ㄷ : 도쿄 여행

1부 자음, 사람의 소리

by 박성봉


도쿄 여행 첫째날


삼월 중순 도쿄는 포근한 봄햇살로 가득했다.

하지만 그늘 진 건물 사이로

불어오는 찬바람은 계절의 경계를 느끼게 했다.

거울처럼 빛나는 빌딩 유리창엔

저마다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이 비쳐있다.

옛 상사(上司) Y의 은퇴를 축하하기 위해서 온 여행.

일본 애니와 캐릭터를 좋아하는 하윤이도 함께 왔다.

사택(社宅) 옆 동에 살며 당시 막 결혼한

우리 부부와 마주치면 수줍어하던 Y상.

옆에서 '곤니치와' 인사하던 어린 따님은

이번에 벌써 대학을 졸업한 단다.

그러고 보니 Y는 머리에 서리가 내리고

얼굴 주름은 깊어졌다.

오는 봄 막지 못하듯 가는 세월 아쉽다.













도쿄 여행 둘째날


스시는 느끼해, 라멘은 너무 짜.

많이 걸어 다리가 아프다 떼쓰고,

봄바람이 춥다고 칭얼대는 하윤이.

하지만 인형 뽑기 기계 앞에선

두 눈이 반짝반짝 빛난다.

게임기에 쓴 돈을 다 합치면

더 좋은 인형도 사겠건만

하강 버튼 누르고 나서의 도파민은

옆에서 보는 나조차 제어가 힘들다.

그날 디즈니시(Sea)에서 DPA가 없어도

타고 싶은 놀이기구는 기다리고야 마는 고집.

그날 밤 우리는 봉제인형들을

두 손 가득 안고 호텔로 돌아왔다.

원하는 것을 분명히 알고

또 그것을 손에 쥘 때까지 도전하는

우리 딸의 모습은 나와 다르다.

우리 딸 누구를 닮아 야물지게 컸을까.



*DPA : Disney Premier Access (패스트 트랙)













도쿄 여행 셋째날


추적추적 내리는 봄비

생각보다 너무 시시한 산리오랜드

전철 타고 한 시간이나 걸려 왔건만

급히 계획을 바꿔 근처 온천으로

이제는 남탕 여탕 헤어져야 할 시간

‘어떻게 하나’ 망설이고 있는데

기적처럼 나타난 한국어 패치 아주머니

전화기를 깜빡 두고 온 딸에게

“온천하고 1시간 있다 여기서 만나기다.”

혼자서 온천도 살뜰하게,

뜨끈한 찜질도 느긋하게 즐기는 아이

그날의 하이라이트는 동전 게임

쌓인 동전이 철판에 밀려 촤르르 쏟아진다

15년 전 신혼인 우리 부부가 즐기던 바로 그 게임

세월을 거슬러 두 여인과 즐기고 있는 나

빗나감, 우연이 만든 선물 같은 기적들



타케토리노유 - 竹取の湯 (たけとりのゆ)

https://www.taketorinoyu.com/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