, 사건 사고 발생 시 법적 책임 사항을 확인하고 대비하는 것은 굉장히 중요한 과정이었어요. 보통 청소년수련활동의 경우 사전 신고제가 필수인데, 공공도서관의 경우 도서관법이 우선시되기 때문에 신고대상에서는 제외됩니다. 다만 청소년활동진흥법에 따라 이동/숙박형 청소년활동을 계획하는 경우 ‘청소년 활동 배상 책임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필수예요. 저희는 이번에 총 20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1인당 보험가입료가 약 1천 원 정도라 2만 원 정도 사용했습니다. 유사한 행사를 진행하신다면 이 점을 인지하시되, 지자체 ‘아동청소년복지과’에 전화해 한 번 더 정확하게 확인하시길 추천드려요.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숙박형 프로그램을 운영할 경우, 안전교육을 필수적으로 진행해야 한다는 것! 일정안내, 주의사항, 상황별 안전교육, 성범죄 교육 등이 포함되어야 하고요. 사이로는 이번에 모든 일정을 시작하기 전 안전교육을 가장 먼저 진행했습니다.


끝으로 남녀 숙박 위치는 반드시 분리되어야 하는데! 안내를 위해서도, 추후 혹시나 있을 자료제출 요청을 위해서도 사전에 정확한 남녀 숙박 위치가 표시된 자료를 준비해 두시면 좋을 것 같아요.                     


[공공도서관 안전한 1박 2일 행사 준비 체크리스트]

- 지자체 아동 청소년 복지과에 법적 책임사항 확이
- 청소년 활동 배상 책임 보험 가입
- 남녀 숙박 위치 분리 자료 마련
- 안전교육 준비
(1) 상황별 안전교육_숙박형 (참고 영상 보기)  
(2) 성폭력, 성희롱 에방 및 대처요령 (참고 영상 보기)


Q. 재미부터 안전까지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으셨네요. 운영팀의 피땀눈물이 고스란히 느껴집니다. 이렇게나 정성껏 준비하셨는데, 당일 행사는 어땠나요? 기대하셨던 장면을 많이 만나셨나요?


하민(뚜맴) 저는 우선 아이들이 아무 걱정 없이 즐겁게 노는 모습을 보고 싶었어요. 평소에 아이들이 왔다가 금방 가는 게 아쉬워서 ‘어디 가요?’하고 물어보면 늘 ‘학원 가야 돼요, 숙제가 많아요.’ 그러거든요. 그런 고민 없이 오롯이 친구들과의 시간을 누리고, 순수히 즐겼으면 했던 마음이 가장 컸던 것 같아요. 다행히 아이들이 모든 프로그램에 정말 즐겁게 참여해 줬어요.


가현(챠맴) 저도 비슷한데, 저희 공간에 오는 중학교 친구들이 ‘방학 때가 더 바쁘다’ 이런 말을 해줬어요. 학원부터 시작해서 영어캠프도 가야 하고 해야 할 게 많다 보니 방학 때 사이로 오기가 더 힘들어진다고요. 이번 행사 때 초등학생 14명, 중학생 6명 정도가 와줬는데요. 어쨌든 몇몇 중학교 친구들은 방학에 사이로에 오게 된 거잖아요? 그 친구들이 널브러져서 완전히 편한 자세로 웹툰 보고 있고 하는 모습을 보니 ‘쟤네가 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서 마음이 좋았어요.



Q. 어떤 장면을 보고 아이들이 ‘정말 잘 놀 고 있구나’ 혹은 ‘ 잘 쉬고 있구나’ 하고 느끼셨는지 궁금해요.


하민(뚜맴) 일단 안 자는 거. 보통 재밌어야 안 자잖아요? 그렇죠? 지루하면 졸립고, 그냥 빨리 자고 말지. 프로그램이 1시쯤 끝나고 다들 텐트로 들어갔는데 새벽 3시가 될 때까지 부시럭 부시럭 텐트 안에서. ‘뚜맴~ 뚜맴~ 잠이 안 와요.’ 이러면서 부르더라고요.


