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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GFABIO Aug 05. 2016

애플 뮤직의 1년

음악 서비스의 가장 중요한 것은 큐레이션

애플이 비츠(Beats)를 인수하고, 아이튠즈도 아닌 애플 뮤직 서비스를 시작한다고 했던 1년전, 스트리밍 음악이 트렌드인건 어쩔 수 없지만 '과연 애플이'하는 생각은 어쩔 수 없었다. 애플은 곧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였고, DRM Free 음악을 다운로드 판매하게 하는 방식을 퍼뜨린것도 애플이었다. 특히 아이튠즈 매치같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선보이면서도 음악의 소장을 중요시하는 회사였다. 국내외 여러 음악서비스와 비교할 때, 그런 다운로드 판매는 매우 중요한 요소와도 같았다. 그런 애플이 월별 얼마의 돈을 내면 무제한 스트리밍이 가능한 애플 뮤직을 냈다.


애플이 비츠를 인수한 이유는 바로 '사람'때문

애플은 비츠를 인수한 이유를 바로 사람 때문이라고 했다. 비츠의 인력들이 큐레이션 하는 음악 서비스는 기존 다른 회사들이 제공할 수 없는 차별적인 카탈로그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비츠의 CEO였던 Jimmy Iovine의 발표 스타일은 확실히 달랐다. 다른 임워들과는 다르게 건들거리고, 일정치 않은 리듬으로 발표를 하는 모습은 애플이 껴안은 것이 기존의 애플과는 매우 다른 레코드 비즈니스의 세계였다. 애플은 비츠의 사람들이 중요한 자산이라고 봤고, 이를 통해 애플 뮤직을 선보인다. 물론, 아이튠즈 뮤직 스토어는 전세계 최고의 카탈로그를 이미 보유하고 있었다. 그냥 그 음악들이 바로 스트리밍 된다고 이상할 것이 하나도 없었다. 하지만 애플은 비츠의 인수를 통해, 실제 사람들이 큐레이션 하는 음악들을 선보이는 것을 계획하고 있었다.


애플 뮤직의 1년

작년 여름 선보여 3개월의 무료체험 기간을 지나고, 계속해서 사용중인 애플뮤직은 완벽한 서비스는 아니다.

단점으로는 산만하고 복잡한 UI가 있는데, 기존의 아이튠즈의 직관성 같은건 어디에도 없다. 작고 일관성 없는 크기의 버튼들을 옮겨다니고, 뒤로 가기 버튼이 없는 환경에서 모호한 계층의 네비계이션을 감내해야 된다.

그리고 기존 아이튠즈 매치 혹인 아이클라우드 보관함과의 융화 또한 생각보다 복잡하다. 자신의 맥에 있는 아이튠즈 보관함과 동기화를 하면서 아이튠즈 매치 혹인 애플 뮤직의 클라우드 보관함을 고르게 되어 있는데, 이 과정이 매우 복잡하고 라이브러리를 통합해서 사용하는 것도 그리 쉽지는 않다. 초반에는 관련 없는 파일들을 애플 뮤직의 DRM으로 묶어버리는 일도 발생하였다.

하지만, 그래도 애플뮤직이 다른 서비스에 비해 막강한 점은 분명 있다. 그 어떤 서비스보다 막강하고 잘 관리된 카탈로그이다. 미국 애플뮤직 서비스는 EDM, 클래식, 팝 심지어 K팝까지 매우 다양한 장르의 음악을 아주 폭넓게 제공하고 있다. 그렇게 쉽진 않지만, 자신의 아이튠즈 보관함과 애플 뮤직의 곡들을 서로 섞어서 플레이리스트를 만들수도 있다. 

