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걸 멋인 줄 알 던 때

Me

by 바람세탁소

비타민처럼 만나는 기억 / 2012. 씀


그림자가 놓인 오후 두 시 골목길로 들어서

햇살 드는 창문 하나 만들고

철사 줄에 매단 꽃무늬 커튼을 드르륵 밀고

작은 꽃 예쁘게 핀 천 원짜리 화분 몇 개 놓고 싶습니다.

소설을 써 보겠다는 가난한 작가처럼

흑연 냄새나는 몽당 연필에 침이라도 바르거나

머그잔 찰랑이게 커피를 타고

창가 볕에 삐뚜름 앉았다가

늦은 점심으로

엊그제 산 버석거리는 식빵을 적셔 먹어도

좋겠습니다.


다 저녁엔 한 걸음 두 걸음도 안 되는 방을 나와

날마다 팽개쳐진 안쓰러운 운동화를 모아 신고

골목길 그늘을 쭉 빠져나와

저녁밥 짓는 햇살과 한나절 다 지나도록 종알종알 대는 아이들을

쓱슥슥 그리고

항상 삐딱한 전봇대와 나무 위 곡예하는 새들까지 그려 넣으며

화가 냄새를 풍겼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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