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글, 긴 뒷맛> 3
정확히 300자(공백포함)의 짧은 글을 쓰겠습니다.
하지만 긴 잔향(殘響)이 남는 글을 쓰겠습니다.
인제 하추리 도리깨 축제.
파란 가을 하늘 아래, 키 큰 아버지가 깃발을 세우고 풍물놀이패를 이끈다.
메기고 받는 노동요를 부르며 도리깨를 짊어진 어머니도 입장한다.
도리깨질, 키질, 절구질, 떡매질이 차례차례 이어지고
고소한 인절미가 모두에게 나눠진다.
아들은 부모의 재롱을 놓칠세라, 두 눈 반짝이며 카메라를 든다.
42년 전 가을 운동회.
어머니는 전날 파란 깨끼 배자에 정성껏 동정을 달아주셨다.
꼬마 신랑 신부의 꼭두각시 놀음에 함박 웃음을 지으셨다.
아버지는 모래 자루를 번쩍 들어 힘자랑을 하셨다.
오늘 아들은 웃고 있지만 슬프다.
도리깨 : 곡식의 이삭을 두드려서 알갱이를 떠는 데 쓰는 농기구
키 : 곡식 따위를 까불러 쭉정이나 티끌을 골라내는 도구
깨끼 : 원래 시접 없이 가는 솔기의 선만 나타나도록 하는 바느질을 일컫지만 고운 모시나 견직물인 항라, 노방처럼 속이 비치는 얇은 옷감으로 맡든 한복을 통칭
배자 : 저고리의 위에 덧입는 소매가 없는 옷
동정 : 저고리나 두루마기 깃 위에 덧대는 하얗고 좁은 천을 말하며, 옷의 매무새를 단정하게 하고 얼굴을 돋보이게 하는 역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