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달리고 싶다
얼마 전 배다리 도서관 특강에 참여했다. 지역 어르신들의 살아온 삶을 이야기로 풀어 글로 쓰고 그중 한 장면을 그림으로 그려서 책으로 엮는 것이다. 걱정이 앞섰지만 영상을 준비하고 낙서로 손 풀기, 자화상, 인생의 한 장면 등 "세 번째 스물"이란 프로그램으로 짰다. 첫 시간엔 팔레트에 물감부터 칸칸이 색 색깔로 채웠다. 글쓰기를 마쳐선지 선생님들의 수업 분위기는 편하고 따뜻했다. 두 시간이 금방 지났다. 이런 재료는 써 본 적이 없다며 신기해하고 물감 칠도 척척. 서로의 모습을 그리며 웃음소리가 끝없었다. 표정에선 '이 맛이 사는 맛이지!' 이러시는 것 같았다. 두 번째 시간부터는 호기심과 재미로 낙서 드로잉과 추억 한 장면을 그렸다. 좀 더 진지한 분위기였다. 마지막 시간엔 각자의 그림을 걸어놓고 작은 전시를 했다. 합평을 하고 사진으로 남기며 좋아하셨다.
누구나 그렇듯 처음 만남은 수줍고 어쩌면 낯설고 각자 선을 그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순간 조금씩 스스로 선을 낮추고 벽을 허물었을지도. 삶을 글로 나누고 인쇄된 글씨로 보고 사람들 앞에서 내 음성으로 읽고 듣는 것. 타인의 삶을 공감해주고 응원하는 일. 거울 속 내 얼굴을 들여다보며 팔레트에 물감을 맘껏 풀어 쓱쓱 칠하면서 남의 모습도 점점 잘 보게 됐을 것이다.
감히 나이를 논하기 어려운 자리지만 누구에게나 ‘스무 살’이란 시작 지점이 아닐까. 내가 스무 살 무렵 느꼈던 마음이 두 번째 스물에서도 변함없었듯 지금 세 번째 스물을 지나 네 번째 스물로 가는 분들도 그냥 딱 스무 살은 아닐까! 다시 달리고 싶고 잘 달릴 것 같은 또 다른 스무 살 선생님들.
부족하지만 앞에 섰던 저를 배려하고 살뜰히 챙겨주신 어르신들의 스무 살을 항상 응원합니다. 고맙습니다.
이 프로그램에 함께 할 수 있어서 참 좋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