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UNGFABIO Oct 12. 2017

아이 엠 히스레저

그의 삶의 죽음에 관한 좀 더 자세한 이야기

다크 나이트의 조커 연기는 아마 영화사에 길이 남을 연기가 아니었나 싶다. 특히, 코믹북 세계관을 영화로 옮기면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CG의 역할을 배제한 날것 그대로의 리얼리티를 살리는데 그 초점을 맞추었고, 히스 레저의 조커 연기는 그 동안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리얼한 악당의 캐릭터를 보여주었다. 조커라는 빌런답게, 그 악의 근원이 무엇인지 모를, 아니 그 어떤 이유든 적당하게 지어내면 그만인, 순수한 악으로서의 공포를 연기로 매우 훌륭하게 선보였다. 걸음걸이, 목소리, 표정 등 어느 하나도 히스레저나 기존 조커의 이미지가 아닌, 다크 나이트 세계에서의 조커로서 존재했다.


히스 레저의 죽음은 너무나도 손쉽게 그가 혼신을 다해 조커 역할을 한 점과 연결이 되어 가십으로 퍼져 나갔다. 평소에 수면장애가 있었고, 그로 인해 처방받는 약물들은 흔히 우울증과 같은 질환과 손쉽게 연결이 되기 쉽다. 그의 죽음의 원인에는 평소에 복용하던 약물이 관계가 있긴 했지만, 조커 역할에 너무 빠져든 나머지 실제와 구분이 힘들어진 그가 자살을 했을 것이라는 손쉬운 추측은 너무나도 성급한 것이었다. 하지만, 다른 모든 것들은 휘발된 채 이런 가십은 인터넷을 떠돌며 히스 레저의 삶에 대한 결론을 내리는데 일조한다.


히스 레저와 관계있는 그 누구든 이런 이야기가 필요한 것에 동의했던 것 같다. 90분이 조금 넘는 영화에 그와 작업을 한 거장 감독들이나, 동료 배우들, 가족들의 인터뷰들이 충실히 이어진다. 하나같이 이들은, 그와의 추억을 곱씹으며 약간은 슬프고 아련한 표정을 하면서도, 그와의 추억을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인다.


히스 레저는 매번 영화에서 캐릭터를 충실히 해석하고 독창적으로 표현하는 연기자로서의 모습 뿐만 아니라 전체적인 영화에서 보여지는 모습을 잘 표현해 작가적으로도 뛰어난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사람들의 증언이 따른다. 그는 젊은 시절부터 겉으로는 자신있게 허세를 떨면서도, 작은 제스처 하나까지 철저하게 연습하고 학습하여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는 모습으로 준비했다고 한다. 외모와 나이에 비해 그의 연기의 깊이를 회고하는 이야기가 많은 것은 그가 배우로서 혹은 연출자로서 더욱 더 큰 그림을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너무 일찍 좌절되어 버린 점에 대한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으로 표시된다.


그리고 그는 영화연출 뿐만 아니라, 음악과 다양한 창조활동에 활발히 참여했고, 우리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더 매시스(The Masses)의 프로덕션 활동으로 인해 인디뮤직씬에 미친 영향과 그만의 비전이 기반이 된 다양한 영상물과 창작물을 만들어 내기도 했다. 영화의 많은 부분은 그의 불행한 죽음과 가십으로 가려진 왕성한 창작활동을 다시금 재조명하는 데 할애되고 있다. 그가 감독한 뮤직 비디오나, 그의 영향으로 인해 본 이베어 같은 뮤지션의 음악세계도 영향받았음을 보고 있으면, 그의 빈자리가 더욱 더 아련하고 슬프게 다가온다. 만일 히스 레저가 살아있었다면, 우리는 좀 더 새로운 형식의 영화와 음악 그리고 그런것이 어우러진 다양한 창작물을 동시대에서 향유할 수 있었으리라. 


젊은 배우의 비극에 관한 다큐멘터리는 손쉽게 애도의 클리셰가 되기 쉽다. 하지만, 영화 아이 엠 히스 레저는, 그가 평소에 더 펼쳐보이지 못한 그만의 재능과 많은 창작물들, 그의 주변 사람들에게 끼친 무궁무진한 긍정적인 영향들이 알려지지 않은데 대한 미약한 보상이다. 이 영화는 그냥 잊치고 묻히기에는 너무나도 아름다운 한 사람의 생애와 그의 영향들에 대한 아름다운 추도사이자, 동시대적 예술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는 영화이다. 



* 브런치 무비패스 프로그램으로 시사회 초청을 받았습니다.

작가의 이전글 8 V X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