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라는 것과 바라도 되는지가 고민될 때
고민이 많다. 아직 이른 나이지만, 벌써부터 무엇이든 해낼 수 있을 거란 마음이 꺾여가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나이이기에 가능성이 있다고 되뇌이면서도 오히려 모르는 것이 너무나 많기에 사소한 것들에 대한 두려움들이 아직은 거대한 몸체로 나를 짓누른다.
나는 작가가 되고 싶다. 하지만 솔직히 말해 누군가가 너는 앞으로 뭘 할 것이냐고 물으면 그렇게 답하지 못할 것 같다. 남들에게 내세울 상장 하나 없이 작가가 되고 싶다 말하는 것은 마치 어린 시절 저지른 잘못을 고백하는 것만 같은 기분을 들게 한다. 나 자신이 글을 쓰면서도 끊임없는 의구심이 마음속에서 모기가 날듯 앵앵댄다. 까놓고 말해 두렵다. 누구에게도 나 글 좀 쓴다라고 말할 자신이 없다. 그럼에도 계속하는 이유는 그렇다고 이것을 포기할 자신이 있느냐 하면 그렇지도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을 놓아버리는 순간 나 자신을 놓아버리게 될 것 같아 더욱이 두렵다.
시작은 이러했다. 글을 쓰는 것에 큰 관심이 없는 어느 날 단지 책을 읽다, 공부를 하다 어느 생각을 타인에게 전달할 때 이는 문제에 관해 몰두하게 되었다. 논리적인 결점이 없다 하더라도, 같은 단어 하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같은 문장을 말하고 들었음에도 우리는 전혀 다른 생각을 갖게 된다. 누군가에게 꿈이란 단순히 수면 중 발생하는 뇌의 동작일 뿐이고, 누군가에게는 미래의 파편, 누군가에게는 무의식에서 튀어나오는 정신적인 상태의 단서일 수 있다. 그렇기에 누군가가 무언가를 오해 없이 전달하기 위해서는 말하고자 하는 주요 단어들을 모두 정의하고 시작하여야 한다. 하지만 문제는 책이 아닌 입으로 그런 과정을 거친다면 누구도 말하는 바를 귀담아듣지 않고 지나치리라는 것이다. 나에게는 이것이 아직 난제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림 한 점을 보게 되었고 그 순간 끊임없는 감정과 사고가 뒤엉켜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리고는 잠시 후 한 가지 감상으로 귀결되었다. "갖고 싶다". 그 순간 나는 예술이 어떠한 감정을, 개념을, 생각을, 바람을 전하는 방식에 매료되었다. 어떤 오해가 생기고, 내가 원하는 바를 그대로 전하지 못할 수 있다는 문제는 그 전달의 강렬함에 비하면 한 없이 작아 보였다. 그리고 그날 밤 나는 그렇다면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되었다. 미술. 솔직히 그림에 자신이 없었다. 노력을 해볼 수 있겠지만 확실한 건 선천적으로 뭔가 대단히 괜찮지는 않았다. 음악. 연주할 줄 아는 악기는 전혀 없었다. 노래도 좋아는 하겠지만 잘하는 것과는 거리가 상당히 멀었다. 무엇보다,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감이 조금도 오지 않았다. 나는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그러다 글을 쓰는 것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다른 것보다 일단 해보고 내가 가망이 없는지 어쩐지 확인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나름 에세이를 작성하는 것에 있어서 자신감이 어느 정도 있었던 탓도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리석은 나는 시작조차 하지 못했었다. 나 자신조차 내 바람을 비웃고 있던 탓이었다.
정정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예술이 하고 싶다. 여전히 죽기 전에 한 가지 악기를 배워, 조잡하더라도 한 곡을 작곡해보는 것이 소원이다. 내가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녹화해 유튜브에 올려보는 것 역시 목록에 들어있다. 여전히 그림 그리는 것에 큰 소원은 없는 듯하지만.
어쩌면 당신이 예상하고 있듯이, 나는 그것들을 열렬히 준비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두렵다. 두려워서, 수많은 타협점을 찾다가 지금은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고 있다. 혹여 존경하는 프로그래머 및 프로그래머 지망생들이 나를 아니꼽게 보지 않기를 바란다. 나 역시 진지하게 공부에 임하고 있으며, 열정을 갖고 있다. 다만 예술가가 되고 싶다는 마음을 아직 마음에 품은 채로, 조금씩이나마 아등바등하며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전히 두려움을 갖고 있다. 다만 두려움에 덜덜 거리는 다리를 절며 어떻게든 기어라도 보려 할 뿐이다. 그 조차도 종종 지쳐 주져 앉아 버리지만.
항상 부정적인 생각이 머리를 가득 채울 때면 나에게 되뇌이는 말이 있다. 그래 내가 무얼 하든 나는 실패할지도 몰라. 그런데 어차피 다 실패할 거라면 하고 싶은 걸 하다가 실패하는 게 조금이라도 낫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