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음식 하나,영동 고구마
노오란 속살의 고구마 한입을 베어 물면,
따스한 단맛이 천천히 입안 가득 번져간다.
마치 햇살이 입속에서 녹아내리는 듯하다.
구운 고구마인데도 퍽퍽하지 않다.
촉촉하고 포근한 그 맛 속에는
땅의 기운이, 그리고 사랑의 힘이 스며 있다.
한입, 또 한입 베어 물 때마다
겨울 아랫목의 온기가 마음으로 스며든다.
고구마는 참 신기한 작물이다.
갓 캐냈을 때보다 시간이 흐른 뒤에야
비로소 단맛이 깊어진다.
땅속에서 자란 시간 위에
또 한 번의 기다림이 더해져야
그 진한 맛이 완성된다.
그 맛은 어쩐지,
인생을 닮았다.
세월이 쌓일수록 단단해지고,
속살은 더 달고 부드러워진다.
익어가는 세월의 맛,
그것이 바로 고구마의 맛이자
삶의 맛인지도 모르겠다.
영동의 고구마를 떠올리면
언제나 할머니의 얼굴이 함께 떠오른다.
밭에서 상추를 따고, 부추를 베고,
무우와 호박, 단감, 밤, 포도, 복숭아까지
할머니의 손끝에서 자라난 것들은
하나같이 자식처럼 소중했다.
김치를 담그시던 손,
장을 담가 나눠주시던 손에는
땅의 온기와 정이 고스란히 배어 있었다.
나는 그 곁에서
사랑을 많이 받아왔다.
그 사랑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단단히 익어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고구마 한입에도
그 손의 온기가 스며 있다.
입안에 퍼지는 단맛이
그리움으로 변해 가슴을 데운다.
고구마를 먹을 때마다
나는 영동의 들녘과,
그 너른 하늘 아래 웃고 계실 할머니를 떠올린다.
영동에 가면,
할머니를 꼭 안아드려야겠다.
그 품은, 아마도 세상에서
가장 따뜻한 아랫목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