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흙흙
낭만이란 걸 꼭 갖고 싶었나 보다. 한창 몸과 마음 경제적 상황까지 가장 어려웠던 때의 글이 하나같이 이렇다.
2006년 2월 21일 오전 8:52
깜짝 놀라 깨니 벌써 눈부신 햇살이 마루로 기어들어와 커튼의 꽃잎을 뜯어내고 있습니다. 씻은 쌀 두어 공기 밥솥에 넣고 설렁설렁 뚝배기에 고추장을 풀고 돈가스 한 조각을 아이쿠야! 까맣게 구웠습니다. 가위로 오려 멀쩡한 것만 접시에 담고 눌은밥을 끓여 주고 간신히 출근 시간을 맞췄습니다. 그래도
‘아침 굶기는 여자들에 비해 얼마나 기특해!'라는 생각을 합니다.
2006년 2월 22일 오전 8:48
햇살이 나왔습니다. 한 손엔 볕에 말릴 이불을 다른 손엔 커피를 들고 마당에 나갔습니다. 매서운 바람을 피해 하우스로 들어가니 '나른한 봄'입니다. 시시콜콜 자랑하던 그 잘 난 봄날입니다. 삽으로 흙을 뒤집어 거름을 펼쳐 놓으며 문정희 님이 불러보라던 ‘흙 흙 흙’ 그의 이름을 불러보았습니다. 눈물 날 것 같았습니다. 행복하다는 건 늘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어느 순간 몇 초 사이에 일어날 수도 있구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흙이 얼었다 녹으며 고슬고슬해졌습니다. 말랑해진 흙을 밟고 새의 노래를 들어봅니다. 시인들의 새만 노래하는 줄 알았는데 우리 마당에 새들도 노래를 아주 잘합니다.
카테고리 이름을 '내 안에서 좋은 것 찾기'로 정하고 쓴 글들이다. 그 힘으로 견딜 수 있었고 나의 로망에 조금씩 다가선 것 아닐까! 나의 낭만에 지금도 웃으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