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바람 도둑

8 월

by 바람세탁소

찬 바람이 스스럼없이 창으로 들어와 마음을 훔치기 시작한다. 발아래 꾸깃꾸깃한 이불자락을 쓱 끌어다 덮었다. 이번엔 참새가 와르르르 폭풍 수다를 머리맡에 쏟아붓는다. 닫힌 창문 한쪽을 마저 열었다. 알곡이 차오르는 들판에 바람 없이 따가운 볕이 차르륵차르륵 깔리는 중이다. 옆집 할머니는 교회 쪽으로 자전거를 굴려가고 쓰레기 수거 차량이 교대로 교회 골목을 돌아 나간다.

정오를 넘기면서 멈춰 놓은 선풍기를 다시 돌렸다. 마당은 벌써 매미가 점령했다. 며칠간 가지치기한 오동나무 가지와 이파리가 산 하나는 되는데 여전히 울창하다. 어젯밤 귀뚜라미 소리 아니었나? 싶었는데 아직 여름 절정인 건지 곧 가을이 들이닥친다는 건지! 헷갈린다. 머리카락 당겨 묶고 꽃 피고 지는 마당에 나가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