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회복 이야기

심유천지춘(心有天地春) .아빠의 봄을 기억하며

by 박나윤

오늘은 아빠와 함께 대학병원 진료를 다녀왔다.

교수님께 아빠를 여태껏 살려주시고, 또 5년전쯤 수술까지 해주신 감사 인사를 드렸다.

아빠는 준비해오신 꿀꽈배기를 종이컵에 담아 교수님 책상 위에 올려놓으셨다.

교수님께서 “이게 뭐냐”고 웃으시는데, 그 순간 마음이 따뜻해졌다.


진료를 마치고 식당으로 향했다.

아빠는 다리에 힘이 없으셔서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걸으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폐활량이 많이 떨어지셔서 조금만 걸어도 숨이 차오르셨다.

그런데도 “오징어두루치기가 먹고 싶다”며 식당으로 향하셨다.

‘얼마나 드실 수 있을까’ 싶었는데,

드시고 싶었던 음식이라 그러셨는지 한 그릇을 깨끗이, 맛있게 비우셨다.

그리고 식당 사장님이 아빠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시더니, 한자 한 구절을 적어주셨다.

글씨체가 남달랐고, 뜻이 참 아름다웠다.


心有天地春.

내 마음에 온 천지의 봄이 있다.


“마음에 봄이 있으니 화내지 마시고,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그 말이 이상하게 내 가슴을 건드렸다.

그 봄은 아빠의 마음에도, 내 마음에도 동시에 피어났다.

삶의 봄은 결국, 누군가를 향한 따뜻한 마음에서 시작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요양원으로 돌아가는 길,

우리는 잠시 국화꽃 축제장에 들렀다.

가을 햇살 아래 아빠는 꽃 사이에서 환하게 웃으셨다.

국화 향이 코끝에 머물렀고,

나는 그 향기 속에 아빠의 미소를 오래 담고 싶었다.

사람들로 북적이는 축제장 한편에서

아빠를 먼저 내려드리고 먼 곳에 차를 세웠다.

다시 걸어 아빠에게 향하는 길,

내 발걸음이 괜히 조급해졌다.

혹시나 인파속에 묻혀 아빠를 잃어버릴까, 혹시나 넘어지시진 않을까.

그 길 위에서 문득 난

어릴 적 나를 데리고 나들이 가던 아빠의 마음도

이랬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국화 향기 짙은 오후,

가을이라 하기엔 너무 따뜻한 시간이 흘렀다.

오후의 햇살과 웃음이 내 마음속에 한 줄기 봄으로 피어났다.


이제 아빠의 하루는 스무 알이 넘는 약으로 채워진다.

간과 신장이 버텨주고 있지만,

그 버팀의 끝이 언제일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나는 믿고 싶다.

아빠에게 허락된 시간만큼,

아빠 인생에 아직

여전히 봄이 머물고 있다고.

나는 아빠의 그 봄 속에서,

조금 더 웃고, 조금 더 걸으며,

기억 속에 따뜻한 햇살을 한 줌 더 남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