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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by Sunfromkr

글쓰기를 놓은 지 오래됐다. 놓치게 되는 게 많아진 요즘...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글을 써 본다. 밀린 이야기들이 많아서 천천히 풀 예정이다.



첫 번째 클라이언트

디자인 에이전시에 합류하고, 홀로서기에 도전 중인 이야기를 친한 사람 몇몇에게 알리기 시작했다. 그 중 옛 직장 동료에게도 소식을 전했는데, 이게 첫 번째 일로 연결되게 됐다.


정말 감사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사회에 나와보니, 일을 믿고 맡겨준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여실히 느껴진다)



가격 정책

디자인 업에서 가격 정책을 세우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일을 맡겨 준다는 사람이 나왔지만, 서비스에 대한 가격 정책이 세워져 있지 않았다. 가격 정책을 세우기 위해 다른 레퍼런스를 참고하기 위해 크몽을 들여다 봤는데 가격에 '뜨악' 소리가 절로 나온다. 박리다매 전략은 지금은 득이 될지 모르나, 나중에선 뾰족한 성장을 이루기 힘들다. 그럼에도 아직 자리 잡기 전인 만큼 현재 겸손하게 시장에 접근하는것도 필요하다.

Screenshot 2025-04-08 170614.png 크몽 웹사이트 가격 정책 예시



가격은 시장이 결정한다.

"잔인한 말일지도 모르지만, 가격은 시장이 결정해요."


내가 처음 팀 리더에게 한 이야기이다. 우리의 능력이 부족해 클라이언트가 오지 않음 겸허하게 받아들이자. 디자인 뿐만 아니라, 영업도 실력이고 시장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현 상황을 직시하고 겸손히 접근해야 한다는 논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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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이 낮은 지점에서 적당히 하는 디자이너는 충분히 많다. 하지만 낮은 가격임에도 좋은 품질과 고객감동을 선사하는 디자이너는 많지 않아 수요가 몰린다. 수요가 몰려서 감당할 수 없을 때 조금씩 가격을 올려도 늦지 않다. 한 명, 한 명 정성스레 대하면 지인 추천이 자연스레 일어나고, 양질의 포트폴리오가 쌓이고 좋은 댓글이 달린다. 이러한 선순환이 이뤄지는 정공법으로 임해보자 합의했고, 우리는 크몽 가격보다는 조금 더 높은 가격대로 포지셔닝하여 출발했다.



클라이언트와 첫 결과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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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웹사이트, 로고 두 업무를 맡겨주셨는데 우리와의 과정이 마음에 들었는지 영상 편집(기획 포함), 홈페이지형 블로그 등 다른 업무도 한번에 맡겨주셔서 추가로 진행했다.



회고

클라이언트 피드백

1. (긍정) 일이 바빠서 디자인이나 영상 스토리보드 가이드를 명확하게 주지 않았는데도, 적극적으로 소통해 주고 알아서 센스있게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2. (기타) - 추가 인터뷰 후 보완 예정

3. (부정) 디자인 관련 소통 중, 중간 중간 텀이 생겨 작업이 지연이 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자체 회고

이번에 주어진 일은 내게 특별했다. 가격이나 다른 업체 비교 없이 전 직장 동료께서 온전히 나를 믿고 맡겨주신 일이기 때문이다. 신뢰를 잃지 않고 잘 해줄 수 있게 최선을 다해야겠다고 마음먹었던 만큼 기준도 높았고 아쉬운 부분도 있었다.


작업이 끝나고 팀 회고를 해보니, 저렴한 가격이라도 고객에게 최선을 다해 그 이상의 만족을 주자고 합의한 지점에서 공감대 형성이 안 됐었다. 리더님께서 15년 차 경력의 디자이너시다 보니 작업할 때 일정 공수 이상의 노력을 들이기 꺼려하셨다. 어찌보면 당연한 일! 회고 과정에서 리더님과 그 부분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했다.


리더 님이 워낙 맨파워가 강한 사람이다 보니, 역량을 잘 펼칠 수 있는 높은 가격대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나 흥미 있어 할 만한 도메인이나 회사를 타겟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또, 이번 프로젝트를 통해 나를 한 번 더 돌아보는 계기가 됐다. 알고는 있었지만, 나의 고객 감동에 대한 기준은 매우 높다. 그 높은 기준으로 재단하면 팀 사기를 떨어뜨려 추진력을 잃기도 해 좋게 넘어가려고 하는 편이지만... 상황에 따라 나의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할 필요를 다시 느꼈다.


고무적인 성과는 클라이언트가 우리와의 첫 작업 과정에 만족하고 추가 외주(영상, 홈페이지형 블로그 등)를 맡겨주셨고 실제로 수입까지 이어졌다는 점이다. 재구매라는 지표는 매우 중요하다. 우리와의 작업 과정에 만족했다는 반증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진심으로 감사했다. 업체 선정의 기준이 '나'라면 잘 해주겠지 하는 믿음이었다는 게 내게 큰 동기가 됐다. 한 사람, 한 사람 정성스레 대해야겠다는 다짐, 그리고 무엇을 하든 진짜 도움이 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야겠다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많이 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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