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의 재롱

<짧은 글, 긴 뒷맛> 3

by 박성봉
정확히 300자(공백포함)의 짧은 글을 쓰겠습니다.
하지만 긴 잔향(殘響)이 남는 글을 쓰겠습니다.


인제 하추리 도리깨 축제.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키 큰 아버지가 깃발을 세우고 풍물놀이패를 이끈다.

메기고 받는 노동요를 부르며 도리깨를 짊어진 어머니도 입장한다.

도리깨질, 키질, 절구질, 떡매질이 차례차례 이어지고

고소한 인절미가 모두에게 나눠진다.

아들은 부모의 재롱을 놓칠세라, 두 눈 반짝이며 카메라를 든다.


42년 전 가을 운동회.

어머니는 전날 파란 깨끼 배자에 정성껏 동정을 달아주셨다.

꼬마 신랑 신부의 꼭두각시 놀음에 함박 웃음을 지으셨다.

아버지는 모래 자루를 번쩍 들어 힘자랑을 하셨다.


오늘 아들은 웃고 있지만 슬프다.


3-1-인제.png 올해로 13회를 맞는 하추리 도리깨 축제. 하추리 주민들이 선보인 도리깨 퍼포먼스와 각종 음식, 공연, 경품추첨들의 행사가 있었다. 파란 가을 하늘이 예뻤다.


3-1-가을.png 83년 10월 송추초등학교 가을 운동회. 이날의 하이라이트 1학년 학생들의 꼭두각시. 이날 입은 의상은 어머니들의 몫이었다. 우리 어머니의 야물진 솜씨를 보시라.




도리깨 : 곡식의 이삭을 두드려서 알갱이를 떠는 데 쓰는 농기구

키 : 곡식 따위를 까불러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

깨끼 : 원래 시접 없이 가는 솔기의 선만 나타나도록 하는 바느질을 일컫지만 고운 모시나 견직물인 항라, 노방처럼 속이 비치는 얇은 옷감으로 맡든 한복을 통칭

배자 : 저고리의 위에 덧입는 소매가 없는 옷

동정 : 저고리나 두루마기 깃 위에 덧대는 하얗고 좁은 천을 말하며, 옷의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