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념의 정화공간, 공방

뇌청소 할 시간!

by 이룰성 바랄희

나는 주변에서 인정하는 취미부자다. 집에서 놀면 심심하지 않냐, 안 나오고 대체 집에서 뭐 하냐는 질문을 받으면 동공을 확장하고 반박하기 일쑤다. 집에서 보석십자수, 뜨개질, 책 읽기, 글 쓰기, 영어공부하기, 예능보기, 귀여운 소품 쇼핑하기, 베이킹 등등 주말은 나와의 시간을 미리 예약해야 할 정도로 할 것들이 넘쳐난다.


집에서 하는 활동들이 넘쳐나지만 운동 같이 밖에 나가야 하는 취미는 쉽게 가지지 않는 편이다. (너무너무 귀찮다..) 그런 내가 두 달 전 과감히 미싱 공방에 등록했다. 사실 몇 년 전 미싱에 관심이 생겨서 저렴하고 작은 재봉틀도 중고거래로 장만했었다. 그때 잠깐 푹 빠져서 에코백 하나를 만들었는데 마감이 영 엉망이었지만 그때 당시에는 내 손으로 가방을 만들었다는 생각에 SNS에 자랑하기 바빴다. 내 착한 친구들은 댓글에 온갖 따스한 칭찬을 곁들여줬고 덕분에 난 자신감이라는 아이템을 장착할 수 있었다.


그로부터 3년 정도가 흘러 또다시 미싱에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했고 짧은 고민 끝에 공방에 연락해서 기초반을 등록했다. 내 직업이 누군가를 가르치는 직업이라 늘 뭔가를 알려주기 바빴는데 새로운 무언가를 배우려니 긴장됐다. 더불어, 재봉틀에 실 끼우는 거 하나도 어려워서 버벅거렸고 그다음 주에도 난 여전히 실도 못 끼우는 바보였다. 실 끼우기 어려워서 허둥지둥 하니 선생님께서 다시 차근차근 알려주셨고 난 또 까먹고 싶지 않아 영상으로까지 남겨뒀다. 선생님께서 조급해하는 내 마음을 아셨는지 기초반을 듣는 한 달 동안 재봉틀에 실 끼우기 하나만 성공해도 엄청난 진전이라고 격려해 주셨다. 다행히 기초반 세 번째 수업 때 혼자서 실을 끼울 수 있는 멋진 학생이 되어있었다.


그리고 기초반 수강이 끝나고 취미반으로 등극하면서 괜히 멋진 고학년 언니가 된 기분을 맘껏 누렸다. 취미반 수업을 수강한 지 3주가 되어가는 날 나는 카드지갑을 혼자서! 혼자 힘으로! 뚝딱 만들 수 있게 되었다. 선생님의 도움 3% 정도만 가미된 나의 결과물을 자랑스럽게 선생님께 선보였고 선생님께서는 너무 장하다며 무한 칭찬을 해 주셨다. 재봉틀에 실도 못 끼우던 두 달 전에 비하면 진정한 일취월장인 셈이다. 이런 맛에 무언가를 배우는구나 싶다. 나 또한 학생들이 가르쳐 준 내용을 잊지 않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면 발바닥으로 박수를 칠 만큼 호들갑을 떨며 자존감을 높여주곤 하는데 막상 내가 받아보니 격렬한 칭찬이 아이들에게 꽤 효과가 컸겠구나 싶었다.


나의 머릿속 구조를 살펴보면 잡념이 87%를 채우고 있을 것이다. 그 잡념 속엔 과거에 대한 후회, 미래에 대한 불안, 현재가 잘 굴러가고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 일어나지도 않을 일에 대한 불안, 막연한 망상 등 사는데 굳이 필요하지 않은 것들이다. 아니, 어쩌면 없는 게 더 좋은 것들이다.


이런 내가 공방에 발을 디디면 정신이 맑아지기 시작하더니 심지어 재봉틀을 작동시키기 시작하면 잡념이 0이 되는 기적을 맛본다. 즉 한마디로 ‘뇌 청소’의 시간인 것이다.


명상이 많은 사람들에게 어려운 이유는 멍 때리기가 생각보다 쉽지 않기 때문이다. 마치 지금부터 코끼리 생각을 하지 말아 보라 하면 회색코끼리부터 뚱뚱한 코끼리까지 모든 코끼리가 떠오르기 시작하는 것과 같은 메커니즘이다. 즉 우리는 명상을 한지 얼마 되지도 않아서 “오늘 뭐 먹지? 어제 걔는 나한테 왜 그랬지? 이따가 드라마 예약해 놔야지.” 와 같은 잡생각의 파도를 탄다. 따라서 그만큼 어려운 게 ‘생각 비우기’ 다.


잘 못 박으면 다시 다 뜯어야 하고 바늘이 함께 하는 과정이라 늘 긴장을 놓칠 수 없다. 또한 아직 초보라서 더 높은 집중력이 필요하기에 그 시간만큼은 다른 생각을 해 줄 겨를이 없다. 그래서인지 3시간이 지나고 공방에서 나오면 마음이 홀가분하다. 걱정 없는 세상에서 머물렀던 효과인지 왠지 모르게 가벼운 마음이 함께한다. 물론 나와서 20초 뒤면 다시 잡념은 몽글몽글 떠오르기 바쁘다.


부디 잡념의 굴레에서 벗어나게 해주는 좋은 취미인 공방에 꾸준히 다닐 수 있기를 스스로에게 간절히 부탁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