ㅋ : 콜라주(collage)한 추억들

1부 자음, 사람의 소리

by 박성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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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


딸은 언젠가 아비 품을 떠난다.

그래서 아직 어릴 때

아빠와의 추억을 만들어야 한다.

소설 속 남도 사투리와 음식이 궁금해

단둘이 떠난 여수.

동백 진 오동도, 둘만의 모험을 하고

케이블카 승강장으로 향했다.

앞선 일행들, 우리 둘만이 한 차에.

투명한 유리 바닥, 아득한 높이.

저 멀리 도착지는 보이지 않고,

열린 창문으로 거친 바닷바람.

불안과 함께 공황이 왔다.

아직 어린 여섯 살 딸,

일단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분이 지났을까, 가까스로 진정하고

땅을 밟자 안도감이 몰려왔다.

왕복표를 버린 채 걸어 내려왔다.

하윤아, 언젠가 아빠 무서울 때 잡아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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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프렌즈


전주에 오자마자 한정식을 먹고,

영화로 유명해진 동물원에 갔다.

낡음이 주는 푸근함으로

시간여행을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향한 수국 핀 한옥마을.

예전에 이곳에서 국궁(國弓)을 본 적이 있다.

아득한 거리, 팽팽한 시위,

그리고 명중.

그때 화살을 담는 통을 전통이라 했다.

전통(傳統)의 거리에서 전통(箭筒)을 떠올리며 걷는데,

한옥 처마 아래 카카오프렌즈 매장이 보인다.

첨단이 전통과 한데 어우러져 있다.

늙음이 낡음이 아니듯,

오래됨은 아름다운 것이다.

나는 늙어가도 낡지 않고,

딸을 살아 있는 화살로 멀리 쏘리라.

아빠는 활로 남으니 너는 멀리 날아라.


* 손재곤 감독 2020년 영화, 《해치지않아》

* "너희는 활이다. 자녀는 그 활에서 쏘아져 나가는 살아있는 화살이다."

칼릴 지브란의 《예언자》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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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0823_171356(2) (1).gif
20240707_153005(1).gif 캐리비언베이 가기전 두 달전에 하윤이가 참가한 핀수영 대회 배영 50m. 참가자 4명이지만 그래도 은메달! ㅎㅎ


캐리비언베이


아내와 나는 둘 다 생일이 8월.

딱 하루 차이다.

생일을 앞두고 방학 내내 조르던 딸의 성화와,

지나가는 여름이 아쉬워

우리 가족은 캐리비언베이로 향했다.

여름 성수기, 발레 주차는 필수다.

항상 운전대를 잡는 아내에게

칭찬 포인트 적립.

물을 싫어하는 아내,

물에 사족을 못 쓰는 딸과 나.

언제 또 셋이 야외 물놀이를 할 날이 올까.

‘아니다 여보, 다음엔 진짜 캐리비언 바다를 가자.

비행기 두 번 갈아타고 멕시코 칸쿤에 가서

에메랄드빛 바다 사이로 흰 모랫길을 걸어보자.’

인생은 조각 사진들을 모아 놓은 콜라주.

오늘도 추억 한 조각 덧대 본다 마음에.







월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