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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Apr 22. 2020

늘 그리운 사람이 있음은

-나의 소중한 친구 같은 선생님


나에게 가족과 소중한 인연들이 없다면 내 인생은 흑백사진 같을 것이다.

내 인생을 아름답게 채색해준 소중한 인연들, 그중에 한 사람 나의 선생님.


오히려 가족이 아니어서 두 사람 사이에 적절하게 숨 쉬는 공간이 존재하는 사람.

오랫동안 알아와서 누구보다도 나를  잘 알고 있는 사람.

서로에게 위로가 되고 용기를 주고 힘이 되는 사람.

즐거운 추억을 함께 공유하고 어려운 시간을 함께 한 사람.


가족들 중 가장 막내이고 보니 가족들은 지금의 나를 바라볼 때도 그저 동생으로만 바라보아서  때론 갑갑할 때도 있다. 언니, 오빠들에겐 나는 늘 영원한 동생인가 보다.

반면 시댁에선 남편이 장남이다 보니 나는 늘 형으로서 산다.

가족관계 속에서 나는 가장 큰 형과 막내의 두 얼굴로 산다.


그냥 나로.

독립적인 존재로 가족의 눈이 아닌 다른 관점에서 나를 바라볼 수 있는 지인이 있다는 것은, 그 사람이 나보다 앞서 살며 더욱이 닮고 싶을 만큼 멋지게  잘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행복한 일이다.


-젊은 날의 소중한 추억

어느 날 여고시절 만나서 벌써 40여 년을 훌쩍 넘은 선생님과의 시간.

아직도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그 시절 빛바랜 노트 속에는 선생님과의 시간이 그대로 녹아있다. 다시금  읽어 보아도 대학 교양 철학 노트 같은 알찬 내용들. 지금의 내가 있기까지  나의 바탕이 되어준 그 시간들, 그 시골에서도 나는 근사한 인문학 공부를 하고 있었구나 하고 선생님께 감사드린다.


너무 어려워서 근처에도 갈 수 없었던 선생님과의 관계는 고교 졸업 후에 내가 진학한 대학의 도시로 선생님께서 전근을 오시면서 가까워지게 되었다.

낯선 곳에서 나는 힘든 일이 생기면 제일 먼저 선생님께 달려가고, 좋은 일이 생겨도 선생님께 먼저 이야기하였다. 시골에서 벗어나 클래식을 좋아하고, 연극에도 관심을 갖는 제자를 대견해하시고 언제 한번 꼭 기회를 마련 하마 하시던 선생님의 도움으로 태어나 처음으로 선생님과 함께 연극이며, 첼로 독주회를 다녀왔다. 

 그렇게 젊은 시절의 소중한 추억들을 선생님과 함께 나누며 나는 더 넓은 세상을 꿈꾸게 되었다.


그때 나의 졸업 사진 속에는 가족들과 함께한 선생님의 모습이 마치 우리 가족의 일원처럼 보인다.

나의 결혼식에도 멀리서 오셔서 축하해 주셨던 선생님과의 시간은 내가 육아며 나의 일에 시달리고, 선생님께서도  멀리 전근을 가시는 바람에 10여 년 동안 연락이 끊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우리는 꼭 만나야 할 인연이었던 모양이다. 우연히 길에서 다시 선생님을 만나게 되었다. 그사이 선생님께서는 은퇴를 하시고 해외로 이민을 가셨다가 한국에 다니러 오신 길이 었단다.


긴 시간의 공백은 순식간에 날아가 버렸다. 나이 들어 철든 모습으로 다시 선생님을 만나게 된 지 다시 10여 년이 넘었다. 예전에는 받기만 하던 내가 선생님께 맛있는 음식을 대접할 수 있어서, 작지만 마음이 담긴 선물을 드릴 수 있게 되어 너무나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어느 날의 일기 중에서-

남이섬에서 선생님을 만났다.
선생님께서 다리가 아프셔서 더 천천히 걸으며 함께 지나간 이야기를 나누었다.
돌아보면 나의 가장 빛나는 시절엔, 가장 기억하고픈 시간엔 늘 선생님이 함께 있다.
우린 아주 좋은 인연이 었나 보다.
힘들다고 투정 부리고 했을 때가 생각났다.
죄송스러워 선생님께 여쭤 보았더니 "그땐 모두 받아주셔야만 했었지"라고 하신다.
"그때는 정말 그 일이 네게 중요한 일이어서, 그래서 그리 힘들어했을 거야".
그래서 그 이야기를 잘 들어 주려 하셨다고. 지금 돌아보면 별것 아니고 부질없던 일들이었을 지라도 그 이야기를 크게 들어주고 믿음으로 항상 내 편에서 계셨던 선생님.
어리석었던 그 시간들도 이제 돌아보니 모두 아름다웠던 내 젊은 시간들이다.
지나간 시간들을 되돌아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구나.

이제 나이 드신 선생님을 또다시 만날 수 있을지가 안갯속 같은데......
꼭 그래야만 했을 필연처럼 만난
선생님과의 시간들이 참 좋구나. 다시 만나 뵐 수 있으려나!




좋은 관계는 사람을 행복하게 한다.


-소중한 인연

나보다 앞서 가는 인생 선배로서 선생님은 늘 멋진 거울이다. 이제는 가끔 내가 선생님께 새로운 것을 일러 드릴 것도 있지만 아직도 젊은이 같은 사고를 지니신 선생님께서는 여전히 늘 새로운 것을 배우고 도전하시느라 바쁘시다.

 

얼마 전 처음 브런치 글을 쓰고 연락을 드렸다. 읽어 보신 후 답신이 왔다.

"네 첫 글을 읽으니 쇼팽의 왈츠 10번 b minor를 듣고 싶어 지는구나"

그리고 선생님께서는 당신의 새 도전을 내게 답으로 보내 주셨다.

교회에서 하신 연극 무대 속에서 가장 빛나고 계신 나의 선생님!

연기는 평가하지 말라고 하셨지만 출연자들 중 나의 선생님이 최고 멋지다!


작년에 선생님과의 헤어질 시간이었다.

"건강하셔야 해요, 선생님!"

사모님 앞에서 선생님께 처음으로 허그를 해드렸다.

지켜보던, 함께했던 나의 언니가 나중에 "너 그래도 되냐? "라고 웃으며 말했다.

아! 나는 인생친구 같은 선생님께 헤어짐이 아쉽다는 표현을 했을 뿐인데..... 이 이야기를 선생님께서 보시면 혼나려나. (녀석 친구라니!)


중요한 것은 소중한 인연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이다.

인연은 잘 가꾸어 나가야 한다.

꽃을 가꾸듯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는 것이 필요하다.

어느덧 나와 선생님의 인연도 반백년을 향해 가고 있다.

가족 같은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다. 행복을 함께 나누는 나눔의 장이다.


나는 친구처럼 선생님께 힘을 주는 젊은 친구이고 싶다. 아직도 더 멋진 친구로 성장하고 싶다!

청출어람의 친구!


나는 오늘도 쇼팽의 왈츠를 들으며 선생님을 생각한다.


Main Photo by Yusuf Evli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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