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의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오너들의 착각
한가지 질문으로 시작해 보자. 당신은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요구하는가. 어떤 의도로 그런 요구를 해왔는가. 마음속으로 잠시 답을 해보자.
작은 기업을 운영하고 있는 후배와 나눈 대화였다. 그는 직원들이 주인의식을 가지고 좀 더 책임감 있게 일해주면 좋겠다고 했다. 나는 물었다. 직원들에게 주식을 주었냐고. 그런 적이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즉, 직원들은 공식적으로 기업의 주인이 아니었다. 주인의식이란 실제의 주인이 갖는 주인으로서의 의식을 일컫는다. 직원들이 그가 기대하듯 주인의식을 갖지 않는 이유는 주인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 주인이 아닌 자에게 주인의식을 기대하는 게 옳은가.
필자는 리더가 빠지기 쉬운 함정 세 번째를 말하면서 주인의식이라는 화두를 꺼냈다. 그 이유는 너무나 흔하게 사용되는 주인의식이라는 단어가 리더가 직원들에 대해 갖는 인식에서 중요한 부분을 나타내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보통 어떤 때에 주인의식을 요구하는가. 대부분 책임감을 더 가져달라는 의미이자 더 좋은 결과를 내주기를 바랄 때 사용한다. 하지만, 직원의 입장에서 주인의식은 그저 자신을 더 쪼는 단어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기에 좋은 의미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전달되지도, 받아들여지지도 않는다.
그렇다면 직원은 주인인가. 그렇다. 기업의 소유권을 가진 주인은 아니지만 자신의 커리어에 대해서는 절대적인 주인이다. 그리고 직원의 커리어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기업의 발전이다. 대부분의 경우 개인의 능력에 따른 커리어 상승이 기업의 성장에 따라 그에 속한 직원이 누리는 커리어의 상승을 능가하기란 현실적으로 어렵다. 즉, 개인의 매력적인 커리어는 속한 기업의 성장과 맥을 같이 한다. 그렇기에 커리어의 주인인 직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회사의 성장이며 발전이다.
“직원들에게 주인의식을 줄 수 있는 방법이 있나요?” “‘내 직장이니 스스로 해야지’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없어요.” SNS에서 화제가 된 백종원 대표의 강연 캡처. / 출처=백종원의 장사이야기
이 이야기의 결론이, 기업의 성장이 직원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기에 직원은 기업을 위해 최대한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것에서 그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직원이 주인이라면 아래와 같은 일도 벌어진다.
기업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경영진의 의사결정에 대해 직원들이 이유를 물을 수 있다. 팀의 성과를 깍아 먹는 팀원에 대해 다른 팀원들이 교체를 요구할 수 있다. 기업에서 사용하는 비용 중 성과에 기여하는 부분이 없는 것은 직원들이 중단을 요구할 수 있다. 기업의 주요 정보에 대해 정기적으로 직원들에게 공유해줄 것을 요구할 수 있다. 실패한 프로젝트에 대해 원인을 파악해서 알려달라고 직원들이 요청할 수 있다. 이처럼 직원이 주인이라면 리더의 역할을 감당하는 것이 절대 만만할 수가 없다. 역설적이게도 그렇기에 리더는 직원을 주인으로 인식해야 한다.
주인인 직원은 무능하거나 게으른 리더들을 견제할 정도의 높은 수준으로 성장해 가는 것이 정상이다. 리더가 직원을 주인으로 인식한다는 의미는 커리어의 주인인 직원이 자신의 발전을 위해 기업의 성장에 실질적으로 기여함과 동시에 보다 적극적으로 기업의 활동과 상태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다는 의미이다.
턴어라운드 현장에서 보여지는 대표적인 현상은 무능한 리더의 완고함과 수동적인 직원들의 복지부동으로 대변된다. 직원들은 월급 받고 정해진 일만을 하는 수동적인 존재로 인식하고, 리더의 역할이 동일한 비용으로 최대한 더 많은 일을 시켜 기업에 경제적인 이익을 가져오는 것이라는 사고방식으로는 그 상황을 벗어날 수 없다. 모세혈관에 해당하는 직원 각자가 스스로 움직이는 진짜 주인이 되도록 만드는 것만이 위기탈출의 동력이 된다.
리더가 직원을 주인으로 바라보는 인식을 갖지 못하는 것, 그것이 또 하나의 함정이다.
어패럴뉴스 - 세번째 함정- 직원의 ‘주인의식’을 요구하는 오너들의 착각 (apparel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