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여행 첫 날.
언덕 위에서 맞이한 행복을 뒤로하고 우리는 또다시 출발했다. 수흐바타르 광장을 향해서. 사람 사는 동네가 으레 그러하듯 이곳은 내외국인을 가리지 않는 관광지라 보따리 상인들이 길 한켠에 물건을 흐쳐두고 팔고 있었다. 고비 사막에서 가져왔다는 작은 색색의 돌이 박힌 목걸이가 눈에 띄었다. 가격을 물어보니 우리 돈으로 개당 천 원. 큰 고민 없이 나의 친구 1이 3개를 사더니 오늘을 기념하자며 다 같이 목에 나눠 걸었다.
우연히 만난 우리였다. 해군에 지원하여 한 배에 우연히 모였던 우리는 다행스럽게도 서로에게 못난 모습보다 좋은 모습들을 보여왔다. 거진 2년을 같은 공간에서 서로에게 미움을 남기지 않았고, 그렇기에 흔히 생긴다는 친구와의 여행에서 일어나는 문제 같은 것도 없었다. 우리끼리 말했다. 여기 와서 싸울 거였으면 이미 군대에서 충분히 싸웠을 거라고. 그렇게 우린 모두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다 홀연히 군대라는 곳에 모여들어 엮인 인연들로 뜬금없이 몽골 땅에서 우애를 나눴다.
확실히 내려가는 게 올라가는 것보다 쉽다. 그도 그럴게 올라갈 때는 언제 도착하나 하는 생각뿐이 없었는 데, 내려가는 길에는 사색 식이나 하고 있으니. 개다가 중턱부터는 아까 힘겨이 올라가며 보아둔 엘리베이터를 타고 내려갔다.
우리 여행 첫날을 기념하며 언덕 아래에 있는 식당에서 몽골식인지 어디식인지 잘 모를 꼬치구이를 사 먹었다. 사실상 거의 잠을 자지 않은 우리는 너무나 긴 날을 보내고 있었고, 그 긴 날을 너무나도 꽉 채워 보내고 있었다. 1년을 상상해오던 순간이 오늘이 되어 있었다.
드디어 도착한 꼬치구이는 완벽했다. 사실 몽골 여행 내내 먹었던 육류와 유제품 중 그 어느 것도 맛있지 않은 것이 없었다. 어딜 가나 우유 하나 사들고 훌쩍거려도 행복에 겨웠다. 잔뜩 흥에 겨운 우리는 서로에게 아직 우리 첫날이냐며 잠에 덜 깬 소리를 해대었고, 아직도 그런 나날이 일주일은 더 간다는 사실에 즐거워했다. 그러던 친구2가 갑작스레 말했다.
"아 맞다 나 수강신청해야 하는 데"
인터넷 안 쓰는 게, 아니 못 쓰는 게 익숙하던 우리는 딱히 필요치 않다고 생각해서 유심을 사지 않았었다. 그래서 곧바로 유심을 구매하러 이동했고, 7기가 바이트 선불 유심을 구매하는 데 너무 저렴해서 놀랐다는 점은 기억이 나는데 가격은 기억이 안 난다.. 문제는 구입한 유심이 작동이 안돼서 한참을 직원 분이 노력해주셨고, 기다리는 와중에 나와 친구1은 극심히 헤드뱅잉을 하고 있었다. 계속 잠에 들었다 깨는 탓에 시간 개념을 상실한 나는 한 시간은 흘렀다고 생각해 걱정되는 마음에 친구 2에게 걸어갔다. 환불해야 하나 마나 서로 대화를 하던 와중에 직원분의 표정이 너무나도 밝아졌다. 인터넷이 우리 손에 들어왔다. 그 길로 우리는 다시 택시 같아 보이지 않는 택시를 잡아타고, 수흐바타르 광장으로 이동했다.
사실 오늘 중 가장 기대하던 곳이었지만, 사진을 찍는 외국인 관광객들을 가장 많이 본 곳이었지만 자이승에서 너무 즐거웠어서 인지 아무렇지 않았다. 큰 동상. 멋있는 건물들. 아름다운 하늘. 구경을 했고. 숙소로 향했다.
숙소에 도착해 씻으려하자 주인 아주머니가 온수기를 틀어주셨는 데, 조금도 뜨듯한 물이 나오지 않아 아 여긴 군대다 하는 마음으로 찬물로 대강 씻고 나왔다. 친구들도 모두 그리 씻고 나왔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린 알지 못했다. 뜨거운 물에 요금을 붙일 것이랄 것을. 솔직히 얼마나 내라 하겠나 싶었다. 숙소값이 일박에 오천원이었어서 아 뭐 그래 좀 내지뭐 했다. 그랬더니 일인당 온수비로 오천원식 받았다. 아.. 이럴거면 차라리 일박에 만원짜리 가지..
좀 황당하기도 했지만, 나가서 저녁을 먹으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내일 테렐지로 이동해 게르에서 숙박할 예정이었기에 간식도 샀다. 이제 들어가서 자는 일만 남았다. 자려는 데 주인 아주머니가 또 판을 깨신다. 단체 손님이 올 예정이니 자리를 좀 옮겨달란다. 옮겨주지 않을래?가 아니라 옮기는게 좋을거다 수준. 다들 짜증이 나 뭐라도 한마디 해볼까 하다가 힘없이 짐을 다시 싸매고 자리를 옮겼다. 이 날 때문에 더이상 친구들이 값싼 숙소를 원하지 않았다. 하필 여행 중 최악의 숙소를 가장 처음 만나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