또 <고깔고깔 대작전> 할 때 게임 다 끝났는데 번외 게임을 하자고 하더라고요? 원래 매니저들은 진행만 하고 게임에 플레이어로 참여하지는 않는 거였는데, 우리만 할 수 없다며 매니저도 해야 한다면서요! 바닥에 있는 재료를 찾아야 하는데, 글쎄 솜을 가져다 놓은 거예요! 진짜 찾기 어렵게!

공포 영화 볼 때도 재밌는 순간이 있었는데, 저희가 <엑소시스트>를 같이 봤어요. 혼자는 어렵지만, 같이는 볼 수 있다 이러면서요. 그런데 중간에 한 친구가 너무너무 무서웠는지 갑자기 메이킹 존으로 뛰어가서 십자가를 만들어 오더라고요. ‘이걸로 때릴 거야’ 이러면서. 이런 모습들 보면서 아이들이 준비된 시간에 정말 깊이 몰입해서 잘 놀고 있구나 싶었던 것 같아요.


가현(챠맴) 저희가 프로그램 시작하기 전에 자유이용 시간을 1시간 정도 줬어요. 그날 이로에 처음 온 중3 친구가 있었는데, 음악존에서 1시간 넘게 노래를 듣던 모습이 생각나네요. 음악존은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이 많이 필요한데, 평소에는 오기도 힘드니까 깊게 탐구하는 친구들이 적었거든요. 근데 그럴 수 있는 충분한 여유가 주어졌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Q. 정말 짜릿하셨겠어요. 기획 의도가 200% 먹힌 장면과의 만남이라니! 혹시 생각과 달랐던 부분도 있으셨나요?  

하민(뚜맴) 꽤 피곤할 텐데도 끝까지 자지 않던 아이들? 그리고 성장기 아이들 정말 잘 먹더라고요! 저희가 음식을 넉넉하게 준비했는데, 정말 하나도 남지 않았어요. 계란 샌드위치, 화채, 라면, 김밥 무엇 하나도요!


가현(챠맴) 아, 생각보다 아이들이 보물 찾기를 정말 잘하더라고요. 저희는 정말 꼼꼼히 잘 숨겨뒀다고 생각했는데 거의 5분? 10분 만에 다 찾아냈어요. 다음 순서 준비 중이었는데 조금 당황했죠.  


하민(뚜맴) 한 가지 더 생각나는 건, 토요일 18시부터 일요일 8시 30분까지 1박 2일을 이용했는데, 각자 집에 짐을 놓고 9시까지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웃음) 피곤할 만도 한데, 정말 체력이 대단하다고 느꼈어요. 특히 9시에 돌아온 친구들이 새벽 3시까지 안 자던 친구들이거든요.



Q. 다시 오다니! 사이로가 정말 좋았나 봐요. 비슷한 행사를 하고 싶어 하시는 분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으신 것이 있으실까요?

하민(뚜맴) 도서관 전체에서 협력해 주시는 것이 정말 중요해요. 사이로 운영자 만으로는 역부족이었던 일이었거든요. 총 19명 정도가 참여한 프로그램이었는데 행사 당일에 안전관리, 여타 행사 진행을 위해 총 6명이 근무했어요. 행사 마친 후 저랑 가현 매니저님은 쉬어야 했기에 주말운영은 다른 매니저 분들이 도맡아 해 주셨고요!


또 기관차원에서는 1박 2일  ‘당직근무’라고 보는 게 맞는데, 이런 근태에 대한 규정이 대부분 없을 거예요. 선유도서관에서도 이번에 처음으로 이런 부분에 대해 논의했는데, 어려웠지만 의미 있는 과정이었습니다. 행사 마련하는 과정에서 이런 부분도 함께 검토되어야 2회, 3회가 나올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근로자가 제대로 일할 수 있는 제도도 함께 마련했으면 하는 마음!  


가현(챠맴) 행사와 곧바로 연결어 지어서는 ‘자유시간을 넣어 운영자가 쉴 시간을 꼭 확보하셔라!’는 말씀드리고 싶어요. 욕심껏 프로그램을 촘촘히 채워 넣다 보니 쉴 시간이 야식 먹는 시간 정도밖에 없었는데, 체력적으로 꽤나 부담이 됐어요. 아이들 신경 쓰느라 실질적으로 잠도 깊이 잘 수 없는 상황이었어서 중간중간 운영자가 쉴 수 있는 시간을 꼭 확보하셨으면 해요.



