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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5. 2021

유럽살이 9년에 얻은 의사소통 팁들 (6)

우리나라에서 흔히 말하는 도시와 시골의 차이. 이태리에도 있습니다(물론 영국도 있고). 다만, 도시규모의 발달이 우리 서울처럼 천만도시와는 한참 거리가 있습니다. 이태리에서 가장 발달된 도시는 밀라노인데 인구 1백4십만 정도랍니다. 서울에 비하면 작은 도시이지만 이태리에선 매우 큰 규모에 해당합니다. 한국인의 관광지에서 빠지지 않는 피렌체 인구가 38만명인 것과 비교해 보면 밀라노가 큰 도시임을 알 수 있습니다. 이말은 곧 도시집중화라는 현상이 이태리에선 그리 심각하지 않다는 말과 같습니다. 


도시 집중화가 그리 크지 않다는 사실은 여러모로 다른 현상을 만들고 있습니다. 거창하게 지방분권화를 말할 필요도 없이 지방의 작은 도시들이 자신만의 특징을 가지고 특색있는 존재감을 발휘하는 곳이 많다는 점을 먼저 들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구의 대도시?로의 쏠림현상이 상대적으로 작습니다. 


기업들도 밀라노에만 몰려 있지 않습니다. 큰 규모의 기업들의 본사가 지방도시인 경우는 매우 흔합니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자기가 태어난 곳에서 유년기, 아동기, 청소년기를 보냅니다. 지역마다 대학을 자기 지역에 두기 위해 애를 써왔는데 그 이유는 이렇게 청소년기까지 자기 지역에서 성장한 아이들이 대학도 그 지역에서 다니도록 하는 것이 일종의 자부심이었기 때문입니다. 코치넬레의 본사가 소재한 파르마(Parma)도 2번의 시도 후 세번째 만에 대학을 지역내에 설립한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게 한 곳 고향에서 성장하고 교육받고 결혼하고 자녀를 낳고 키우며 일평생을 가족과 친지 곁에서 머무르는 삶이 세계적으로 대도시 중심으로 돌아가는 많은 나라들과 좀 다른 점이라 볼수 있습니다. 


변화의 가능성이 우리와 비교해 보면 극단적으로 낮은 사회라 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삶을 보면 얼마나 변화가 많은가요? 이제 직장도 평생직장은 오래전 추억일 뿐이고 사는 곳, 만나는 사람, 다니는 직장, 하는 일의 종류, 심지어 이제는 나라를 다양하게 오가며 살며 일하는 경우가 빈번해 졌습니다. 사회적으로도 하루가 다르게 새로운 변화를 우리는 경험하며 살아왔습니다. 그렇기에 새로운 것,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상황에 대한 적응도가 상당히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반면에 변화가 작은 사회에선 그 반대의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그 둘 사이의 만남에선 생각의 간극이 클 수 밖에 없습니다. 


여러분이 제가 설명한 이런 문화권의 사람과 만나서 일을 한다면 당연하게 품을 생각, 의구심을 말씀드리고 있습니다. 


새로운 프로젝트가 발생하면 우리는 스스로 길을 찾기 위해 이리 저리 알아보고 연구하고 경험하면서 스스로 길을 찾는 그런 사람들 입니다.  반면, 이태리인들은 새로운 일이 떠오르면 전문가부터 찾습니다. 그 분야에 경험이 있는 컨설턴트를 찾아서 그를 통해 진행하려는 접근이 너무나 일반적 입니다. 사안에 따라서 우리도 그렇지만 경중을 따져서 일의 크기를 생각해서 그럴만큼의 가치가 있을 때 그렇게 합니다. 하지만, 이태리에선 거의 모든 경우에 그런 접근을 선호합니다. 


왜그럴까요? 경험해보지 못한 새로움이 누구에게나 두려운 것이지만 상대적으로 우리에 비해 이태리인에겐 새로움, 변화는 더욱 두려운 상황인 것입니다. 그렇기에 스스로 직접 부딪히는 것보다 가본 사람을 더 의지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새로움과 변화에 대한 두려움이 있기에 당연히 더 조심스럽게 움직입니다. 그렇기에 더 하나 하나 확인하며 가려 합니다. 이런 이유로 우리에 비해 속도가 현저히 느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저는 이태리에서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많은 사람을 개입시키지 않았습니다. 서로의 눈치를 보느라 생각의 전개와 실행의 속도가 너무 느려지기 때문입니다. 보다 변화에 열려있는 적임자를 찾아 극소수와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것이 성공 가능성이 더 높음을 안 것이죠. 


이 또한 옳고 그름의 영역이 아닙니다. 그들의 특성을 알고 그에 맞게 더 적합한 방향으로 소통하며 일을 전개해 나가면 그만인 선택의 영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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