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란바타르 - 기차표 패닉

아무런 말도 통하지 않는 곳, 정보가 배신할 때

by 쵸이






IMG_1918[1].JPG 울란바타르 기차역에서 바라본 시내


너무 이른 시간에 도착한 우리는 이미 정해진 목적지를 향해 모두가 떠나간 공항에 주저앉아 해가 뜨기를 기다렸다. 택시 기사 아저씨들이 우리에게 와서 갈 호텔은 있냐, 택시 타지 않겠냐고 물어보기에 우리는 다만 해 뜨면 이동할 거라고 답하며 시간을 죽이고 있었다. 그도 그런것이 첫 계획은 기차역에 가 러시아 이르쿠츠크행 기차표를 애매하는 것이었고, 매표소가 열리려면 적어도 아홉시는 되야 할 것이었다. 지금 시간은 5시. 우리는 공항 화장실에서 세수나 하며 시간을 때우고 있었다.


아저씨 한 분이 우리에게 다가와 말하셨다. "택시 필요해요?" 한국말이었다. 영어도 아닌 한국어에 당황한 우리는 그냥 해 뜰 때까지 기다리다 나갈 계획이라고 말씀드렸다. "어디 가는데요?" 40대로 보이는 아저씨는 어눌한 한국말로 계속 물어보셨다. 우리는 기차역에 간다고 말씀드렸고, 아저씨는 다짜고짜 데려다줄 테니 타라고 하셨다. 우리는 이렇게 이른 시간에 가도 되는 건지 물었고 아저씨는 기차표를 살려면 일찍이 가서 줄을 서야 한다면서 우리를 재촉하셨다. 그 말에 괜히 다급해진 우리는 머리가 멍해져 더 이상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아저씨를 따라나섰다.


아저씨는 길게 늘어선 택시 표시를 단 그런 진짜 택시들을 보시며 "이런 택시들은 비싸서 안돼"라는 말을 하시고는 웬 자가용 차 앞에 서시더니 트렁크를 열었다. 택시라 하면 당연히 상상되는 그런 모습들이 있지 않은가? 천정에 붙은 택시라는 표식이나, 아니면 차량 색상이라도 다르던가. 하지만 그 차량은 지극히 평범한 자가용 차량이었다. 망설이는 우리 손에서 짐을 집어다 실으시는 아저씨를 바라 보며 뭔가 잘 못 되어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잠시 스쳤지만, 남정네가 세명이나 있는 데 무슨 일이 날까 싶기도 하고, 외국이라 그런간가 하는 밑도끝도 없는 설렘에 이성이 무뎌져 그냥 타버렸다. 당연하게도 미터기 따윈 없어 가격 흥정을 해야 했고, 달리는 차 안에서 우리 딴에는 최대한 깎아본다고 흥정해댔지만 사실 이미 택시를 탔으면 진거다.


뭐 그것도 여행의 묘미가 아니겠냐며 달리는 차에서 창밖을 바라보며 설렘을 키워갔다. 상상했던 초록색 풀로만 뒤덮인 언덕들이 보였다. 끝도 없이 펼쳐진 지평선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는 키릴 문자들이 뿜어져 나오기 시작했다. 드디어 몽골이다.

울란바타르 기차역 정면
울란바타르역 기준 좌측에 있는 매표 건물


역사에 도착해 아저씨는 우리를 표를 예매할 수 있는 건물로 데려다주시면서, 일찍이부터 줄을 서지 않으면 표를 사기 힘들다는 식으로 말씀을 해주셨다. 사실 개장까지 2시간이나 남았기에 위 사진처럼 사람들이 흩어져 마냥 앉아서 기다리기만 하고 있었다. 개다가 몽골의 아침은 좀 으슬으슬했는 데, 이게 또 너무나 행복한 것이 출발하기 전 한국은 거의 40도를 육박해가는 불 구덩이었어서 이 으슬으슬함이란 거의 축복에 가까울 정도였다. 그탓에 우리는 아직 아무것도 하지 않았음에도 서로에게 야 우리 몽골 오기 잘했다며 기분이 좋아졌다.


