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CH

과거를 생생하게 소환하는 방법

by 이룰성 바랄희

나는 잊고 싶지 않은 순간을 마주하면 늘 ‘만져보기’를 이행한다.


몇 년 전, 스위스로 여행 갔을 때였다. 기대하던 융프라우에 도착하고 새하얀 세상을 목도했을 때 이 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고 싶었다. 너무 추워서 입이 얼어버릴 듯한 추위였지만 주머니에서 손을 빼서 냅다 눈을 만졌다. 뽀드득거리는 느낌은 한국의 눈과 크게 다를 바 없었지만 그래도 이게 바로 융프라우의 눈이라니 감격스러웠다. 그 감격을 감정으로만 남기기엔 아까우니 나의 촉감들이 열심히 일해줄 때였다. 나는 그렇게 만져봐야만 그 순간에 내가 오롯이 존재한다고 느껴졌다. 또한 촉감이 더해져야 나중에 과거를 돌이켜봤을 때에도 그 순간이 더욱 생생하게 떠오른다.


비슷한 사례로 여름의 모래사장이 있다. 아주 뜨거운 모래사장 위에 대자로 뻗어 누워있으면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나는 모래무침이 된다. 머리카락 때문에 씻기에도 번거롭고 찝찝할 수 있지만 나만의 여름 즐기기 공식이다. 자글자글하고 고운 모래 위에 누워있으면 ‘여름이 이런 맛이었구나’ 하며 1년 만에 돌아온 여름을 온몸으로 반겨줄 수 있다. 그로 인해 촉감이 모든 걸 기억해 주기에 나의 여름이 꽉 채워진다. 그것도 아주 꽈-악!


때문에 나는 너무 기분이 좋거나 잊고 싶지 않은 날(흔치 않음) 식사하는 테이블, 유리잔, 볼펜 등 사물에 신경을 곤두세워 만지작거리곤 한다.


그 순간 내가 그곳에 존재하고 미래의 나도 그 순간에 존재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