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정류장은

그래서 좋다

by 바람세탁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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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눈부시다. 버스정류장까지 걷는 동안 새로 산 원피스가 발목에서 찰랑인다. 8등신 모델이 걸쳤을 땐 스타일리시했지만 키 작은 내겐 무리인가 영 어색하다. 그러나 저러나 도서관에 늦을까 싶어 20번 버스에서 내리자마자 999번 버스로 갈아탔다. 차 안은 한산하고 작은 차창 틈으로 바람이 차갑게 들이친다. 옆자리에 앉은 햇볕은 벌써 오월답다. 어제 에코백에 (헤진 씨 그림) 베껴 그린 그림이 다정하며 그럴듯하다. 신호음이 울리며


"이번 정류장은~~~ "


내가 바라던 시간이 머무는 바로 그 정류장인가 보다. 꿈속에서 항상 길을 잃거나 집을 못 찾곤 헤맸는데 이렇게 친절할 수 없다. 안내방송에선 항상 다음 정류장도 안내해주는데 수없이 들었지만 기억나지 않는다. 아마 이번 정류장이 가장 좋은가 보다. 백상 예술대상 김혜자 님의 수상소감이 연신 화재다.


'.... 오늘을 사세요. 눈이 부시게.... '


오늘. 이번 정류장에.

지금. 내가.

여기 있다.

그러니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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