마냥 기다리다 무료함에 빠진 우리는 예매 후에 무얼 할지 결정하자며 관광책자를 펼쳤고, 거기서 지도를 훑어 보다 당황하기 시작했다. 지도에는 매표소가 우리가 있는 곳 반대편에 있다고 표시되어 있었다. 그렇게 반대편을 바라보니 이곳 철도청 마크와 비슷한 마크가 그려진 건물이 있기는 했다. 그렇다고 옆에 계시는 분을 붙잡고 물어볼 용기는 안나고. 여행 책자는 저쪽이 맞다하고. 참. 나는 여지껏 기다린 게 아까우니 여기 있다가 여기가 아니면 저리로 가자 파였고, 친구들은 지금 지도에 표시된 곳으로 이동하자 파였다. 다수결에 밀려 우리는 반대편에 있는 건물로 이동했다.


문제는 반대편에 있는 건물에 도착했으나, 여기도 8시까지 열지 않는다는 점. 뭐라고 적혀있는지 전혀 모르겠다는 점 때문에 우리의 불안은 점점 불어나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두 건물의 사진을 모두 찍은 후 예약해 둔 게스트 하우스로 가서 물어보기로 하고, 집도 두고 다닐겸 게스트 하우스로 출발했다.

IMG_1924.JPG 열리지 않던 대문


도착해 체크인을 하려하는 데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문제가 발생했다. 1인당 1박에 5000원으로 3인이 15000원이고, 선금으로 3000원을 냈기 때문에 우리는 12000원만 내면 되었다. 문제는 아주머니 말로는 우리 예약이 등록이 안되었다고 하고, 나는 이미 3000원을 냈으니 어찌해야 하느냐가 문제였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흔쾌히 이해했다고 하시고 계산기를 두드리시더니 뜬금없이 36000원을 내라고 하셨다. 지금에야 한국돈으로 기억하지만 그때는 익숙하지도 않은 투그릭으로 말씀하셔서, 더 당황해 우리끼리 직접 계산하며 그렇게 많은 돈이 나올 수 없다고 3차례에 걸쳐 설득한 끝에 마지못하다는 듯이 12000원을 받으셨다. 1인당 5000원인데 도대체 어떻게 해야 일박에 삼만원이 넘는 것인지.. 이때 이곳에서 숙박하는 것이 실수였다는 것을 깨달았어야 했다.


체크인이 끝나고 짐을 내려놓은 후 우리는 기차를 예매하는 건물이 어딘지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아주머니는 뜬금없이 둘 다 맞다는 대답을 하셨다. 그러더니 몽골사람들은 기차를 타기보다 버스나 자차를 이용하신다며 이런저런 얘기를 해주시는 데 이미 우리 머릿속은 멍텅 해져, 그냥 또 직접 가서 확인 해 봐야지 뭐 하는 생각뿐이 없었다. 그나마 짐이라도 두고 홀홀히 걸어 다닐 수 있으니 좋은 맘으로 다시 밖으러 나와 기차역을 향해 걸었다.

IMG_1926.JPG 숙소 앞 놀이터


다시 기차역으로 향하는 길. 우리는 다시 두 가지 계획을 세웠다. 주린 배를 채우는 것과 환전을 하는 것. 그래서 우리는 가는 길에 있는 관광지인 서울로에서 둘을 모두 해결하려 했다. 한국에 있을 때에는 8시면 그리 이른 시간도 아니라고 생각했지만, 이곳에서는 달랐다. 들어가는 식당마다 아직 열지 않았다며 10시나 11시 아주 이르면 9시에나 연다고 했다. 그렇게 먹는건 포기하고 환전이라도 하려 했지만 너무나 당연히 열린 곳이 없었다. 그 때문에 곧장 기차역으로 향하게 되었다. 먼저 기차역 반대편에 있던 건물에 먼저 가 기차표를 구매할 수 있는지 확인해보려 들어갔으나, 그 건물에서 일하시는 분 께서 여기가 아니라 우리가 처음 갔던 그 건물로 가야 한다는 것과, 국제선은 그 건물(사진 속 건물) 이층으로 올라가야 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때마침 바로 옆 건물에 있는 환전소가 막 문을 열었어서 각자 환전업무를 보고 다시 첫 그 건물로 향했다.


막상 들어가 보니 여태껏 해온 모든 걱정들이 허무할 정도로 한산했다. 곧장 매표소로 가 홈페이지에서 확인한 시간과 목적지를 키릴어로 메모해 보여드리니 일사천리로 표를 모두 구했다. 조금 돌아가기는 했어도, 간단한 일이었다.

IMG_1934.jpg 울란바타르 - 이르쿠츠크 기차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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