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은 이미 내일
홍콩에서 서로 엇갈린 썸을 타는 남녀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 미국계 중국인인데, 남자친구를 두고 홍콩으로 1년 일하러 온 루비(Ruby)와 파이낸스분야에 일하며 작가를 꿈꾸며 홍콩에서 10년을 살아온 미국 출신의 조쉬(Josh). 그 둘은 할리우드 거리에서 란 콰이펑을 가기위해 길을 찾던 루비를 조쉬가 길을 안내하면서 이어지게 된다. 서로에게는 이미 만나는 사람이 있고, 갑작스럽게 밤에 이어진 것이 무엇인지 헷갈려하며 각자의 길을 간다. 1년 후 홍콩섬에서 침사추이로 상하는 스타페리에서 재회하는 이들은 이번에는 구룡반도의 멋진 야경을 배경으로 다시금 혼란에 빠지게 된다. 영화가 계속되어 결말이 되어도, 사실 그 의문에 대한 답은 없다.
'홍콩은 이미 내일(Already Tomorrow in Hong Kong)'은 이국적인 공간에서 갑작스럽게 맞딱뜨린 운명의 상대 앞에서의 혼란과 애뜻함을 온갖 세상의 클리셰란 클리셰를 다 가져다 만든 영화이다. 대사나 이야기 흐름 모두 자신의 고향이 홍콩이 아니며, 이국적이고 무국적성의 공간에서 서로의 운명의 어긋남을 조심스럽게 밀고 당긴다. 물론, 그런 요소들이 진부하게 그려지지는 않고 매우 담백하게 표현된다. 이야기를 쫓아가는데 있어서 큰 안타까움같은 것도 없이 매우 편하게 있을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점은 국외 거주인들(expat)들의 민족정체성의 문제, 홍콩이라는 무국적성 공간에 대한 감회, 장거리 연애와 바로 눈앞에서의 해프닝과 같은 인연의 어긋난 사랑에 대한 안타까움 같은 것이 아니다. 이 영화는 아마도 한 10-20년내 만들어진 홍콩에 대한 영화중 가장 아름답고 예쁜 홍콩의 모습을 담은 영화일 것이다.
친구들을 만나기 위해 콰이펑을 향하는 루비를 안내하는 조쉬를 따라 우리는 자연스럽게 소호에서 센트럴, 미드레벨 엘리베이터 같은 홍콩섬의 명소를 걸어다니는 두 남녀의 긴장감가 설렘을 따라 친절하게 안내하는 속도로 구경할 수 있다. 특히, 화려한 스피닝과 카메라워크의 홍보필름이 아닌, 천천히 걸어서 시간을 들여 둘러보는 밤의 홍콩섬을 아름다움을 따라가면서 두 배우의 대사를 듣지 않았어도 크게 관계는 없다. 홍콩에서 10년을 살며 중국출신의 여자친구를 사귀는 남자와, 미국에 남자친구를 둔 중국을 한번도 와보지 못한 중국계 미국인 루비의 문화적 차이나 연애관에 대한 대사들은 너무나도 일반적이고 흔한 것들이라 전혀 듣지 않아도 이야기를 따라가는데 문제가 없을 정도이다.
어느 순간, 영원히 이어질리 없다는 그들은 각자의 길을 가고 1년의 시간이 흐른다. 잘 다니던 금융관련 회사를 더 이상 다니지 않고 작가가 된 거 같아 보이는 차림의 조쉬는 홍콩과 구룡반도 사이의 야경을 누구보다도 쉽게 감상할 수 있는 센트럴항구-침사추이 구간의 스타페리에 오른다. 그리고, 어느 순간 시선에 루비의 모습이 들어온다. 평소에 구룡반도로 갈 일이 전혀 없던 루비는 마침 청킹맨션(!)에 맡겨둔 옷을 찾으러 가던 참이었다. 자연스럽게 다시 이어진 두 남녀는, 청킹맨션을 시작으로 네이선로드를 타고, 침사 추이의 곳곳을 돌고, 템플스트릿 야시장, 몽콕 야시장을 돌며, 새가 점쳐주는 점집에 들르거나 스파이시 크랩을 먹는 등의 매우 상투적인 홍콩 관광객의 루트를 돌게 된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쉴새없이 대화를 하며 천천히 이동하는 설정 때문에, 우리는 구룡반도의 화려한 간판과 오래된 건물들이 주는 대비를 충분히 감상하고, 야시장의 활기나 동서양의 것들이 기묘하게 뒤섞인 홍콩문화를 엿볼 수 있다.
'홍콩은 이미 내일(Already Tomorrow in Hong Kong)'이란 제목은 서양회사들이 홍콩과 협업이나 미팅을 할때, 자신들이 잠을 잘때 홍콩은 벌써 내일을 시작하고 있다는 시차와 문화차를 이용한 이야기에서 따온 제목이다. 국외 거주자들이 무국적성 공간에서 고민하는 모습을 표현하는 아주 전형적인 표현이다. 비록 클리셰로 가득찬, 저예산 멜로이기도 하지만, 이런 클리셰를 매우 담백하고 깔끔하게 잘 담아내었다. 그리고 홍콩의 야경을 가장 최신의 업데이트된 모습으로 즐길 수 있어서, 최근에 홍콩을 갔다왔거나 근래에 여행을 할 사람들은 매우 설레느 마음으로 영화에 몰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클리셰를 이용한 웰메이드 홍콩 관광 영화가 탄생하였다.
*미국 Netflix를 통해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