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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샛별 Dec 28. 2020

한 해를 떠나보내며


2020 한 해가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한 해를 떠나보내며 다가오는 해를 맞을 준비를 합니다.

'나는 죽을 때까지 재미있게 살고 샆다'라는 책을 쓴 이 근후 박사님은 인생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지 막막하다는 이들에게 젊었을 때는 큰 목표를 중심으로 인생을 설계했다면 50세 이후부터는 시간을 중심으로 계획을 세우는 것이 어떤가 하고 이야기하셨더라고요. 예를 들면 노년이 되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5년, 3년, 2년, 1년 주기로 나이에 맞게  인생계획을 세우는 것이지요. 물론 생각대로 이루어지지는 않겠지만요.


그저 주어지는 대로 마주하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오다 보니  어느 때부터인가 너무도 덤덤하게 새해를 맞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돌아보면 후회도 많고, 어리석은 행동들이 참 많았습니다. 다가오는 일들은 이미 예견된 일일 지라도 막상 닥치고 나면 생각과는 달리 왜 그리도 생소하던지요. 또 비슷해 보이던 일들도 대상이 누구인가, 또는 나의 위치에 따라서도 또한 얼마나  다르게 느껴지던지요. 시간이 지나 고요한 가운데서 가만히 돌아보면 훨씬 이전에 주어졌던 일들 속에 그 답이 있었던 때도 있어서 조금만 더 생각을 깊이, 달리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은 적은 또 얼마나 많았던지요.


그러다 새해를 맞이할 때 <~하지 않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최근 몇 년 전부터의  일입니다.

무리한 욕심부리지 않고 몸에게 먼저 묻기, 무리가 되는 모임 일정 잡지 않기, 마음에 부담이 되는 인연들과 억지로 만나지 않기 등..

모든 일에서 항상 우선순위의 뒷전에 미루어 두었던 나를 먼저 챙기는 시간을 가지려 함이었습니다.

다음으로 한 해 <~ 꼭 하기>, <죽기 전 해 보고 싶은 것>등을 노트에 써 보았습니다.

분기별로 잘해나가고 있는지를 몇 가지 방법으로 체크해 두었습니다..

이 모든 일들은 제 앞에 주어진 일들에 그저 끌려가던 시간 속에서 나 자신을 버리지 않고, 나도 생각하고, 나를 위하는 시간을 가지려 애쓰기 시작하면서부터 였을 겁니다.  엄마인 나, 며느리인 나, 동생인 나, 큰 동서인 나, 누구의 친구인 나 등등... 에서 벗어나 온전한 자신을 찾고 싶어 졌기 때문일 겁니다.   여, 그렇게 적어놓고 살펴보는 시간이 늘어가면서  묻혀 있었던 하고 싶었던 일들이, 가고 싶었던 곳이, 좋아하는 일들이, 살고 싶은 노년의 삶이 점차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코로나 속 2020 한 해를 돌아보며 1년을 가장 잘 표현해 줄 단어를 떠올려 봅니다.

올해의 제 단어는 '위로'입니다.

전래 없던 코로나로 많은 일들이 우리들에게 다가왔지요.

힘든 한 해였습니다. 모두에게 위로가 필요한 한 해였습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다른 해보다 더 많이 자신을 위로하며 산 한해였습니다.

그렇게 혼자의 시간을 잘 보낼 수 있었던 것은 브런치의 힘이 참 컸던 것 같습니다. 많은 글들을 읽으며 위로를 받았고, 또 글을 쓰면서 위로를 받았습니다. 글을 읽고 보내주시는 공감과 따뜻한 댓글로 넘치도록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작년 연말에 어느 강사 아카데미에서 한 해를 보내면서 자기 자신에게 편지를 써서 낭독하는 시간을 가졌답니다. 저를 가르치시던  선생님이 자신에게 쓴 편지를 읽게 되었는데 '누구야!' 하고 당신의 이름을 부르는 순간 가슴이 뭉클하더랍니다. 열심히 애쓰며 한 해를 산 자신을 위로하는 그 편지를 읽으며 눈물이 핑 돌더랍니다. 그리고 그날,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모두가 자신에게 보내는 위로의 편지를 읽으며 눈물짓고, 함께한 다른 이들도 모두가 공감의 눈물을 흘려 눈물바다를 이루었더랍니다.

아마 올해에 그런 자리를 가질 수 있다면 모두들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릴까요!


그 이야기를 들으며 내년에는 나도 나에게 편지를 써봐야겠구나 생각했던 일이 벌써 일 년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한 해가 저물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들었던 기타반은 한 달밖에 수업을 하지 못하고 말았지만 그 이야기의 여운은  아직도 제게 이렇게 남아있습니다.


이제 한 해를 보내면서 마음을 다해 자신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를 보내려 합니다.

다가오는 새해에는 더 많은 위로의 순간을 제게 전해 주려합니다. 자신을 토닥토닥 위로하는 시간 속에서 제 마음의 폭이 더 넓어지고, 그만큼 더 깊이, 더 진실하게 제 곁의 이들을 사랑하게 되리라 믿습니다.


새해에는 많은 이들이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때때로 이런 물음으로 자신의 삶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지난 한 해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무슨 일을 하면서 어떻게 살았는지,
어떤 이웃을 만나 우리 마음을 얼마만큼 주고받았는지

자식들에게 기울인 정성이 참으로 자식을 위한 것이었는지
혹은 나 자신을 위한 것이었는지도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 법정스님,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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