ㅈ : 지켜보다

1부 자음, 사람의 소리

by 박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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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하윤아, 기억나니?

아빠가 자전거 태우고 이곳저곳 많이 다녔지.

나 혼자 탈 땐 페달 밟느라 주변 풍경을 잘 보질 못했어.

하지만 너에겐 탁 트인 세상을 실컷 보여주고 싶었단다.

그래서 시트를 사서 내 등만 보이는 뒷좌석이 아니라

앞에다 설치해 널 태운 거야.

아빠 어렸을 때, 일요일 아침마다

<미래소년코난>이라는 만화를 봤어.

거기에 세 명의 어린이 주인공이 비행선을 타고 다녀.

위로 올라가면 탁 트인 전망대.

아빠도 거기에 너무 타보고 싶었어.

네가 보는 풍경도 그와 같을까?

하윤아, 넌 넓은 세상을 맘껏 바라봐.

그리고 힘찬 바람을 태풍처럼 맞아라.


* 미래소년 코난(未来少年コナン)은 1978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첫 연출작으로

멸망한 지구 배경의 문명 비판 메시지를 담았으며,

한국에서는 1982년(KBS)부터 방영되어 국민적 사랑을 받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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졸업식


아이의 유치원 졸업식,

고사리 손에 들린 졸업장이 앙증맞다.

졸업(卒業)이란 한자를 떠올려본다.

옛날엔 왕이 죽으면 붕(崩),

귀족이 죽으면 졸(卒),

평민이 죽으면 사(死)라 했다.

최근 장례식에선 모두에게 쓰이는 卒.

낮은 신분을 뜻하는 卒兵의 卒.

갑자기를 뜻하는 腦卒中의 卒.

우쭈쭈해줘야 할 새싹들에게

너무 무거운 단어가 아닐까.

졸업은 끝이 아니라 징검다리.

차라리 단단히 여물라고 '열음날',

더 높이 오르라고 '디딤날'이라 부르면 어떨까.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데,

담장 안에만 갇힌 아이들.

새 학교 들어가거든 부대끼며 자라라.


* '卒'자가 한글 '쭈'와 비슷하게 생겨서 일부러 넣은 '우쭈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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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검진


나에게 현직장 최고의 복지는

매년 배우자와 함께 받는 종합검진이다.

식단과 운동을 열심히 한 덕인지 수치는 매우 좋다.

단 LDL이 소폭 높고, 141 (기준<129mg/dl),

달리기 여파로 동성서맥이 나온 것 빼고는.

둘 다 치료는 필요 없다.

이번에 가장 잘한 선택은 연속혈당측정(CGM).

2주간 음식과 활동에 따라

혈당 변화를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문득 '회사는 왜 이런 비싼 관리를 해주지?' 생각했다.

더 많은 성과를 짜내기 위해 관리받는 젖소가 된 기분이다.

하지만 이 노동력마저 AI가 대체한다면,

건강한 우리는 과연 무얼 해야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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