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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Dec 28. 2017

원더

트리처 콜린스 증후군 때문에 선천적으로 얼굴의 형태에 문제가 있어 신생아때부터 여러 수술을 받아야 했던 '어기' 어거스트와 그 가족들, 친구들의 이야기에 관한 영화이다. 단순한 투쟁, 눈물을 계속 자극하는 신파로 만들어낸다면 얼마든지 이 영화를 더 자극적으로 만들 수 있었을 것이다. 죄책감을 자극하고, 우리 안의 편견과 괴물을  끄집어내는 사건들은 너무나도 쉽게 상상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쉬운 방법을 택하지 않고, 어떤 문제가 드리워진 인물을 중심으로 한 가족들과 친구들이 겪는 '보통의 삶의 문제들'도 함께 조명하고, 같이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매우 탁월한 이야기 전개를 보여준다. 


얼굴 기형 때문에 우주복 헬멧을 쓰고 외출을 하고 집에서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는 중학교부터 보통 학교를 다니기로 한다. 백만물짜리 웃음을 지닌 줄리아 로버츠와 잔잔한 우울함 위로 얼빠진 농담을 주특기로 삼은 오웬 윌슨이 아버지가 있는 가정에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란 어기가 보통 학교에 진학하게 된다. 물론, '특별한' 관심을 필요로 하는 주인공들을 어떤 아이들은 편견없이 다가가고, 어떤 아이들은 어떻게 대처할지 모르거나 하는 나날이 이어진다. 사실 결론은 뻔하다, 좌절하지 않고 강하게 이겨낸 한 아이와 그 주변의 사람들이 일궈내는 제목 '원더(기적)' 그대로 기적적 영웅담이다. 


어기의 중학교 생활을 쫓아가는 이야기 구조는 처음에는 주인공을 중심으로 주변인물을 서서히 보여주는 전략을 취한다. 특히, 어기의 누나인 비아의 존재는 초반부까지는 아예 전면에 드러나지도 않을 정도이다. 어기의 학교생활은 '특별한 관심'을 요하는 상황 때문에 순탄치 않다. 그를 괴롭히거나, 괴롭혀야 한다는 압박을 갖거나, 용감하게 편견 없이 다가가거나 하는 사람들의 끊임없이 충돌하고, 그를 향한 날선 시선들이 교차된다. 

그리고 어기를 둘러싼 가족들과 친구들의 이야기도 서서히 드러난다. 어기의 특수함 때문에 가정의 관심이 조심스러운 비아는 어릴때부터 절친인 머랜다와의 소원한 관계에 대한 괴로움을 겪고 있다. 머랜다는 또 나름대로 비아의 가족을 부러워하며 틀어진 관계를 후회한다. 엄마 이사벨은 어기가 학교를 다니게 되어 불안하면서도 한편으로 자신의 논문을 완성시키기 위한 노력을 시작한다. 아버지는 한 발 물러서 모든 가족의 정서적 균형을 위해 노력한다.

어기를 괴롭히는 사람들도, 잭 윌같이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거쳐 우정을 새롭게 다지는 친구도, 써머같은 편견없이 다가오는 친구들도 생긴다. 어기는 서서히 '특수한 아이'에서 사람들의 유대를 돈독히 다져주는 착하고 똑똑한 아이로 성장해간다.


영화의 결론은 스포일러라고 할것도 없다. 그 모든 역경과 고난을 뚫고 어기는 졸업생 메달을 수여받고 모두의 환호속에 행복한 졸업을 맞이한다. 그리고 어기를 둘러싼 모든 사람들도 나름대로의 성장통을 겪으며 좀 더 나은 사람이 된다. 제목인 '원더(기적)'라는 말은 클리셰처럼 들릴 정도이다. 그리고 누가 생각해도 이 이야기의 훌륭한 결말로서 손색이 없다.

원더에서는 여기에 더 나아가 비아의 연극 '우리 동네(Our Town)'을 인용한다. '보통의 이웃들'의 이야기와 그 보통의 이야기가 지닌 가치를 표현한 이 연극에서 머랜다의 대타를 뛰게 되는 비아가 보여주는 뜻밖의 재능을 화면에 담는다. 특히, 우리 동네에서의 보통의 삶과 일상을 그리워하는 비아의 독백을 통해 우리가 일상적으로 살고 있는 삶이란 것이 얼마나 소중하며, 그 가치는 절대 살아가는 동안 느낄 수 없음을 보여준다. 즉, 어기의 특수함에 대한 이야기도 중요하지만, 그 주변을 둘러싼 다양한 사람들의 '보통의 삶의 문제'가 더더욱 중요한 이야기임을 말하고 있다.


과학에 흥미를 느끼는 어기의 캐릭터를 위해 우주와 관련된 소재가 차용되었다. 비아가 이야기 초반에 어기가 태양이며, 이 태양을 위해 모든 사람이 궤도를 돌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다. 하지만, 영화의 결론에 이르러서는 그 궤도의 어떤것이라도 이탈하면 되지 않는, 공존해야 되는 삶의 모습의 소중함을 더 강조하고 있다. 


'원더'는 매우 특수한 소재를 가지고 보편적인 '우리 동네'의 이야기를 함으로서, 모든 이들이 '기적' 그 자체임을 역설하고 있다. 


*브런치 무비패스 시사회 참여 후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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