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드로이드는 애플의 꿈을 꾸는가
이센셜 하드웨어
안드로이드의 공동 창립자 앤디 루빈은 구글을 떠나고, 안드로이드를 위한 새롭고 아름답고 튼튼한 스마트폰을 만들었다. 이센셜(Essential) 브랜드로 회사를 만들고 PH-1 (PH ONE : Phone 폰)이라는 농담같은 모델명으로 만든 스마트폰은 안드로이드 진영에서 애플의 미려함과 미니멀리즘을 해석하게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에 대한 포트폴리오 같은 물건이 나왔다. 물론, 매우 떨이에 구매해서 손에 들고 있는 지금에서도 어떻게 이런 폰이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디자인 컨셉을 충실하게 실제 제품으로 만들었다.
공산품이 필수적으로 거쳐야 하는 공급망관리(SCM)의 체크리스트를 통과한 제품이 어떻게 이렇게 이상적으로 나올 수 있었을까 하는 생각들을 사람들이 하는 동안. 이센셜 폰은 출시 시기를 번복했고, 초기 제품의 버그에 시달려야 했고, 무엇보다 실제 판매량이 저조해 두번째 모델은 취소가 된 단발의 실험으로 끝나버린 제품이 되었다.
이센셜 폰이 실제 발매된 2017년의 8월은 삼성이 갤럭시 S8 시리즈로 센세이션을 일으킨 후 노트8으로 다시한번 인피니티 디스플레이의 시장을 선도했고, 애플은 아이폰 X로 미래를 향한 용기를 선언했던 시기였다. . 이센셜은 화면을 잘라내서 극단적으로 디스플레이의 비율을 높인 디자인을 선도한 제품이지만, 이미 그 화제를 불러일으키기에는 존재감이 미미한 제품이 되었다.
결국, 출시 이후 여러차례의 가격인하를 하게 된다. 블랙 프라이데이 때는 300달러 언저리에서 책정이 되기 도했다. 이미 400달러 정도의 가격으로 하락한, 출시 후 11개월이 다 되가던 7월의 아마존 프라임 데이에서는 200달러 중반의 가격으로 내려가기도 했다. 즉, 픽셀2에 견줄 정도로 2017년 플래그십 성능의 매끈한 디자인의 기기가 샤오미급의 가격에 판매되는 일이 일어나고 잇다. 차기 모델의 개발 자체도 중단되었고, 이 제품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는 것인지도 모를 상태가 되었다.
퓨어 안드로이드 파워
이센셜 폰은 픽셀 시리즈를 제외하고 가장 빠르게 안드로이드 Pie로 업데이트가 진행되었다. 안드로이드 운영체제는 각 제조사에서 별도의 소프트웨어 작업을 거쳐야 되기 때문에, 아무리 최신의 갤럭시 같은 폰을 가지고 있어도 1년이상 업데이트를 기다려야 하거나 아니면 아예 새로운 운영체제로의 업그레이드가 중단되는 일도 많다. 구글에서는 프로젝트 트레블을 통해, 일정 이상의 조건을 갖추면, 새로운 안드로이드 버전이 공개될때 빠르게 필요부분만 업데이트가 가능한 업데이트 방식을 적용하였다. 문제는, 아직도 8.0 오레오도 올라가지 않은 기기가 많은 시점에서, 9 Pie의 프로젝트 트레블을 따라가는 제조사가 얼마나 있을까 하는 점이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대표적 제조사인 삼성은 신제품 갤럭시 노트9에서도 오레오(8.0) 기반의 제품을 선보였다.
안드로이드 P의 베타테스팅을 처음부터 지원했던 이센셜은 안드로이드 Pie의 공식 출시와 함께 정식 버전 업데이트를 발표했다. 특히 픽셀 제품중 일부 지역이나 모델은 OTA가 순차적으로 이루어지는 점을 볼때, Day 1 부터 업계 최고의 속도로 업데이트를 진행했다.
순정 안드로이드 답게, 거의 모든 요소가 픽셀과 동일한 디자인과 사용자 경험을 선사하며, 앱들의 실행속도나 애니메이션의 속도도 매우 안정적이고 빠른다. 최근 2-3년내 하드웨어들이 별다른 차별점을 주지 못하는 상태에서, 안드로이드 특성상 순정에 가까울수록 속도가 빠른 특징을 볼 때, 이 기기는 픽셀2 시리즈와 비슷하게 안드로이드 포트폴리오를 매우 적절하게 경험할 수 있는 좋은 기기라고 볼 수 있다. 앞으로 1년여 정도 더 보안패치가 약속되어 있고, 아마도 별다른 문제가 없다면 현재 발표되는 어떤 플래그십보다 오래 최신 버전 안드로이드를 쓸 가능성도 있다.
아이폰이 안드로이드로 나온다면?
어떤 제품이 나올때마다 자신이 원하는 스펙을 열겨하고, 나라면 이런 제품을 만들텐데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끊이지 않는다. 모바일용 스마트폰은 운영체제나 한정된 공간에 집약하는 하드웨어 산업의 특성상 누군가의 기호에 딱 맞는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는 가능성은 전혀 없다. 오히려 애플처럼, 사람들이 뭘 원하는지 모를때, 매혹적인 제품으로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이 더 맞는 방식인지도 모른다.
이센셜 PH-1은 애플이 안드로이드 폰을 디자인한다면? 하는 가정에 제일 근접한 시나리오일 것이다. 급진적 디자인, 매끄럽고 고급스러운 마감, 양질의 소재를 과감히 채택하고, 별다른 고집이 없이 순수한게 탑재한 최신 운영체제 등이 여러면에서 순수한 안드로이드 폰의 좋은 예를 보여준다.
단, 제조나 관리가 편하고, 글로벌 런칭에 유리한 자본력이 있거나 하지 않았고, 초기에 불안정적인 소프트웨어 구동을 보여준 덕분인지 아쉽게도 이 제품은 원히트원더로 남게 되었다. 하지만, 300 달러 이하로 종종 판매되는 이 제품을 보게 된다면, 적당히 괜찮게 쓸 스마트폰이 필요하고, 언락폰의 조건에 해외 직구등도 고려하고 있다면, 반드시 구매해야 되는 기기중에 하나이다.
특히, 안드로이드 자체를 장난감으로 다뤄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은 장난감이 분명하다. 굳이 픽셀을 어렵게 사서 초기불량에 골머리를 앓을 필요가 없다.
*국내에서는 SKT에서만 LTE와 음성통화(VoLTE)가 동시에 원할하게 가능하다고 한다. KT와 U+등은 주파수 문제로 데이터만 원할하게 사용가능하다고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