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만난 시인 조병준 그리고 그의 새 책을 마주하며
사람들을 만나러,
또 다른 나를 만나러,
그리고 생이 내게 준비해 둔 무수한 가능성을 만나러.
사람을 만나는 일은 거울을 닦는 일과 같다. 맑게 닦을수록 나의 티와 허물이 잘 보인다. 조병준과 대화를 하면 어느새 거울 앞에 선 느낌이 든다. 거울 앞에서는 나를 보는 나의 모습밖에는 볼 수가 없다. 조병준 앞에서도 자꾸 나의 모습을 보게 된다. 나의 이런 느낌만으로는 부족했던 것일까. 이제는 조병준이 세상을 향해 거울을 들이민다. 자신의 길 위에서 이루어졌던 ‘만남’을 이야기하며 사람을 되돌아보게 하고 나를 되돌아보게 하는 내 안의 거울을. 때로는 헝클어진 모습으로 때로는 행복에 겨운 모습으로 그가 슬그머니 내미는 거울 속의 나와 마주하며 마음 한 구석이 따뜻해져 옴을 느낀다.
싶어 한다. 싶어 한다. 소망이 많을 때란 결국 삶이 시원찮을 때다.
"인생의 온갖 딴지 걸이들, 그 많았던 아픔들, 슬픔들, 분노들,
어쩌면 작은 죽음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 병이 여전히
나를 주눅 들게 만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내 인생, 꽤 친절한 인생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내가 받은 숱한 선물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셀 수도 없이 많은 기쁨의 정원을 보았고,
콘크리트 옥상일망정 내 몫의 기쁨의 정원도 만들어 보았다.
그 기쁨들을 재료로 이렇게 책도 한 권 쓸 수 있었다.
이렇게 살아있어서 고맙다 그 힘들었던 시간들에
꽃들이, 풀들이, 나무들이, 그리고 사람들이
나를 위로하고 지탱해줘서. "
-'기쁨의 정원 ' 프롤로그 중에서
-시처럼 살렴.
- 아유 선생님. 시처럼 어떻게 살아요!
- 시처럼 사는 게 어때서?
- 너무 힘들잖아요...
- 시처럼 사는 게 왜 꼭 힘들다고만 생각하니? 시가 꼭 고통스러워야만 하는 거니? 시가 별거니? 행복해서 웃는 것도 시고, 돈 벌려고 땀 흘려 일하는 것도 다 시야. 아름다운 것들을 아름답게 느끼고 살면 그게 다 시처럼 사는 거야...
시 한 편에 삼만 원이면
너무 박하다 싶다가도
쌀이 두 말인데 생각하면
금방 마음이 따뜻한 밥이 되네
시집 한 권에 삼천 원이면
든 공에 비해 헐하다 싶다가도
국밥이 한 그릇인데
내 시집이 국밥 한 그릇만큼
사람들 가슴을 따뜻하게 덥혀줄 수 있을까
생각하면 아직 멀기만 하네
- ‘긍정적인 밥’ 중에서 일부분
우리는 어려서부터 얼마나 많은 좋은 말을 들어왔는가. 지금까지 들은 좋은 말만 가지고도 누구나 성인이 되고 남을 것이다.
말이란 그렇게 살기 위한 하나의 방편에 지나지 않는다. 실제의 삶에 이어지지 않으면 말이란 공허하다. 자기 체험이 없는 말이 울림이 없듯이 그 어떤 가르침도 삶으로 구체화되지 않으면 무의미하다.
- '살아있는 것은 다 행복하라' 중에서, 법정스님
그가 우리에게 준 것은 따뜻한 온기다. 사랑을 전하는 사람의 온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