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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써니플래닛 Jan 02. 2024

1월 1일엔 빙고를!

새해맞이 빙고 게임

"3 ×3으로 할래?"

"4 ×4??"

"5 ×5는 너무 많지??"


며칠 동안 남편과 머리를 싸매고 고민을 했다.

새해에 이루고 싶은, 한해를 더욱 풍족하게 만들어 줄 일들을 골라 빙고판을 만들기로 결심했는데, 우린 도무지 칸을 채울 수가 없었다.


칸마목표를 적은 후 그 목표를 이루면   그어 지워야 빙고가 완성되는데.. 당당히 내가 이뤄냈노라 언할 만한 을 고르기가 쉽지 않았다.


- 1년 안에 끝낼 수 없는 장기 프로젝트 (탈락!)

- 달성 여부가 측정이 안 되는 일 (탈락!!)

- 도전할 엄두가 안 나는 일 (탈락..ㅎ)


게다가 새해 목표 세기는 조금은 설레는, 희망 혹은 결의에 찬 일이어야 하거늘.. 세상에 찌든(?) 두 어른은 눈앞에 닥친 직업적 성과 달성 말고는 말랑콩떡 같은 일을 상상하는 데 인색해진 것일까.. 이성에 감성 한 스푼 들어간 목표는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남편은 우리도 다른 사람들이 어떤 계획을 세우는지 좀 살펴봐야 하는 것이 아니냐고 했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남들이 하기에 나도 눈치를 보며 적어 넣는 다이어트, 어학 공부.. 이런 목표는 사양이었다. (물론 나도 이 두 가지 일엔 항상 관심이 있는 편이긴 하다)


긴 고민 끝에 3x3을 넘어서 4x4를 힘겹게 채운 우리는 2023년 12월 30일,

빙고표를 인쇄해서 냉장고에 나란히 붙였다.

그 모습은 사뭇 진지하고 경건했다.


하지만 J란, 계획을 세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라 계획대로 되지 않았을 때. 스트레스를 받는 사람이라 하였던가, 냉장고에 종이를 붙일 때부터 걱정이 나를 잠식했다.(일러도 너무 이르다.)

종이의 잉크가 마르기가 무섭게 '내가 이걸 다 이룰 수 있을까??' 하는 생각에 부담감이 생겼다.


그러다가 순간 반발심이 들었다.

아니 근데. 내가 언제 이걸 다 이룬다고 했었나? 1년 동안, 이 중 하나만 해내도 굉장히 뿌듯할 일이라 생각하며 애써 마음의 부담을 덜어냈다. 다가 만약 이걸 다 이루기만 하면 (내 기준) 갓생은 따놓은 당상이다.


빙고게임의 긴장감을 위해서 빙고을 채우는 순서는 상대가 지정하기로 했는데, 우리는 매우 사악하게 깔깔깔 웃으며. 위치 선정을 했다. (누구라고 할 것 없이 우린 서로가 이루기 힘들 것 같은 일들, 난도 높은 일들을 빙고 만들기에서 중요한 위치에 떡하니 박아두었다. 우린 어째서 경쟁도 아닌데 이러는 걸까..)


그리고 빙고를 완성할 때마다 우린 공금에서 축하금도 받기로 했다. (이거야 말로 밑져야 본전 아닌가.) 원래 인생에서의 짜릿함은 상대가 내가 못할 거라고 생각한 일을 해내는 것이라고 누군가 그랬다.


남편에 의해서  어려울 것이라 예상내 미래의 성취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이 일을 이룬 나를 상상해 봤다. 러자 어찌나 마음이 충만해지는지. 그리고 승부욕이 생기는지! 2024년이 기대되기 시작했다.(이래서 우리가 서로의 표를 채워야 했나 보다)


이렇게 2024년 흐르기 시작하였고 나에겐 삼백예순 다섯 개의 해와 달이 주어졌으니,

나는 그 안에서 여물어갈 차례이다. 고!!


새해 인사/ 나태주

글쎄, 해님과 달님을 삼백예순 다섯 개나
공짜로 받았지 됩니까
그 위에 수없이 많은
별빛과 새소리와 구름과
그리고
꽃과 물소리와
바람과 풀벌레 소리들을
덤으로 받았지 됩니까
이제, 또다시 삼백예순 다섯 개의
새로운 해님과 달님을
공짜로 받을 차례입니다
그 위에 얼마나 더 많은 좋은 것들을 덤으로
받을지 모르는 일입니다
그렇게 잘 살면 되는 일입니다
그 위에 더 무엇을 바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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