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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대추나무집손녀 Feb 19. 2021

6건의 면접을 취소하다

정말 일을 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있었던가

퇴사하고 총 6건의 면접을 거부 혹은 취소했다.


가만히 있지도, 쉬는 게 어떤 건지도 모르는 조급증 환자였던 그때의 나는 지금 내가 해야 할 일이 '이력서 쓰기', '이력서 내기'가 아닌 걸 알면서도,  이 날이야 말로 맘을 푹 놓고 쉬어야 하는 퇴사 당일까지 헤드헌터가 제안한 대기업에 이력서를 내보려고 아픈 허리를 부여잡으며 꽤 늦은 시간까지 책상 앞에 앉았더랬다.


물론 마음만 앞서고 직무는 맞지 않는 곳에 낸 이력서가 좋은 소식이 올 가능성은 희박했고.

그 이후 눈에 눈물은 가득 고인채 왜 내가 지금 이 꼴이 되었나를 되짚어보면서도

인스타그램에 뜬 선망하던 브랜드들의 채용 공고나 아르바이트 공고를 보며

혼자 '어머어머'를 외치며 이력서를 넣으며 되던 안되던 동분서주한 행보를 이어갔다.


그리고 그 결과는?

정리되지 않은 마음, 준비되지 않은 신체로 면접 제의를 받기 시작했다.


마음만 앞서서 지원한 회사의 평판 조회도 없이 무조건 이력서를 냈으니, 그제야 그 회사를 다닌 이들의 리뷰를 체크하고, 정말 내 경력에 도움이 될 만한지 이 회사에서 내가 정말 일 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으니..

정말 앞뒤가 바뀐... 신중하지 못한 액션이지 않은가.


정말 가고 싶은 회사가 아니기도 했지만, 정말 나와 맞는 회사인가를 고민하지도 않았기에

면접이 가까워질수록  '아 아직 아니다'라는 마음으로 면접을 취소하겠다며 그 회사들에 문자를 보냈더랬다.


전 회사 대표와 이사들처럼 아무것도 아닌 일에 목을 조르는 그 상황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도.

내상의 회복도 안 된 채, 새로운 도전을 해보자며 달려든 성급함이 만들어낸 결과들이었다. 


면접을 딱 한번 승낙하고 간 케이스도 있었다.

내가 이력서를 낸 것이 아니라, 그쪽에서 나를 찾아낸 케이스였는데 회사 정보도 평판 조회도 안 되는 그래서 차라리 한번 가서 확인하자는 마음이 컸었던 것 같다. 

물론 움직이기 전에 면접 제안한 분에게 어떤 회사인지 정확히  직무와 회사의 비전에 대해 설명해달라고 요청은 했었지만 직접 눈으로 확인한 그 회사의 실상은 참담했다. 

드라마에서만 보던 80년대 스타일 2인 회사랄까.  스러져가는 빌딩, 방음이 되지 않아 복도를 울리는 회사 사장님의 진동소리. 아직도 이런 곳이 있나... 하고 조금 쇼크를 받았다. 


아이디어는 있지만, 실행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니 그 A부터 Z까지의 업무를 해 줄 사람을 찾는 그 회사는 

나에 대해 궁금하기보다는, 본인들에 대해 질문하라며 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사실 '놀면 뭐하냐. 아르바이트 겸 일해볼까' 하며 결정을 보류하던 나는 정말 많은 고민과 고민 끝에 또다시 모든 산을 내 어깨에 짊어내는 일은 지금은 무리라고 판단, 또 거절의 문자를 보내고 말았다. 


후회하느냐고?

후회하지 않는다.


단 후회하는 바는 한 가지.

정말 일하고 싶은 스스로의 마음의 정리도, 회사 생활에서 받은 상처를 봉합하지도 않은 채 '불안하니까' 그 자체만으로 내 정보를 이런저런 곳에 뿌려댄 성급함 그것이 후회스럽다.


코로나 시국에 그렇지 않아도 취업의 문이 좁아터진 이 상황이 불안하고 휴식기가 길어진다는 혼자만의 조바심에 내가 또 나를 계속 밀어붙였던 거다. 


더 신중히, 그리고 내 마음과 자신감부터 챙기고 난 후 내가 일할 곳을 찾고, 나를 필요로 하는 곳으로 가는 것이 먼저였는데...

아~ 정말 내가 나를 돌보기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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