또한 단순히 많은 양의 카탈로그를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원하는 맥락의 컨텐츠를 매우 정확하게 짚어준다. 이를테면, 라디오헤드의 'Creep'이란 곡을 검색했을때, 스포티파이의 경우 해당 곡이 서비스가 되지 않을때는 무수한 커버버전이나 부틀렉 음원을 필요이상으로 많이 결과로 보여줄때가 있다. 하지만, 애플 뮤직의 경우 대표적인 버전과 부수적인 버전 등을 잘 정리하여 검색해서 보여준다. 각 앨범별 에디션 관리도 매우 충실해서 정확한 음악정보를 알아가며 음악을 들을 수 있다. 이는 보통 자동화로 가능하는 건 아니고, 제대로 된 전문가들이 세심하게 카탈로그 관리를 한 결과일 것이다.


곡별 라디오 및 추천 재생목록 등의 사용자 기호파악

애플 뮤직의 가장 막강한 점은 사용자의 기호파악을 정말 잘 한다는 것이다. 평소 음악을 듣는 습관을 분석하여, 추천하는 재생목록들은 기존에 좋아하던 음악들을 잘 꾸려서 선사하거나, 미쳐 발견하지 못했지만 내가 좋아할만한 음악들을 추천한다. 그냥 단순히 '헬스음악' '댄스음악 히트'등 처럼 데이터기반의 기계적인 재생목록 보다는 사용자의 취향을 좀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재생목록들이 준비되어 있다. 물론, 자신이 좋아하는 곡을 기반으로 새로운 재생 목록을 만드는 기능도 있고, Beats 1 이라는 생방송 라디오와 장르별 라디오 방송등도 음악을 듣는 재미를 배가시켜준다.


https://youtu.be/Cmd17BBbo4E?list=PLsR_mS9q1LqYMAC4Cwv6zmumXjZeHEJ-8

음악을 듣는 사람을 위한 애플 뮤직

애플 뮤직의 마케팅 담당임원인 Bozoma Saint John가 올해 WWDC에서 애플 뮤직의 새로운 기능들을 소개하던 장면은 WWDC 행사 자체보다 더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단순히 이 버튼은 어떤 기능을 쓸 수 있고 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애플 뮤직은 우리가 사랑하는 음악을 듣는 서비스이며, 그 애플 뮤직이 어떤 기능이 있는지를 매우 그루비하게 발표했다. 멋진 음악을 실제 선곡하고 음악에 맞춰 춤을 추고 환호와 박수를 유도하는 무대를 연출했던 것이다. 애플 뮤직의 서비스방식이 여전히 혼란스럽고 UI는 완성되지 않은듯 하지만, 이 발표에서처럼 애플 뮤직을 사용하는 경험 자체는 정말 멋진 것임을 부인할 수 없다.


애플 뮤직 코리아 서비스 - 결국은 좋은 큐레이션의 문제

애플 뮤직이 8/4자로 기습 약관 개정 공지를 하더니 8/5 오늘 갑자기 3개월 무료체험을 시작하면서, 한국에서의 애플 뮤직 서비스를 시작했다. 해외 음악에 관심이 많아서 미국이나 일본 등의 계정을 이미 사용하는 사람들이 섣불리 갈아타기에는 나라별 서비스 카탈로그가 달라서 권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다른 음악 서비스에 불만이 있거나 애플의 서비스에 관심이 많은 새로운 신규 이용자들은 앞으로 3개월간 애플뮤직을 공짜로 이용해보기를 권장한다. 물론, 아직 더 많은 음악들이 서비스가 되어야 되는 것은 맞지만, 애플만의 사용자 기호를 잘 파악하고, 이를 활용하면서 더 나아가 새로운 음악을 듣도록 도전의식까지 불러일으키는 적극적이고 막강한 큐레이션을 드디어 경험할 기회가 온 것이다.


애플 뮤직은 다른 애플의 제품들과는 매우 다르게 평가하여야 된다. UI와 가격, 하드웨어와의 연계 등을 살펴보는 것도 중요할 것이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좋은 카탈로그를 뛰어난 큐레이션을 통해 제공하느냐 하는 점을 주시하는 것일 것이다. 애플 뮤직의 지난 1년은 음악 서비스가 가져야할 첫번째 중요한 점이 바로 양질의 카탈로그를 관리하고 선보이는 것이란 점을 다시 한 번 상기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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