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의 경험은 더 크게, PC의 경험은 더 가볍고 작게
Max
애플이 아이폰에 플러스 모델을 도입했을때, 이미 안드로이드폰들 사이에서는 5인치대의 폰들이 '컴팩트'나 '미니'의 타이틀을 달고 나왔을때였다. 아이폰의 화면이 커졌을 때, 한손으로 모든것을 한다는 스티브 잡스의 정신이 부정당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하지만, 첫 아이폰이 화면의 절반을 가리던 쿼티 자판을 걷어내고 이룩한 풀화면의 터치 디스플레이 기기로서, 어쩌면 처음부터 스마트폰의 대형화를 주도했을지 모른다.
아이폰 Xs Max 는 아이폰 Xs 시리즈의 화면을 키운 버전이다. 기존의 Plus 네이밍이 아닌 Max 네이밍이 붙은 이유 또한, Xs와 성능면에서는 차이가 없기 때문이다. 순전히, Xs 시리즈의 더 빨라진 퍼포먼스와 카메라 성능을 그대로 제공하면서도, 현존 최고의 AMOLED 화면을 더 눈부시게 큰 화면에서 보여주는데 초점을 맞춘 기기이다.
아이폰 Xs Max를 선택한 데에는, 매일같이 보는 유튜브 비디오와 넷플릭스 비디오, 그리고 최근 통신사가 발표한 무제한 데이터 요금이 한 몫을 했다. 언제 어디서나 Max의 화면으로 영상을 볼 수 있다. 어느덧, 극장이나 TV보다는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통해 미디어를 접하게 되면서, 스마트폰의 선택 기준은 대화면이 되었다.
최근 화제가 된 알폰소 쿠아론의 영화 '로마'도 전세계적으로 화제를 일으킨 순간, 극장 개봉과 함께 1-2일의 시간이 지난후 일제히 Xs Max 에서 시청할 수 있었다. 물론, 영화를 극장에서 보는 것과 이렇게 모바일 화면에서 보는 것의 경험 차이는 있겠지만, 나는 굳이 이런 경험이 손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정말 손안의 이 큰 화면에서 이 좋은 영화를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Go
한동안 매우 애지중지 하던 델의 XPS 13인치 랩탑을 부모님께 드렸다. 기존에 쓰던 구형 랩탑의 화면이 좋지 않다는 말씀을 하셨고, 나는 그렇게 랩탑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갑자기 손안에서 사라진 컴퓨터 때문에, 다른 방법이 필요했다. 아이패드 같은 대안도 있겠지만, 아무래도 NAS를 관리하고, 각종 파일을 관리하고 원드라이브를 관리할 기계가 필요했다. 서피스 Go 는 기존 서피스 모델의 가장 포터블한 버전이다. 초저전력 프로세서와 제한된 용량의 자원이지만, 10인치대의 놀라운 휴대성을 선보이는 기기이다.
서피스고는 빠른 기기는 분명 아니다. 12인치 맥북의 패럴랠에서 구동되는 윈도10보다 초기 부팅 속도는 살짝 느린 편이다. 하지만, 실제 사용할때 그런 불편이 느껴지지 않는다. 600그램이 되지 않는 무게로 정말 언제 어디서나 부담없이 PC작업을 할 수있다. 의자나 벤치에 앉아서 올려놓기에도 부담이 없다. 그리고 디스플레이의 품질은 그 어떤 윈도 랩탑보다 뛰어난 품질을 보여준다. 델의 XPS시리즈보다 더 보기 좋은 느낌이다.
서피스 Go는 윈도 역사상 가장 쓸만하고 휴대가 좋은 컴퓨터이자, 마이크로소프트가 아이패드에 대항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윈도10은 아직 태블릿으로 쓰기에는 무리가 많이 있지만, 아이패드가 자사의 랩탑을 뛰어넘는 성능을 가지고도 한정적인 iOS 작업밖에 하지 못한다는 점을 볼때, 아이패드 가격으로 풀 랩탑의 작업을 하면서도, 넷플릭스 시청 같은 엔터테인먼트까지 문제 없다.
아이폰 Xs Max 의 가격은 서피스 Go의 약 2배가 넘는 가격이다. 손안의 스마트폰은 훨씬 비싸지고, 최첨단의 기능을 넣어 기존 컴퓨터에 위협을 가한다면, 서피스 Go같은 휴대용 컴퓨터는 훨씬 가격이 싸고, 접근이 쉽고 사용이 쉽고 휴대가 간편한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
컴퓨터는 한없이 접근이 쉬워지고 작고 가벼워지고 있는 반면, 스마트폰은 그 크기와 무게와 기능의 한계를 끊임없이 도전해가며 경험의 극대화를 꾀하고 있다. 약 3년만에 랩탑같은 기기에 쓰는 돈을 스마트폰에 쓰고, 랩탑은 점점 간단하고 구입이 쉬운 것을 찾아본 것 같다. 아직 PC의 역할이 없어질 수는 없는 세상이지만, 지금이야말로 그 패러다임이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