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사의 즐거움
루틴이 나를 메고 간다
홀로 있으면 비로소 내 귀가 열리기 때문에 무엇인가를 듣는다. 새소리를 듣고 바람 소리를 듣고 토끼나 노루가 푸석거리면서 지나가는 소리를 듣는다. 꽃 피는 소리를, 시드는 소리를, 지는 소리를, 그리고 때로는 세월이 고개를 넘으면서 한 숨 쉬는 소리를 듣는다. 그러므로 듣는다는 것은 곧 내면의 뜰을 들여다보는 일이다.
_ 소리 없는 소리 1977년('스스로 행복하라' 중에서, 법정
그리고 네 목소리를 들을 때 나는 누워서 들어. 그래야 네 목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들을 수 있기 때문이야. 상상의 날개를 마음껏 펼치고 날아다닐 수 있는 거야. 네 목소리는 들을수록 새롭기만 해. 그건 영원한 영혼의 모음이야.
아, 이토록 네가 나를 흔들고 있는 까닭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그건 네 영혼이 너무도 아름답고 착하고 조금은 슬프기 때문일 것이다. 사막이 아름다운 것은 샘물이 고여 있어서 그렇듯이.
네 소중한 장미와 고삐가 없는 양에게 안부를 전해다오.
너는 항상 나와 함께 있다. 안녕
_ 영혼의 모음 : 어린 왕자에게 보내는 편지 1971년 ('무소유' 중에서, 법정)
'읽는다는 것은 무엇일까. 다른 목소리를 통해 나 자신의 근원적인 음성을 듣는 일이 아닐까'(법정)'
"우리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가는지, 그 이야기 좀 들읍시다. 요 몇 해 동안 당신은 청춘을 불사르며 마법의 주문이 잔뜩 쌓인 책을 읽었을 것입니다. 모르긴 하지만 종이도 한 50톤쯤 씹어 삼켰을 테지요. 그래서 얻어낸 게 도대체 무엇이요?"
- '희랍인 조르바' 일부분
오늘도 루틴이 나를 떠 메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