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라서

나도 시 한 줄 쓰고 싶다

by 바람세탁소

나도 시 한 줄 쓰고 싶다 2010.04

비 맞은 참새들이 회색 바탕 칠에 콕콕 무채색 수채화를 그린다. 며칠간 따스한 볕에 노곤해선 봄날이 마냥 말랑할 줄 알았는데, 성깔 있는 바람은 만만찮고 맘은 싱숭생숭했다. 이럴 땐 지체 말고 봄을 경작해야 한다. 우선 축축해진 마당에 뒹구는 연탄재를 깨부숴 텃밭에 섞어주었다. 올봄도 마냥 지각이지만 준비~. 땅! 출발한다. 비 내리는 동안 팔팔 끓인 차 한 잔을 마셨다. 비 오는 유리창에 입김을 불어 시 한 줄이라도 써야 하는 건 아닌지! 시인도 될 것 같고 화가도 될 것 같은 봄비 오는 아침. 텃밭에 삐뚤게 줄을 긋고 밭이랑을 만들며 나만의 봄을 경작한다.

몇 번째 봄인 건지 2010/04/08

차가운 아침 안개가 걷히자 햇살이 빤짝. 마루 안에 데워진 온도가 오래 머물면 좋겠다. 라디오를 틀어도 봄노래만 나온다. 빈 가지 사이 삭막한 마당으로 '삐삐'거리는 새들이 모여든다. 건방진 강아지 콩순 이도 좋은가 보다. 타닥타닥 내 슬리퍼가 끌리는 대로 따라다니며 말랑해진 땅바닥에 '콕콕' 온통 발바닥을 찍는다. 공방에 먼지 뿜는 샌딩기 소리가 시끄러운데 나 몰라라 늘어져 낮잠도 잔다.

오늘은 완전히 봄이다! 몇 번째 봄 인지! 강아지와 달리 난 점점 초조해지는 걸까! 마당을 가로질러 빨래를 줄줄이 널고 이불도 '탁탁' 털었다. 마당에 허드렛일이라도 하고 나니 냉랭한 마음 구석이 녹는다. 아! 마음이 녹으니 기차도 타고 싶고 친구도 보고 싶다.

여행 가면 참 좋을 봄날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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