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월
겨울 한 모금 / 2005년 3월
봄이라고 수선을 피웠는데 뜬금없이 눈이 왔다. 마당에서 뾰족 교회로 향하는 길이 크리스마스 카드 같다. 창밖 살구나무에도 하얀 꽃이 피었다. 하늘은 맑고 햇볕은 잘 마른 이불처럼 바삭하다. 이럴 땐 '좋은 아침'이라고 해야지! 거름 실은 덤프트럭이 이웃 포도밭에 들락거리느라 우당탕! 탕탕! 소란하다. 짧은 다리로 달려 나온 강아지가 대문 밑에 코 박고 왕왕 짖는다. 참새들은 전깃줄에 음표처럼 앉아 있다가 잎새처럼 떨어져 나간다. 내가 지금 살아 있구나! 란 느낌으로 창밖을 본다.
커피를 한 모금 삼켰다. 먼지 뽀얀 기억 속을 걸어 찻집에서 이치현과 벗님들의 노래를 신청한다.
처음인 것이 더 많던 그땐 그랬었지! 흠! 또 한 모금 꿀꺽. 추억이 고팠던 차에 식은 커피 한 모금에 크래커도 두어 개 오물거린다. '아~ 속삭이듯 다가와 나를 사랑한다고~'
세탁기에서 빨래를 꺼내 눈 온 마당을 밟고서 탁탁 빨래를 털어서 너는데 눈을 못 뜨겠다.
'봄'처럼 일어나세요~ 2009.3
'어제는 눈이 펄펄 내렸어요.'라고 말을 하면 누가 믿겠어요?
바람은 마치 아기 입김처럼 따뜻해서 붉은 볼이라도 꼬집어 주고 싶은 데다
푹 밟히는 옆집 텃밭엔 아주 오래된 벽돌 담장의 그림자가 구불거리도록 햇살이 당당한데요.
아침을 먹고 따끈한 방바닥 이불속에 다리를 넣고 차를 마시며 아침 드라마를 보는 동안
큰 창 앞 전봇대에 까치 두 마리가 왔었어요.
무대에 설 가수처럼 검은 정장을 말끔하게 차려 입고
둘이서 속닥속닥 주고받는 말이
*까치 1
"이 마당은 왜 아무것도 안 하지? 다른 밭은 딱딱한 흙을 봄볕으로 말리느라 바쁘던걸. 쯧쯧."
*까치 2
"이 집엔 개나 고양이들이나 한 박자씩 느려서 후회를 밥 먹듯 한다고.
아줌마가 꽃무늬 치마랑 커피만 좋아했지 뭣 하나 부지런 떠는 일이 없어."
*주인아줌마 "뭐?...&@*%"
오늘은 밭 흙 좀 긁어주고 봄볕에 샤워 좀 해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