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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Dec 19. 2017

다큐멘터리 - Give Me Future

Major Lazer가 쿠바의 문을 두드리는 방법

https://www.youtube.com/watch?v=t4NKf2jZ2Kw

Lean On 이란 곡으로 잘 알려져 있고, Diplo가 이끄는 일렉트로닉 트리오 Major Lazer가 사상 처음으로 쿠바에서 공연을 열게된고, 이 이야기는 Give Me Future라는 다큐멘터리로 만들어지게 되었다. Give Me  Future는 그냥 한 일렉트로닉 팀이 생면부지의 땅에서 여는 공연에 관한 이야기이지만, 단순한 음악 다큐멘터리로 여기기에는 그 동안 사회/문화적으로 알려지지 않은 쿠바의 문화와 쿠바가 어떻게 세상과 대화를 하는지에 대해서 매우 중요한 모습을 보여주는 흥미로운 영화이다. 2017 선댄스 영화제 출품작으로 전세계 배급은 애플뮤직(Apple Music)을 통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애플뮤직 멤버쉽으로 시청이 가능하며, 한국어 자막도 포함되어 있다.  


한국 사람으로서 미국과 쿠바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미국 국적의 여권으로 쿠바를 방문하는 것이 어려운 일이란 정도만 어렴풋이 알았고, 최근에는 양국간의 무역이나 왕래가 규제가 느슨하게 풀리기 시작한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어쩌면, 우리는 아마 언제 다시 만나보지 못할, 태어나서 한번도 제대로 만나보지 못한 형제같은 북한의 존재가 있기 때문에, 많은 설명이 없이도 그냥 어렴풋이 어떤 느낌인지만 이해하고 있었을지 모른다. 쿠바는 인터넷도 잘 되지 않던 나라였고, 자본주의 손길이 거치지 않아 오래된 것들로 가득한 향수를 자아내는 풍광의 아름다운 곳이다. 쿠바에서 인터넷을 하려면 호텔 로비에 가서야 가능하던 것이, 최근에는 정부에서 설치한 공원에 있는 와이파이를 통해 서서히 확대되고 있다고 한다. 영화에서는 공원에 앉아서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등을 가지고 나와서 인터넷를 하는 사람들이 가득한 저녁풍경을 보여주면서, 세계와 대화를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쿠바의 모습을 보여준다.


미국 출신의 DJ Diplo,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의 Jillionare와 자마이카계 미국인 Walshy Fire로 이루어진 일렉트로닉 트리오 Major Lazer는 덥, 레게, 트랩, 댄스홀 등의 비트를 기반으로 한 일렉트로닉 음악으로 유명한 팀이다. 특히, 이들 음악의 기반을 이루는 레게나 댄스홀 같은 장르는 카리브해성 기후의 음악은 최근의 EDM과 팝뮤직의 트렌드를 이끌며, 댄스뮤직의 매우 큰 기둥으로 자리잡고 있다. 이들은 미국과의 관계가 어느 정도 누그러진 쿠바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들려주는 일렉트로닉 음악 공연을 기획한다. 물론, 큰 장비나 공연기자재를 모듈식으로 들고가서 짠 하고 하는 공연이 아니라, 설비에서부터 운영까지 쿠바 아바나의 로컬에서 소싱해야 하는 인디적인 공연이다. 사실, 그들의 더 큰 고민은 이 공연의 형태보다 다른데 있었다. 도대체, 아바나 사람들이 Major Lazer를 알고있기나 할까? 쿠바의 젊은이들은 어떻게 일렉트로닉 음악을 접하고 있을까?


시간이 정지된 쿠바에서의 미래적 음악이 흐르는 방식 - 파케테 (El Paquete)

쿠바의 사람들은 일렉트로닉 음악에 대해, 새로운 것이 수입되지 않고 시간이 정지된 듯한 곳에서 미래를 느낄 수 있는 방법이라는 이야기를 한다. 인터넷도 없고, 해외의 문화상품이 수입되지 않는 쿠바에서 사람들은 파케테라는 네트워크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소비한다. 파케테는 누군가 아바나의 호텔 로비등에서 다운로드 받은 전세계적 음악, 영화, 드라마(심지어 한류드라마도 있다고 한다), 소프트웨어 등 다양한 자료들을 휴대용 하드디스크를 통해 쿠바 전역을 약 2주에 걸쳐 순환시키며 공유하는 것을 뜻한다. 쿠바의 정치적인 이슈로 인해,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메시지는 없지만, 그 누구도 주도적으로 이루지 못하는 문화상품의 유통을 쿠바 사람들이 자발적으로 네트워크를 만들어 해내는 것이다. 비트토런트나 메쉬 네트워크같은 개념의 실제 사회버전과도 같은 물리적인 자료의 복사로 쿠바 사람들은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소비하고 있다. 정치적인 이슈가 들어있지 않지만, 국적과 제도를 초월한 자발적인 자료의 공유 때문에 파케테는 그 방식 자체가 매우 중요한 정치적인 메시지가 되는 셈이다.


