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자음, 사람의 소리
매년 나의 공황은 가을이 고비다.
하지만 올해는 봄부터 심해진 신체증상
몸과 맘이 지쳐간다.
"박서방, 맛있는 거 먹으러 와"
혼자서 처가인 속초로 향한다.
내리자마자 환복하고 영랑호를 달린다
멀리 보이는 노을 물든 울산바위
호수를 따라 은색 갈대가 흔들거린다.
한 번도 달려보지 않은 초행길
뛰는 내내 불안이 몽글몽글 피어오른다.
저녁을 먹는 내내 수다스럽던 나는
공황 얘기를 꺼내다 주르르 눈물을 흘린다.
부모님껜 "별 일 없이 잘 지내요."하면서도
장모님껜 “저 너무 힘들어요.” 징징 댄다.
"아이고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미안해."
사무실에 앉았는데 120까지 오르는 심박수,
건강염려증이 발동해 바로 사내병원엘 갔다.
진맥을 짚더니 "부정맥이 느껴진다"며
바로 심전도를 찍었지만, 결과는 정상
자리로 복귀해 심장질환을 폭풍검색
다음날 출근길, 유난히 다리에 힘이 없더니
얼마 못가 낙엽처럼 길바닥에 주저앉았다.
하필이면 9월 11일 아침.
나는 떨리는 손가락으로 119를 눌렀다.
십여 분 만에 응급실 침대에 누어있는 나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모두 정상이다.
그제야 와이프한테 전화를 했다.
"나 지금 응급실야."
"어 괜찮아?"
무심한 아내 반응이 공황에는 더 낫다.
돌아보면 브런치작가 도전이 트리거였다.
추석 전 결과를 받으려,
회사일도 바쁜데 자투리 시간에 글만 써댔다.
정해진 납기는 누구에나 스트레스
결국 먹던 약을 증량하니 증상은 가라앉았다.
단풍이 예쁘게 물들어가는 10월,
동생네 가족과 부모님 댁에 모였다.
아무도 안 간다길래,
엄마와 나, 단 둘이 근처 온천으로.
따뜻한 노천탕에 몸을 담궜다.
막 물들기 시작한 단풍숲을 차경(借景)한 큰 창.
가고 오는 차안에서 엄마에겐
결국 공황 얘기를 꺼내지 못했다.
걱정가득한 내가 누구 뱃속에서 나왔는데,
어머니 모르시는게 약일 때도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