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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Jan 29. 2018

반가워요 애플스토어

한국 1호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

오픈 첫날인 토요일은 정말 발 디딜 틈이 없었다. 그 와중에도 사람들은 웅성 거리고, 애플스토어 특유의 '이 분이 방금 맥북으로 구매하셨네요! 와우'하는 서양식 너스레가 이어지고 있었다. 직원들이 안쪽에서 제품을 들고 뛰어오고 고객에게 전달하면 주변의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건낸다. 아마 이 분위이게 제품을 산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애플스토어를 처음 가봤던 곳이 미국 샌프란시스코 포스트 거리에 있는 곳이었는데, 그 날이 아이폰 3Gs가 판매되던 날이었다. 줄을 그 좁은 샌프란시스코 골목을 둘러서 서 있는 동안에도 사람들은 서로 웃으며, 아이폰을 사서 나오는 사람들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보내고 있었다.


'명동이나 이런데 애플스토어 있잖아. 나 얼마전에 가서 리퍼도 받았는데?'

가로수길 애플스토어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대다수의 사람들의 반응일 것이다. 그만큼 그 동안의 리셀러 샵들과 서비스제공업체들이 꽤 괜찮은 일을 했다고도 볼 수 있다. 그런데도 애플스토어가 열게 된다는건 이제 애플이 한국 시장을 좀 더 직접적으로 대하려고 한다는 제스쳐로 이해하면 될 것이다. 


보통 경재성장이나 소득 수준 등을 고려할때, 일본, 중국, 싱가폴, 대만 다음으로 여는 애플스토어에 대해 이런저런 불만의 목소리도 있었다. 어떤 비즈니스적 결정에 한국 사람들은 아시아 내에서의 여러 지표들에 대한 경쟁심 같은 개인적인 가치를 내보였다. 아마도 애플에서는 그냥 계산기를 두드려 보고, 여러 결정들을 종합했을때, 애플스토어는 이제 열어도 되겠군요. 하는 결정을 했을 것이다.


아이폰의 출시시기가 항상 이렇게 저렇게 말이 많았고, 아이폰 7부터는 그렇게 큰 격차가 나거나, 한국의 물량이 부족하다거나 하는 일이 많이 줄어들기도 했다. 어느새 사람들은 점점 더 애플 제품을 접하기 쉽고 많이 사용하고 있었다.


가로수길 애플스토어는, 길에 가로수가 심겨진 컨셉을 잘 살린, 그렇게 크지도 않고 작지도 않은, 주변과 잘 조화로운 인테리어를 살린 매장이다. 특히, 가로수길의 건물들이 밖에서 볼 때 그렇게 크지 않지만, 안쪽으로 공간이 확보되는 특징을 살려서, 안으로 널찍히 별다른 방해물없이 큰 공간의 스토어를 둘러보게끔 된 점도 마음에 든다.


애플스토어는 열리기 전부터, 여러가지 루머가 난무하고, 채용과정에서도 생소한 분위기로 이런 저런 이야기가 많았다. 제품의 판매와 부동산 임대료에서 가격대 효율이 아마도 엄청 낮을 매장일 것이다. 그냥 뭐 작은 거 하나 사도, 박수를 치고 환호를 하는 첫날의 모습은 다른 어떤 브랜드의 리테일 매장에서도 없었던 일이다. 


애플은 가로수길에 한국에는 없던 공간인 애플스토어를 열었다. 한국에서의 애플컬쳐가 얼마나 익숙한 풍경이 될까. 정말 갤럭시 스마트폰의 삼성전자를 경쟁상대로서 견제하기 위해 스토어 오픈을 미뤄뒀던 것일까? 14일 이내 뜯고 사용한 제품도 환불이나 교환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미국식 고객관리나 서비스도 비용 개념으로 이해해야하는 지니어스 프로그램 등도 익숙한 일이 될까?


애플스토어는 그 동안 한국에 없던 이질적인 풍경을 선보이고, 이것이 그 동안의 것들과 충동을 일으킬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는 예상을, 새로운 것에 대한 설레임으로 받아들여도 될까. 그리고 왜 항상 한국에서 새로운 무엇인가는 외국의 자본이 밀려들오면서 마지못해 이루어지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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