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도와 빈도의 느스함
나는 다양한 방면에서 재주가 많다. 웬만하면 모든 분야에서 평균이상 하는 편이다. (잘난 척이 아닌 자기 비하의 밑작업) 하지만 사업을 하다가 속수무책으로 커지는 바람에 힘들어서 그만두고 야심 차게 시작한 취미생활도 장비까지 다 구비해 놓고 몇 달 만에 그만두기 십상이다. 정말 끈기가 없다.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재주가 좋아 이것저것 만들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하는 걸 좋아한다. 한 때는 뜨개질로 네 잎클로버를 떠서 키링으로 제작하고 얼마 전 뜨거웠던 여름에는 단추키링이 유행해서 냅다 단추들을 주문해서 밤새 제작하고 여기저기 선물했다. 다들 이런 재주가 어디서 나냐며 굶어 죽을 일은 없겠다고 칭찬을 목 끝까지 해줬다. 칭찬에 갈증이 났는지 한껏 다 마시고 나니 흥미를 뚝 잃은 거 아니겠는가.
신이 나에게 참 많은 능력을 탑재시켜 내려 보냈지만 단 한 가지, 꾸준함을 실수로 안 넣어주셨다. 아무래도 나를 잘 빚고 마무리로 꾸준함까지 넣으려 했는데 하필 그때 누가 초인종을 눌러 깜빡하신 게 아닐까. 지금까지 했던 많은 활동들 중 단 몇 가지만이라도 꾸준히 했다면 이미 난 어느 분야의 잡지에서 소개되었을 듯싶다.
지나칠 정도로 없는 끈기에 놀라운 건 그래도 아이들을 가르치는 영어강사 생활은 10년 넘게 해오고 있다는 점. 아이들을 가르치는 건 질린 적이 없을 정도로 천직이라 그런지 굳이 꾸준함이라는 키워드가 필요한 작업은 아니었다. 그래서인지 지금까지 꾸준히 아이들에게 영어를 가르쳐오고 있다.
아무래도 취미 생활은 생계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을뿐더러 그만큼 큰 애정이 담기지 않아서인지 1년 이상 이어지기 쉽지 않다. 지금 진행 중인 글쓰기도 1년 꾸준히 하다가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이어가는 중이다. 역시 그 사이엔 꾸준함이 없는 자신을 끊임없이 비판하는 시간이 동행한다. 그냥 좀 계속 꾸준히 하면 안 되겠냐며 스스로를 타박하기 바쁘다.
그렇다면 나 같은 인간군상에겐 어떤 방식으로 꾸준함을 주입시켜야 할까? 누군가는 스트레이트로 ‘일시정지’없이 작업을 이어나가겠지만 분명 나 같은 사람들도 적지 않게 있을 거라 조심스레 예상해 본다.
나 같은 ‘리틀 꾸준러’에게는 강도와 빈도의 자유로움이 묘약이다. 늘 꾸준하게 100%의 노력과 애정을 쏟아부어야 한다는 압박감에서 벗어나 매일 하지 않아도, 매번 100%로 이행하지 않아도 된다는 느슨함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글쓰기 같은 경우에도 매일매일 글을 써야 한다고 생각하면 나는 부담감에 글쓰기와 점차 멀어지려 할 것이다. 또한 매번 어떻게 최상의 글을 선사할 수 있겠는가! 스스로 감탄할만한 글을 쓰는 날이 있으면 미적지근한 반응에 사로잡히는 글에 발 끝만 까딱거리는 날도 필요한 법!
때문에 글을 일주일에 한두 번만 쓰더라도, 매번 만족할 글을 쓰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강도와 빈도에 사로잡히지 않고 자유롭고 느슨하게 이어가는 것. 마치 사랑하는 사이일수록 틈이 존재해야 공기의 순환이 이뤄져 계속 좋은 관계로 유지 가능하듯이.
스스로 옥죄이는 순간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러니 놓지 않고 꾸준히 하고 있다는 자체에서 주는 만족감을 혀 끝에 닿는 바닐라 아이스크림처럼 달콤하게 음미해 보는 순간을 맞이하길 스스로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