Major Lazer는 이 놀라운 파케테를 통해 자신들의 음악을 전부 유통시키고 공연을 안내하는 포스터 이미지도 같이 배포한다. 그리고 파케테의 배포 사이클이 지난 쿠바 사람들은 Major Lazer와 공연에 대해 자세히 알게 되는 것이다. Diplo를 비롯한 멤버들은 파케테의 방식의 적법성 여부를 따지기 보다는, 독특한 방식으로 쿠바 사람들이 문화를 접하는 방식에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인다. 그리고 과연 저 방법으로 단 기간에 자신들의 음악을 알고 즐기게 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함도 내보인다. 


로컬 아티스트와 로컬 문화에 대한 존중

이 공연을 계기로 쿠바의 다양한 로컬 아티스트들도 모이는 계기가 된다. 특히, Major Lazer 팀 자체도 장비를 직접 들여오지 못해, 쿠바에서 접할 수 있는 장비를 적극 활용하여야 되면서, 쿠바의 로컬에서는 어떻게 음악활동을 하는지에 대해 경험하는 이야기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파케테를 통해 수집된 소프트웨어를 어떻게든 활용하고, 접하기 어려운 와이파이나 인터넷을 통해 플러그인 같은 것을 구하고, 정작 음악을 만들었지만, 어떻게 마스터링을 하는지, 배포하는지에 대한 쿠바 아티스트들의 질문도 이어진다. Diplo는 이런 대화에서 '무엇을 하든 로컬팬들은 염두에 두고, 지금 로컬에서 활동하는 것을 소중하게 여길것'을 당부한다. 자신들이 그렇게 음악을 시작했고, 지금의 Major Lazer가 된 것도 그런 자양분이 토대로 된 점이라고 한다.

로컬 아티스트중 일렉트로닉 뮤지션 일리암 수아레스(일렉트로닉 듀오 I.A.)의 경우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퍼포먼스 자체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한다. 예술이라는 도구를 통해 사회를 적극적으로 바꾸려 했다고.


공연은 예상한 참가자 수를 훨씬 넘어 어마어마한 인파가 몰려드는 장면을 보여준다. 수개월 간의 크고 작은 문제점을 해결해 가면서, 무엇보다 아직까지 자유롭지 않은 정치적 상황을 극복해가며 이뤄낸 공연을 선보이고, Major Lazer 멤버들은 평소에 도입부만 나와도 열광하던 공연을 접하다가, 쿠바 사람들이 어느 정도 자신의 음악을 이해할지에 대한 걱정도 하며 무대에 오른다. 전날 새벽 2시부터 노숙을 해가며 모여든 사람들은 매순간을 열광적으로 참여하는 뜨거운 열기를 보여준다. 댄서들은 전혀 새로운 나라에서 자신의 퍼포먼스에 열광하는 사람들의 반응에 매료되었다고 눈을 흘리기도 한다.


Major Lazer는 아직 조심스러운 미국-쿠바 양국간의 외교적인 분위기에 여러 난관을 무릅쓰고 음악을 통해 메시지를 전달하는 매우 용감한 시도를 했다. 그들은 곧이어 있을 대형공연도 있을 것이지만, 자신들이 처음으로 이룩한 것들에 대한 자부심과 그로 인한 영향력을 이야기한다. 믹 재거의 이름을 거론하며, 영국 국적으로 충분히 쿠바에 진작 방문할 수 있었으나 겁을 먹고 행동하지 않았음을 매우 분명하게 이야기한다. 


이들의 공연은 단순한 일렉트로닉 음악 공연 이상의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우선, 그들 음악의 자양분이 된 다양한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레게나 댄스홀 같은 음악적 자양분을 존중하기 위해서라도 쿠바를 선택한 점에서 부터, 파케테라는 권력이 배제된 독립적이고 자유로운 문화전파 수단을 활용하고, 무엇보다 그 어떤 시대에 속해있었는지 의문을 가졌을, 시간이 정지한 쿠바에서 음악을 듣고 창작활동을 하는 팬들과 아티스트들에게 동시대적으로 음악적 트렌드를 공유하고 그 영향력을 경험하게 한 점일 것이다. 

Give Me Future는 앞으로 더욱 더 가속화될 음악의 탈국적화와 전세계적인 문화권을 아우를 영향력을 확인시켜줌과 동시에 그런 국제적인 영향력이 각자의 위치에서 노력하는 로컬 아티스트들의 노력에서 나오는 것임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자신의 문화를 사랑하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고, 그것이 전세계적인 메시지가 되는 것이다. 그것은 정치나 지리경계를 초월하여 어떻게든 다른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미래는,  정치나 경제적 이데올로기를 초월해 어떻게 소통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중요한 의미를 제시한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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