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봄

-이 봄에 우리가 알게 된 것들

by 샛별

김 남희의 '길 위에서 읽는 시' 책을 읽다가 시 한 구절이 마음속으로 들어왔다.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 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 들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보는

너, 먼 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봄. (이 성부)


더디게, 더디게 그러나 화사한 봄이 왔다.

진달래며, 개나리, 벚꽃. 들꽃 들과 함께.

새싹들이 움트는 나무들의 연녹색 새 잎들과 함께

흑백의 겨울은 가고 산과 들이 색색이 물들어 간다.


그렇게 힘들고 긴 겨울을 보내고 봄은 왔는데

우리는 봄을 맞이 할 수가 없다.

봄을 멀리서 바라보아야 한다.


가장 잔인하고 힘든 봄!

이 봄이 우리에게 알려 준 것들.


우리의 소중한 일상을 깨우쳐 준 봄.

공기처럼, 물처럼 늘 우리 곁에 있어 당연했던 것들이

얼마나 소중 했던 것인지를 깨우쳐 준 봄.

이 힘든 가운데서도 우리에게 가장 소중한 것은

서로의 어깨를 내어 줄 가족, 친구, 이웃이라는 것을 깨우쳐 준 봄.

죽음조차도 여러 결을 지녀

편안히 이별하는 것이 얼마나 고마운 지를 느끼게 해 준 봄.


꽃들이 피고

꽃들이 진다!


Main photo: 곰배령의 어느 봄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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