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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각을 파는 사람 Sep 13. 2021

나를 힙하게 만들 '명분'을 찾아해매는 MZ

왜 MZ는 명분을 필요로 할까?

한 때 등산모임에 참여한 적이 있다. 모임의 구성원은 20대 후반 비슷한 또래의 남녀였고 오전에 서울 근교의 산을 오르고 오후에는 백숙이나 파전 같은 주전부리를 먹으며 막걸리 한잔을 즐겼다. 주변 직장 선배들은 건강을 챙기기 위해 등산을 오르냐고 물었는데, 등산은 분명 건강에 도움을 주는 활동이 맞다. 그러나 더 큰 동기부여 요소는 등산이라는 소재가 나를 ‘힙하게 건강도 챙기는 멋진 사람’으로 보이게 만들어준다는 점이었다. 그래서 SNS에 등산 활동을 업로드하는 행위는 등산의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클라이막스(climax, 절정의 순간)였다. MZ세대가 등산을 갈 때, 한껏 멋 부리고 가는 것도 SNS에 올릴 한 컷을 위해서다. SNS는 나를 표현하는 수단이며, 등산은 나를 멋지게 표현하는 명분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MZ 세대는 무슨 행동을 할 때도 명분이 있어야 마음이 놓이고 쿨하다고 생각한다. MZ세대에게 무언가를 구매하여 구매한 물건을 SNS에 올리는 건 쿨한 행동이 아니다. 등산이나 서핑을 간 김에 구매한 물건을 함께 올리는 것이 이들에게는 쿨한 행동이다. 단순 구매 행위는 생각없는 행동이지만, 등산이나 서핑을 위해 아이템을 구매한 건 생각이 있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들은 자신을 표현하기 위한 수단이나 대상을 찾는데 꽤 공을 들인다. 그리고 자신을 힙(hip)하게 보여줄 수단을 찾게 되면, 과감하게 구매하거나 경험한다. 


지인 A는 직장 동료들과 농구와 테니스를 함께 하는 모습을 SNS에 자주 올리는데, 이를 보는 다른 MZ 친구들은 회사생활에 잘 적응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지인 B는 고양이와 잘 놀아주는 모습을 SNS에 자주 올리는데, 일련의 SNS 활동으로 이 친구가 꽤 자상한 친구라는 생각이 어느정도 머릿속에 자리 잡혔다. 이들에게 테니스를 치고 고양이와 놀아주는 행위는 그 자체도 즐거운 행위이자 자신의 긍정적인 이미지를 전달하기에도 유리한 행위다. MZ세대가 요즘 ‘등산’이나 ‘마라톤’, ‘서핑, ‘토론 스터디’ 같은 생산적인 활동을 많이 하는데, 이러한 활동들도 자신을 표현하고 나를 세련되게 보여지게 만들 좋은 명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즐기는 것이다. 이들은 건강을 위해 등산과 마라톤을 하고 학습을 위해 토론을 하는 것이 아니다. 물론 건강을 위한 다거나 정말 재미있어서 하는 매니아들도 있지만, 이제 막 등산이나 서핑을 취미로 즐기는 MZ세대의 주요한 목적은 명분 찾기다. SNS에 인생을 도전적으로 살아가는 사람이라고 올리면 아무도 공감해주지 않지만, 서핑을 하는 사진을 SNS에 올리면 나는 어느새 활동적이고 도전적인 사람으로 보여지는 것처럼 이들에게는 나의 ‘힙함’을 전달해 줄 매게체가 필요하다.   



브랜드도 MZ들이 자신의 '힙함'을 전달할 매게체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 브랜드 만의 철학이나 개성을 명확히 정의하는 것부터가 순서다. 브랜드에 철학이나 개성이 있어야, 다른 브랜드가 아닌 우리 브랜드를 선택하는 이유를 만들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브랜드는 환경을 위해 노력해, 그래서 샀어" "이 브랜드는 무언가를 항상 새롭게 시도해, 선택하기 나쁘지 않아" "이 브랜드는 굉장히 트렌디해서 나까지 힙해져"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면, 우리 브랜드 만의 철학, 개성을 마케팅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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