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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Apr 29. 2021

책이 맺어주는 관계

며칠 전 밤에 갑자기 욕실 천장에서 물이 한방울씩 떨어졌다. 

다음날 관리사무실 직원을 불러 보여주고 즉시, 원인을 찾기 위해 사람을 불렀다

욕실 천장을 들추고 보니 윗집의 하수도관 연결부위의 플라스틱 조인트가 낡아서 샜다

관리실의 주도하에 윗집에 사는 분이 내려오고 수리공이 오고 

같이 상황을 보고서 즉시 작업을 시작하기로 했다.

윗집도 당연히 당황스런 일이었으리라

한 30분 정도 확인과 논의를 마치고 올라가는 분을 붙들고 얼른 보관하고 있던

내 책인 <돌파하는 기업들>을 가져와 드리며 말했다

"갑작스런 상황으로 아래 위에 사는 저희들이 만난 것이니 

이것도 우연같은 인연일 수 있잔아요. 제가 쓴 책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하하"

젊은 이웃께서는 그 말과 책을 보더니 이전까지 심각하던 표정이 눈녹듯 사라지며

"하하하~ 감사합니다. 전혀 뜻밖이라 당황스럽지만 감사하게 받겠습니다"

하면서 웃는 얼굴로 돌아갔다. 


사무실을 구하며 이리 저리 알아보다가 적당한 곳을 발견하여 계약했다

이사 들어가는 날 관리소장님께 책선물을 드렸다. 간단한 메시지와 서명을 해서

이 분도 마찬가지로 당황하면서도 너무 기쁜 표정으로 받았다

그 후 자잘한 수리 건이 있어서 연락을 드리면 밑에 직원들 시키지 않고 본인이

직접 내려와 세세히 살피며 고쳐주시곤 한다. 

"작가님, 약력을 보니 참 대단하십니다. 책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이런 말씀을 해주시기도 하고


외출을 할 때면 혹시 몰라서 한 두권 쯤 책을 가방에 가지고 간다

우연처럼 누군가를 만나서 차라도 한잔 하는 기회가 생기면 책을 선물하고는 하는데

그렇게 해서 페이스북 친구로 이어지기도 하고 

새로운 지인으로 발전하기도 한다. 


책선물을 싫어하는 분들은 거의 없다. 

더구나 내가 쓴 책을 드리면 모든 경우에 감사하면서 환한 표정으로 받으신다

그래서 난 책 선물을 자주 한다

그 어떤 선물보다 책선물은 매력적이며 더구나 저자가 직접 드리는 책선물은 특별하다

어찌보면 어이없는 이유일 수도 있지만 두번째 책을 내기로 하면서 

독립출판으로 하는 것을 고려한 이유 중 하나는 내 마음껏 내 책을 선물하고 싶은 마음도 작용했다

내가 내돈 드려서 만들어 내 마음껏 주고싶은 곳과 필요한 분들께 드린다면 좋겠다는 마음

그 마음에 가장 적합한 방식은 독립출판이었고 

난 단순히 그 방안을 따라가기로 했다. 


누군가 내 사무실에 놀러 오는 분들이 계신다면 난 의례히 일어나 책장에서 내 책을 꺼내

메시지와 싸인을 담아서 그분께 감사의 마음으로 드릴 것이다

내 책이 그분의 마음 속 서재에 곱게 꽂혀지길 기대하는 마음으로 드리는 그 순간이

내게는 잔잔한 기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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