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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22. 2021

유럽에서 진행한 콜라보를 통한 배움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피드백


왜 콜라보가 필요한가?

저는 2016년부터 2020년까지 약 5년간 영국의 더플코트 원조브랜드인 Gloverall의 CEO로 재직했습니다.

제가 있었던 5년간 글로버올이 진행한 콜라보레이션이 15개 정도 됐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중 큰 관심을 끌었던 것을 소개하자면

Sacai x Gloverall
Descente x Gloverall
Vivienne Westwood x Gloverall
Alpha Industry x Gloverall
White Mountaineering x Gloverall
Nicomede x Gloverall

등이 있었습니다. 그 중 단연 많은 관심을 끈 콜라보는 사카이와 했던 콜라보였죠. 참, 라코스테와 했던 콜라보 제품도 솔드아웃을 기록했었군요

이렇게 많은 콜라보를 하고 보니 나름의 원칙과 장단점이 습득이 되더군요. 그 점에 대해 간단히 써보려 합니다

당연히 지루해진 브랜드의 이미지나 뭔가 새로운 거리를 찾을 때 콜라보를 떠올립니다. 일종의 관심과 입소문을 노리는 것이죠. 저도 그랬습니다. 하지만, 꼭 그것만이 이유는 아니었습니다.
저의 경우를 소개하자면,,

1) CEO로 가면서 기존의 해드디자이너를 내보내고 그 아래있던 주니어 디자이너를 통해 일을 했는데, 그녀를 육성하는 목적이 가장 컸습니다.  감각이 있고 열정이 살아있던 이십대의 재능이었지만 아직 어리고 경험이 충분치 않았죠.  다른 큰 브랜드들과 콜라보를 진행하며 그들의 디자인철학, 패턴, 소재에 대한 생각, 프로세스 등을 직접 경험해 보기를 원하는 마음이 컸습니다.  실전에서 배우는게 제일 좋으니까요

2) 조직원 모두가 재해석된 우리의 아이코닉 제품을 통해 시장의 흐름을 느껴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습니다. 70년 가까이 한 제품에 의존하는 정도가 극단적으로 높았기에 마켓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모르더군요. 우리에 대한 외부시각으로의 재해석이 필요했습니다

3) 당연히 바이럴 마케팅을 기대했습니다. 더불어 우리는 유통망이 충분히 파워풀하지 않았습니다. 큰 파트너들을 통해 그들의 유통망을 이용함으로써 저희 제품이 전세계 주요 도시와 거리에서 노출될 수 있다는 점을 노렸죠

4) 새로운 서플라이 체인의 발굴이 가능해 집니다.  너무 오랜세월 일해온 거래처들이라 평가&교체 등이 필요했고 그 점에서도 도움을 많이 받았습니다. 더불어, 상대 브랜드들이 활용하고 있는 디자인스튜디오 등도 실무에서 접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5) 저희가 그동안 도전해 보질 못했던 제품영역이나 가격대로 진입을 테스트해 볼 수 있는 기회로 활용이 가능합니다. 저희로서는 큰 투자없이 새로운 시장개척을 시도해볼 매우 좋은 기회였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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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라보는 단순히 입소문을 노리는 마케팅 측면으로만 생각하기 쉬운데 그렇지 않습니다. 그것을 통해 소개드린 것처럼 부차적인듯 보이지만 사실은 매우 중요한 효과를 얻을 수 있었죠.

콜라보를 생각하고 계시다면 그것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점들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해 보시고 그 점을 취할 수 있다면, 바이럴 효과가 적더라도 충분히 유익을 얻는 콜라보가 가능할 것입니다.



어떤 파트너와 할 것인가?

영국으로 갔던 2016년 이미 진행 중이던 콜라보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게 참 어이가 없더군요. 자그마치 10만파운드(1억5천만원)의 댓가를 지불하는 콜라보 였어요. 브랜드 인지도와 매출을 단기간 내에 올리려는 욕심으로 일본에서 나름 유명한 브랜드와 진행중인 콜라보였죠. 즉시 중단시키고 드롭을 시켰습니다.  제가 보기엔 시작부터 동기부터 잘못된 것으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콜라보의 원칙을 세워서 직원들과 공유했습니다. 그 원칙의 내용 중 중요한 부분이 누구와 할 것인가 였습니다.

1) 확실한 강점을 가진 브랜드와 한다.
두루뭉실하거나 두루 넓게 강점을 가진 브랜드 보다는 확실한 강점을 가진 브랜드와 합니다. 그 강점이 어떤 경우엔 특정 제품일 수도 있고 특정 시장일 수도 있습니다.

2) 마케팅력이 강하거나 유통망이 강력한 브랜드와 한다
최소한 둘중 하나는 있어야 합니다. 제가 있었던 브랜드가 특히 약한 기업이었기에 이 부분은 정말 중요했습니다. 아이디어가 기발하면 무엇을 할 것이며 제품이 훌륭하면 무얼 하겠습니까? 알리고 노출시키고 판매해야 의미가 있지요

3) 승승과 시너지를 추구하는 파트너와 해야 합니다
자신도 그런 시각으로 돌아봐야 합니다. 나만 좋자고 하는게 콜라보가 아닙니다. 몇가지 면에서 정말 매력적인 파트너라 생각이 들면, 그 파트너에게는 어떤 면이 좋은 것인지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그도 나도 얻는게 분명해야 할 수 있습니다.

4) 말이 통하는 분들과 해야 합니다
제안 단계부터 한두번 만나서 의사소통을 하다가 보면 말이 통하지 않는 분들이 제법 많습니다. 그런 분들과는 일을 하면 안됩니다. 욕심에 눈이 멀거나 단기적인 야망에 눈이 멀어 그런 분들과 일을 하면 아마 속이 꽤나 썩을 겁니다

5) 큰돈을 요구하는 브랜드, 파트너는 아닙니다
욕심내지 마세요. 콜라보는 일회성이 아닙니다. 천천히 가세요

파트너 선정과 협업은 중요한 파트죠.
한번 하고 끝나는 관계일수도 있지만 아닌 경우도 많습니다.
같이 동행하는 협력자를 구한다고 생각하고 파트너를 찾으시길 바랍니다.  든든한 후원자이자 우군이 생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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