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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Nov 17. 2021

장미꽃 한 송이와 케이크

최고의 선물



당신에게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이 있다면.. 어떤 것이 떠오르시나요?


제게는 사랑하는 두 아들이 생애 최고의 선물입니다. 괴롭기도 하고 빛나기도 했던 젊은 날의 사랑, 그 시간들도 선물 같은 날들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지나온 시간들을 찬찬히 돌아보면 아이들을 키우며 만났던 그 시간들이 제 삶을 가장 빛나게 했던 것 같습니다. 소박하지만 소중한 나만의 그릇에 예쁜 조약돌을 차곡차곡 담는 마음으로 살아온 시간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기억에 남는 선물 같은 순간을 돌아봅니다.




이제는 삼십 대 중반이 되어가는 아들이 초등학교 2학년 때의 일입니다.

좋아하던 제 일도 접고, 늦둥이 아들을 키우며  헤어져 살던 남편과 오랜만에 다시 합쳐서 살던 날들이었지요. 가족 이외에는 낯선 사람들, 낯선 곳이었습니다. 제 상대는 오직 가족뿐이라 늘 오가며 살던 따뜻한 이웃이 그립던 그때, 이사 와서 맞은 첫 생일이었습니다.

큰 아들 녀석이 저를 위해 케이크와 장미꽃 한 송이를 사들고 의기양양하게 집으로 들어 오더군요.

당시 아들에게 준 용돈은 하루 200원. 한 달을 꼬박 모아야 케이크를 살 수 있는 돈이었습니다. 나중에 동네 빵집엘 들러보니, 아마도 며칠을 들러보고 살펴본 아들을 눈여겨본 빵집 주인이 아들에게 사연을 물어본 모양이었습니다. 몸은 약간 불편하지만 마음이 아주 따뜻하던 그분이 아들 녀석의 이야기를 듣고 기특하다며 모자란 케이크 값을 조금 깎아주어 5000원을 받고는 남은 돈 몇백 원을 아이에게 돌려주었더랍니다. 그래서 아이는 그 돈으로 장미꽃 한 송이를 더 살 수 있었던 게지요. 환한 얼굴로 발갛게 상기되어 달려온 아이의 얼굴이 오래오래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당시 동네 문방구며 가게 앞 여기저기에는 작은 게임기가 놓여있었지요.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하는 그 기계 앞 조그만 앉은뱅이 의자를 중심으로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곤 했습니다. 물론 아들 녀석도 게임을 좋아했었습니다. 그런데 그 한 달여의 기간 동안 유혹하는 군것질도, 게임도 하지 않고 저를 위해 마음을 모았던 것이지요. 아이에게 그 한 달은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요. 예쁜 그 마음에 뭉클해서 아이를 꼭 안으며 몇 번이나 고맙다고 사랑한다고 이야기했던 것 같습니다.


차를 타고 먼발치서 그 골목을 바라볼 때가 있습니다. 도시는 참 많이도 변했지만 멀리서 바라본 그 골목은 아직도 옛 모습이 남아있습니다. 그 근처를 지날 때면 그 시절이 다시 생각나곤 합니다. 모자란 것들이 참 많은 시절이었어도 그 가운데서 생각나는 작은 이야기들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에 뭉클하고 무언가가 만져질 듯합니다.


초등학생 작은 꼬마였던 사랑 많던 아들은 이제는 제가 한참을 올려다보아야 하는 큰 어른이 되었습니다.  

여전히 마음속에 사랑이 많은, 말은 별로 없지만 묵직하고 마음 따뜻한 녀석은 늘 저를 챙겨주고 따뜻한 손길로 다독여주곤 합니다. 그 마음으로 앞으로는 자신의 아내를 그렇게 아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또 저는 기쁘게 그 모습을 바라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곤 합니다.




젊은 시절에는 늘 미래를 꿈꾸며 살았던 것 같습니다.  물론 지금도 소박한 꿈을 꾸기도 합니다. 그러나 인생의 겨울을  바라보는 느긋한 나이가 되어가면서 자주 지나간 시간들을 돌아보게 됩니다. 힘들었던 시간이나 아픈 기억들을 떠올릴 때도 없지는 않지만, 행복했던 기억을 돌아보는 일은 마치 제 삶의 사진첩을 들여다보듯 자주 미소 짓게 합니다. 이땐 이랬었지... 하고요.


당신에게 최고의 선물은 무엇인가요?

오래 가슴에 간직할 수 있는 행복한 기억이 많았으면 좋겠습니다.

일상이 너무도 달라진 코로나와 함께하는 이 우울한 시대에  행복했던 기억들이 모두를 어루만져주면 좋겠습니다.



Main Photo : by Eugene Zhyvchik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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