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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Apr 11. 2021

콘텐츠는 하이퍼 리얼해야 한다

현실을 즐기기 어려운 현실, 콘텐츠로 리얼을 즐긴다

*어패럴뉴스에 기고한 글입니다.


예부터 청자가 공감하지 못하는 콘텐츠는 성공을 담보하기 어려웠다. 할머니가 들려주는 옛날옛적 이야기도 과한 설정이나 토크 MSG(조미료 첨가)가 지나치면 손자들의 관심을 끌기 어려웠다. 최근에 종영된 드라마 '여신강림'에서는 지나친 중국제품 PPL로 소비자의 뭇매를 맞았는데, 대표적인 장면이 극 중 여자 주인공이 편의점에서 중국 즉석식품 브랜드인 ‘즈하이궈’의 인스턴트 훠궈를 먹는 장면이었다. 우리 주변 친구 중 누가 편의점에서 훠궈를 사먹을까? 이처럼 청자가 공감하기 어려운 콘텐츠는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법이다. 


드라마 '여신강림' 중에서


반대로 현실을 잘 고증하는 콘텐츠는 극한의 공감대 형성으로 청자의 선택을 받는다. 바로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다. 요즘 MZ세대는 현실보다 더 리얼하게 현실을 반영한 콘텐츠를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라고 부른다. 사실, ‘하이퍼 리얼리즘’은 미술용어다. 현실에 존재하는 것을 마치 한 장의 사진을 보듯 정교한 기법으로 실제를 완벽하게 그려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를 콘텐츠적으로 해석한다면, ‘실제 현실을 실감나게 반영한 콘텐츠’다. 예를 들어, 인간은 눈물을 펑펑 흘리면 그 다음날까지 눈이 붓기 마련인데, 이러한 디테일을 드라마 씬에 담아냈다면 MZ세대는 ‘하이퍼 리얼리즘’이라고 칭찬한다.

(좌) 피식대학 (우) 좋좋소


유튜브에는 V로그, ASMR 등 리얼한 일상을 담아내는 콘텐츠가 끊임없이 쏟아진다. 대표적인 콘텐츠가 ‘피식대학’이다. 구독자 80만 명을 넘어 골드버튼을 향해 순항 중인 ‘피식대학’은 공채 개그맨 출신들이 뭉쳐 만든 유튜브 채널이다. 산악회 중년 남성들의 모습을 빼다 박은 ‘한사랑 산악회’, 05학번 시절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대학 선배들을 그린 ‘05학번이즈백’ 등 다양한 공감 콘텐츠에 MZ세대는 열광한다.미생보다 더 현실적인 오피스 웹드라마로 주목받고 있는 '좋좋소'는 업로드 2주 만에 100만 뷰를 돌파하며 큰 관심을 받고 있다. 보통 TV 드라마가 대기업만을 다루고 허구적 요소(예를 들어, 백마탄 왕자님같이 등장하는 실장님)가 들어갔다면, ‘좋좋소’에는 중소기업을 거쳐봤다면 누구나 공감할만한 날 것 그대로의 현실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주먹구구식으로 회사를 이끄는 꼰대 사장, 가족 걱정에 사장 눈치만 보는 이 과장, 업무 시간에 인터넷 쇼핑하기 바쁜 이 대리까지 ‘좋좋소’에는 중소기업의 하이퍼 리얼리즘이 담겨있다. 심지어 광고도 ‘하이퍼 리얼리즘’이 대세다. KCC 스위첸의 ‘문명의 충돌’편을 보면 소변이 묻은 변기를 보며 더럽다고 화내는 아내의 모습이나 에어컨 끄자는 아내와 덥다는 남편의 모습 등 부부라면 공감할만한 내용으로 광고임에도 불구하고 조회수 3,500만 뷰를 기록했다. 


물론 리얼하게 일상을 조명하여 공감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특별히 요즘 시대에 발현된 콘텐츠는 아니다. 공감은 항상 모든 콘텐츠 제작자가 추구했던 필수조건이었다. 다만, 요즘 ‘하이퍼 리얼리즘’이 더 소비자의 관심을 받는 이유는 시대적 배경에서 기인한다. ‘코로나19’로 우리는 현실을 즐기기 어려운 현실에 살고 있다. 당연했던 현실이 이제는 만나기 어려운 현실이 되었고 일상의 가치를 콘텐츠로 간접체험하려는 욕구가 발현되는 것이다. ‘메타버스(추상을 의미하는 ‘메타’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의 합성어)‘로 대표되는, 가상공간이 현실 세계화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등교가 어렵다면 가상공간 내에 캠퍼스 건물을 재현하고(그림 참조 : 마인크래프트로 구현한 펜실베이니아 대학 캠퍼스), 사람과 만나지 못하는 10대가 ‘제페토’(증간현실 아바타 플랫폼)를 통해 아바타로 상대방과 대화하는 건, 이들이 단절된 현실의 보완재로 가상세계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MZ세대가 ‘하이퍼 리얼리즘’에 동의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포장에 지쳤기 때문이다. 디지털 세상에 넘쳐나는 가짜 정보에 지쳤고 이제 포장된 캐릭터가 아닌 실제 현실을 잘 반영한 캐릭터나 콘텐츠에 매력을 느끼는 것이다. 과장된 일상으로 가득한 SNS를 지우고 ‘탈 SNS’를 선언을 하는 MZ세대가 늘어나는 요즘, 우리는 ‘하이퍼 리얼리즘’ 콘텐츠에 주목해야 한다.


마케터는 항상 꾸미고 과장하는 데 익숙했다. 개똥같은 제품, 서비스도 마케터의 손을 거치면 매력뿜뿜 제품이 되었지만, 이제 마케터는 우리 제품, 서비스의 리얼한 모습을 얼마나 더 리얼하게 보여줄 지에 대한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현실을 어떻게 담을지, 그 현실 안에 어떠한 매력을 발견할 지는 오롯이 마케터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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