Q. 내년에도 <놀다 만 거 노는 밤>이 열릴까요? 그렇다면 올해와 어떤 것을 다르게 하고 싶으세요?

하민(뚜맴) 네, 사이로 시그니처 행사로 가져가고 싶은 마음이 커요. 우주로1216의 졸업식처럼?


가현(챠맴) 뭔가 바꾼다면? 베이킹을 저희가 한 번이라도 해본 메뉴로 해볼 것 같아요. 생각보다 아이들이 요리에 전혀 익숙하지 않더라고요. 계란 샌드위치는 비교적 쉬운 메뉴라고 생각했는데, 삶은 계란 까지조차 어려워하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러다 보니 운영자가 하나하나 알려줘야 했는데, 인원이 많다 보니 쉽지 않았어요. 만약 저희가 해본 메뉴로 진행하면, 사이러들 중에 요리방식을 아는 친구들이 조금씩 보조해 줄 수 있어 수월할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하민(뚜맴) 선유도서관 전 층을 사용해서 프로그램하고 싶어요! 이번에 시간이 좀 더 있었던 것이 공포콘셉트의 방탈출 프로그램이었어요. 불이 모두 꺼진 도서관 4층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귀신으로 분장한 매지너를 피해 보물을 찾기를 하는 그런 프로그램을 해보고 싶어요.



Q. 혹시 이 것만큼은 그대로 하고 싶다 하는 것도 있으실까요?

가현(챠맴) 눈치 보지 않고 자유롭게 놀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은 그대로 하고 싶어요. 프로그램 중 <고깔고깔 대작전> 정도는 아마 바꾸지 않아도 될 것 같아요! 정말 정말 재밌었거든요!


하민(뚜맴) 사이로 공간 안에서 텐트를 펴고 자는 것은 그대로 진행할 거 같아요! 텐트에 사이러의 명찰을 걸어두고 인원파악에도 용이하고 친구와 함께 프라이빗하게 놀러 왔다는 느낌도 들 수 있거든요.



Q. 끝으로 <놀다 만 거 노는 밤>을 진행하시면서 어떠셨는지 전반적 소감이 궁금해요.

하민(뚜맴) 소감이라기엔 좀 웃긴데 ‘아, 체력이 예전 같지 않구나’ 하고 느꼈어요. 솔직히 하루 늦게 자는 것쯤이야 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런데 아니었습니다… 혹여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을 안고, 사건 사고가 생기지 않도록 주시하면서 늦게 자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어요. 새벽 즈음에 가현 매니저님과 ‘너무 힘들다’ ‘다음엔 못할 것 같다’ ‘한 번이면 족한 것 같다’ 이런 대화를 주고받았을 정도니까요.


그런데 놀라운 건 기억이 미화되는 속도가 정말 빨랐다는 거예요. 행사 마치고 집에 가서 씻고, 한숨 딱 자고 일어나니까 머릿속에 남아 있는 게 행복한 것 밖에 없는 거예요. 웃고 떠들고 했던 모습들.  다음 날 출근해서 ‘좋았던 기억 밖에 없다’고 가현 매니저님께 말했는데, 같은 마음이시더라고요. ‘1년에 한 번쯤은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며 바로 말을 바꿨던 것 같아요.


Q. 신기하네요. 빠른 미화의 원동력은 무엇이었을까요?

가현(챠맴) 사진 보는데 아이들이 하나 같이 전에 본 적 없는 표정으로 웃고 있더라고요. 평소 관찰 기록할 때 찍는 사진들은 뭔가 집중해 있다 보니 거의 무표정이거나, 작업이 재밌어서 살짝 웃는 정도인데 활짝 웃고 있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많이 좋았나 보네…’ 하는 생각이 드니까 힘든 게 싹 가시는 느낌. 저렇게 좋아하는데 1년에 한 번쯤은? 해볼 수 있겠다는 마음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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