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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17. 2021

평범한 수준의 영어구사자가 유럽에서 9년간 일하기

유창함 보다 더 중요한게 있을지도

평범하게 영어를 하는 사람이 유럽에서 외국인들을 데리고 9년간이나 일할 수 있었던 이유?

무엇보다 제 영어실력이 수준급이라고 오해들을 하시더군요

사실, 전 원서 한권을 읽으려면 각잡고 각오하고 날밤을 새도 쬐금 진도나가는 사람이고, 한 페이지 읽으려고 해도 사전을 몇번이고 뒤적거리는 수준의 사람이죠

외국유학 경험 -- 없습니다
외국어학연수경험 -- 없습니다
외국인과 사귀어본 경험 -- 없습니다
외국에서 살아본 경험 -- 없습니다 (지난 9년간 이전에는)
학원등에서 영어를 6개월이상 배워본 경험 -- 없습니다
타임지나 뉴스위크지 동아리 -- 없습니다
원서를 다독한 경험 -- 없습니다

암튼 여러분이 생각하실만한 영어학습에 필요한 조건,,, 거의 다 없습니다.  저희 부모님 영어 못하셨고요, 저희 형제들중 영어로 먹고 사는 사람 없고요. 그런 영향을 받을 조건도 없었습니다

그럼 어떻게 외국계기업에서 15년을 일하고 유럽에서 9년을 일할 수 있었을까?  더 궁금해지시죠??  ㅎ  500원 안받고 알려드리죠

1. 일단 기회를 얻는 수준까지 죽어라 쫓아갑니다.
예를들어, 처음 이랜드 입사했다가 7년 후 외국기업으로 이직했는데  그 이직을 위해 회사 안에 영어반 만들어 학습하고 혼자 학습하는 기간을 2년간 가졌죠. 매일 매일 영어를 공부한 것 같아요. 겨우겨우 턱걸이로 이직했습니다.

2. 기회를 잡으면 본격적으로 수준을 올립니다
첫번째 외국인회사에서 제가 한것은 두가지 입니다
주중에 온갖 서류들과 영어 잘하는 상사에게 받은 이메일과 서류들을 복사해두고 토요일에 혼자 출근해서 전부 외웠습니다. 제 목표는 하나였어요. 이 직장을 나갈때는 들어올때의 연봉x2를 만들겠다
토요일 안놀고 안쉬고 매주 상사가 준 풍부한 자료, 표현, 이메일, 등등을 다 외웠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주에 그 외운 표현들을 그대로 사용해 봅니다
문장들, 표현들을 외우고 익혀가니 말도 더 나아지더군요
듣기는 훨씬 더 오래 걸리긴 했지만요

3. 수준을 올리면서 또 다음 상위 포지션을 찾아 나서는 하이애나가 됩니다
첫직장을 나온 순간 부터 전 무조건 경제논리로 살기로 했습니다. 제 연봉과 포지션을 올리는 데에만 집중했습니다. 평균 2년에 한번씩 이직을 한 것 같습니다. 잦은 이직을 보면 채용하는 분들 입장에서 걱정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게의치 않았죠. 직장은 많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재미난건 그렇게 떠나왔는데 두개의 회사에서 제게 더 높은 포지션으로 복귀해달라는 스카웃제의를 보내온 것이죠. 한번 떠난 사람을 왜 다시 부르겠습니까? 그들의 필요를 알고 잘해줄 것이란 확신이 있으니 부르는 것이죠.

4. 마무리는 정말 철저히 합니다.
그러는 것에는 이유가 있습니다. 절대로 다시 안볼 사람처럼 대충 마무리하고 빨리 나오는데만 집중하지 않았습니다. 야근수당이 없던 시절에도 인수인계를 해주기 위해 한달 내내 야근을 도맡아 한 경우도 있었고 인수인계 파일을 만드는데 책 두권을 만들어 주고 온 경우도 있습니다.  너무나 디테일하게 만들어 주고와서 한참 지난 후에도 제가 준 파일이 업무메뉴얼로 활용된 경우가 있을 정도입니다
제게 기회를 많이 준 상사께서 제가 사직서를 내자 뒤통수 맞았다며 냉담하게 저를 대하다가 인수인계 마지막날 저를 인터콘호텔 스카이라운지로 데려가 비싼 음식을 사주시며 용서치 않으려다가 자네가 인수인계하는 모습을 보며 마음을 바꿨다고 하더군요. 어려운 일 있으면 연락하라시며, 나중에 다시 오고 싶으면 얘기하라고.

전 영어를 그다지 잘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영어를 사용할 기회를 직장에서 만들려고 노력했고 그 기회를 잡으면 최대한 활용해서 학습했습니다. 그리고 저에게 더 배울 기회를 주고 싶을만큼 열심히 해서 마음을 샀습니다. 그때는 몰랐죠. 제가 만난 분들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새로운 어느 누군가가 기회를 주는 연결고리가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알지 못했습니다. 그냥 열심히 했고 단기적인 이익을 따져서 열심의 정도를 낮추지 않았습니다.

영어는, 또 영어를 사용하는 구조적인 기회는 나 혼자 하는 것이 아닙니다. 주변과 같이 하는 것이더군요. 혼자 잘하면 잘하는 것으로 끝나지만 주변과 마음으로 태도로 같이 하면 더 넓은 기회로 돌아오더군요.

이게 제가 지난 9년간 유럽에서 외국인을 거느리고 일을 할 수 있었던 비결입니다.

참, 제가 본 책중에 슈퍼업무력 ( 김재성 작가님)
3편과 4편 태도와 관계에 대해 잘 설명해 주고 있어서 참고하시면 큰 도움이 되리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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