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와 자연, 따듯한 시원함

울란바타르 시내를 걸을 때

by 쵸이


이르쿠츠크행 기차표를 발행받은 후 우리는 복드칸 궁 박물관을 향해 걸었다. 꽤나 먼 길이었지만 우리는 도시를 걸어 다니며 걸어야만 느낄 수 있는, 볼 수 있는 풍경과 느낌을 느끼고 싶었다. 맑은 날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모래 알겡이들이 입과 눈에 날아 들어왔고 아침을 걸렀던 터라 타는 갈증과 처진 배고픔이 우리 발걸음을 무겁게 했다. 그래서 우리는 수퍼에 들어가 통하지 않는 말로 음료를 구매했다. 나는 환타를 사 마셨는 데, 이게 어찌 된 건지 나라마다 음료 맛이 전부 다르다. 몽골의 환타는 솔직히 내가 사랑하는 환타가 아니었다.


배고픈 와중에도 우리는 몽골 전통음식은 아니어도, 현지에서 값싸게 즐겨먹는 음식이라도 사 먹어 보고 싶었다. 하지만 우리가 가는 길이 주거구역을 벗어난 곳이어서 그랬던 건지 좀처럼 음식점은 눈에 보이지 않았고, 심지어 포기하고 중간에 들어간 피자집은 10시가 되었음에도 문을 열지 않았다. 결국에 배고픔에 눈이 멀어 들어간 곳이 KFC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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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고서 우리는 삼십 분 정도를 쉬다가기로 했다. 이미 10km 이상을 걸어다닌 탓도 있었지만 그보다는 전날 늦은 밤에 비행기를 타고 오며 다들 한 시간씩 쪽잠을 자고 난 뒤 사실상 한숨도 자지 못했고, 심지어 그 전날은 여행 전날이라는 미명 하에 새벽까지 놀다가 잠들었었기에 피곤하다는 맘 보다는 졸리다는 것이 더 컸다. 걷다가 잠시 쉬자며 어디에나 걸터앉으면 이내 고개가 바닥을 향하며 잠에 빠졌다. KFC에 앉아 있는 삼심분도 우리는 돌아가며 잠에 빠졌다가 깨어났다를 반복했다. 솔직히 숙소로 돌아가 자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그럼에도 여행 첫날의 설렘이 우리 발걸음을 이끌었고, 우리는 복드항 궁 박물관에 도착했다. 복드항 궁 박물관에 대한 느낌은 사실 왕궁이라기에 기대했던 웅장함은 없었고, 관리도 그리 잘 되고 있지 않다는 기분이었다. 그래도 입장료가 비싸지 않았기에, 그래서 그런가 보다 하는 느낌도 들었다. 확실한 것은 익숙하면서도 이색적인 느낌의 건물들과 불상들이 가득했고, 중앙아시아는 동북 동남 남아시아와는 또 다른 발전을 해 나갔다는 걸 느낄 수 있었다. 그렇지만 무언가 살짝 아쉬웠던 기억이 남는다.

IMG_1940.JPG 복드칸 궁 박물관 입구

박물관 구경을 마치고, 우리는 다시 걷기 시작했다. 목적지는 자이승 전승 기념탑. 이미 피곤에 지쳐있었지만, 아직도 군대에서나 얼굴을 마주 보던 우리가 사회에 나와 해외를 걷고 있다는 게 너무 신기해서 그런 묘한 기분으로 즐겁게 걸었다. 그런 우리를 공원에 한국식 정자와 우리나라 국기가 보이는 작은 공원이 반겼다. 신기해 가보니 이곳의 이름은 이태준 기념공원. 몽골에서 활동하신 의사이자 독립운동가이신 이태준 선생을 기념하기 위한 공원이었고, 작게나마 박물관이 마련되어 있었다. 따로 관리하는 인원은 없었지만 여전히 한글 된 설명들을 찾을 수 있었다. 생각지도 못한 이국 어딘가에서 독립운동의 발자취를 마주한다는 것은 결코 가벼운 것이 아니었다.


해당 공원 안에 게르 두 채가 있어 처음에는 공원을 관리하는 분들인 줄 알았다. 그러나 몽골 도심을 거닐다 보니 공터가 있으면 사이사이로 게르들이 서 있었다. 우뚝 솟아 있는 건물들 옆에 무심하게 펼쳐진 게르들은 이곳이 몽골임을 끊임없이 되새겨 주었다. 걸어가다 보면 작은 산들이 도시 밖으로 솓아 있는 데, 뭐랄까 푸른 풀만이 무성하고 나무가 없는 모습을 보면서 때로는 반만 나무로 차있는 모습을 보면서, 한 번도 보지 못한 것을 본 그 느낌을 다시금 느꼈다. 이런 느낌은 처음으로 바다에 나서 큰 바다와 큰 파도를 본 느낌, 처음으로 별이 쏟아지는 하늘을 본 그런 느낌을 주었다. 그런 산들을 보며 우리끼리 꼭 한 번을 저런 데 올라가 보자라고 서로 다짐을 해데었다.


그럼 마음을 조금이나마 충족시켜 주었던 것이 자이산 전승 기념탑이었다.

IMG_1950.JPG 숨막히는 오르막


그리 높지는 않지만 끝없는 계단은 이미 십수 키로를 걸어온 우리를 내려다보았고 우리는 작은 한숨이라기엔 너무 가쁜 숨을 가지고 계단을 마냥 올라갔다. 한참을 올라가고야 알았다. 이 계단을 오르기 전 옆에 건물이 한 체 있는 데 그곳을 이용하면 엘리베이터나 적어도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중턱까지는 갈 수 있던 것이다. 그러나 마나 아는 게 없던 우리는 마냥 걸어 올라가고서야 깨달았고, 차라리 외면하며 애써 낙담하지 않으려 애썼다.


정상에 도달했을 때, 힘들다는 것을 머리가 기억하기에는 눈 앞에 펼쳐진 풍경이 너무 아름다웠다. 사실 도시를 벗어나 바라본 몽골에 비한다면 이조차 그리 대단치 않았지만, 그때 이러한 풍경을 처음으로 마주한 우리는 너무나 너무나도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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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자에 걸터앉아 숨을 몰아쉬며 맑은 하늘에서 불어오는 서늘한 바람에 우리는 서로를 돌아보며 오기 너무 잘하지 않았냐며 웃음을 지었다. 그도 그런 것이 한국에서 제일 더울 때 몸이 녹는 게 아닐까 하던 게 바로 어제였는 데, 이곳에서 시원한 바람을 맞이하니 정말 행복에 곂다는게 어떤 것인지 몸으로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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