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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1. 2021

(브랜드 관찰) 잘란도(Zalando)

유럽의 온라인 패션 플랫폼 강자 잘란도(Zalando)

잘란도라는 온라인 쇼핑몰에 대해서 들어 보셨나요? 

우리나라에 무신사가 있다면 독일에는 잘란도가 있죠. 독일을 대표하는 온라인 패션 플랫폼이 바로 잘란도입니다. 


H1 2020 거래액성장율 25.1%, 매출성장율 19.6%

H1 2020 영업이익 113.3 백만유로 (이익율 3.2%) 

잘란도의 2020년상반기 매출액은 4조8천억원, 연간매출로는 11조원 정도를 하는 기업이죠


무신사가 2003년 설립되어 2020년 드디어 매출 1조를 돌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는 기사를 봤습니다. 이에 반해 잘란도는 무신사보다 5년 뒤인 2008년에 설립되어 12년만에 11조의 매출을 하는 기업으로 성장한 것이죠. 시장 사이즈가 크다는 것이 이렇게 무서운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무신사하면 우리나라 최고의 패션 온라인 플랫폼이고 해외진출을 추진하고 있는 대단한 기업 아닌가요. 하지만, 우리나라 기업들 대다수는 한국이라는 지역장벽을 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죠. 반면, 유럽의 유수의 기업들은 태생부터 유럽 대륙 전체를 시장으로 바라보고 사업을 론칭합니다. 그렇기에 스케일업의 수준이 다른 것이죠. 


제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전 밀라노 중심상권 거리에서도 잘란도 광고보드가 걸린 모습들을 보았습니다. 이태리에서도 그들의 공격적 마케팅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던 것이죠. 2020년 코로나로 신음한 패션계에 잘란도는 약 30%에 이르는 성장을 만들어 냈고 11조규모의 기업에게 있어서 이런 성장율은 정말 대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이 성장률은 유럽 내의 경쟁 플랫폼들을 압도하는 탁월한 성과입니다. 


46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자라의 모기업 인디텍스의 매출이 38조이고 74년의 기업역사를 가진 H&M의 매출이 30조인 점을 생각해 보면 잘란도가 12년만에 11조로 성장한 것은 너무나 대단한 폭발 성장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홈엔터테인먼트의 대표주자인 넷플릭스가 1997년에 설립되어 24년만에 이룬 매출이 24조입니다. 잘란도의 성과는 비단 패션업에서만 뛰어난 것이 아니라 타 첨단산업과 비교해도 충분히 매력적인 발군의 성과로 볼수 있습니다. 


저도 잘란도의 고객입니다. 이태리에 살 때는 주로 패션제품에 대해서는 잘란도를 많이 이용했습니다.  이런 매력적인 기업인 잘란도의 비전이 무엇인지 아시나요?  


다름 아니라 "패션의 넷플릭스"입니다. 재밌습니다. 그들은 속한 업계만 다르지 넷플릭스를 따라가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그들의 관심은 이익율이 아닙니다. Scale-Up 규모의 확장이 그들의 관심사 입니다. 


잘란도의 공동 창립자인 겐츠(Robert Gentz)와 슈나이더(David Schneider)는 대학 동창(WHU-Otto Beisheim School of Management)으로서 졸업 후 멕시코로 동행했습니다. 그들은 페이스북의 경쟁기업을 만들기로 하고 남미를 타깃으로 페이스북과 유사한 서비스를 론칭했습니다. 멕시코, 아르헨티나, 칠레 대학 내의 소셜네트워크라는 자신들이 보기엔 근사한 아이디어였지만 결과는 처참한 실패. 결국 무일푼이 된 후 다시 독일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지만 비행기표를 살 돈이 없었던 상황. 이때 베를린을 연고지로 한 스타트업 인큐베이터인 로켓인터넷 CEO 올리버 샘워(Oliver Samwer)라는 사람의 도움을 받아 항공료에 해당하는 만큼 일을 해주기로 하고 베를린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후 그들의 은인인 로켓인터넷의 지원을 받아 두 번째 도전을 하게 됩니다.  2008년 두 명의 의욕이 넘치는 젊은 창업자들에 의해 잘란도가 시작됩니다.


이 두 명의 창업자의 첫 사업은 페이스북의 사례를 따르는 것이었고 두 번째 사업인 잘란도는 넷플릭스나 스포티파이를 따라 하는 것이었습니다.  이들이 참 명석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부분이 이 부분입니다. 사업을 구상할 때 매우 구체적인 롤모델이 있었습니다. 먼저 간 롤모델을 타깃으로 주요 아이디어를 가져다 사용하는 방식을 쓴 것이죠. 넷플릭스의 어떤 아이디어를 가져다 썼을까요? 제 책인 <돌파하는 기업들> 넷플릭스 편에서 설명하고 있듯이 넷플의 장기 방향은 결국 전 세계시장을 상대로 한 스케일업(scale-up)입니다.(아마존이 이 길을 먼저 갔고 넷플릭스가 아마존을 따라갑니다) 잘란도도 이 부분을 따랐습니다. 독일에서 시작했지만 유럽 전역으로 퍼졌고 여전히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확대해 가고 있습니다. 장기 방향을 분명히 가지고 움직이는 기업이 보여주는 힘이 잘란도에서도 보입니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고 허다하게 듣게 되는 사업 관련 조언 중 하나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경영권을 지켜야 한다는 것입니다. 사업이 조금만 안정적인 단계로 들어가면 경영권을 지키는 것을 보다 적극적인 성장을 위한 도전보다 더 중요시하는 모습들을 자주 봤습니다. 경영권을 빼앗기는 것,,, 두려운 일이고 조심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잘란도의 젊은 창업자 두 명은 다른 길을 갑니다. 잘란도의 지분 구성도를 한번 보시면 창업자 두 명이 가지고 있는 지분율은 3.57%입니다. 현재 대주주는 스웨덴의 투자전문기업인 Kinnevik AB라는 기업(21.11%)이 가지고 있습니다.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남미에서 사업실패 후 고국으로 돌아올 티켓을 살 형편도 안됐던 젊은이들이 자금이 있을 리 없었겠죠. 하지만, 성장에 대한 야망은 누구보다 컸습니다. 그렇다면 사업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킬 수 있는 방안은 적극적으로 외부자금을 수용하는 것 말고 무엇이 있을까요? 


결과적으로 그들은 수천억에 해당하는 자산가로 성장했습니다. 그들이 만일 몇백억의 매출을 올리는 기업의 과반 이상의 지분율을 고집했다면 지금의 자산을 갖지는 못했을 것입니다. 


그들이 잘란도에 걸었던 성장의 그림이 숫자로 보인 역사를 한번 보세요.  초기 성장률은 240%, 125%, 56% ,,, 이렇습니다. 가히 폭발 성장이라 부르기에 부족하지 않습니다. 장기 방향 (패션의 넷플릭스)을 정해두고 단기적인 자신의 이해관계 상 느껴질 두려움까지도 감수하며 철저히 목표에만 집중한 흔적이 느껴집니다. 이런 면에서 제가 잘란도가 예사롭지 않은 기업이라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아마존도 너무나 직원들을 혹사하고 업계 질서를 지나치게 흔드는 잔인한 기업문화로 구설에 많이 올랐듯 잘란도 또한 여러 가지 구설을 달고 다닙니다. 분명 그들이 탁월한 기업문화를 가지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 점은 우리가 기억해야 하겠지만, 아마존, 넷플릭스, 잘란도,, 이런 기업들에서 보이는 공통적인 모습은 장기 목표에 무섭도록 몰입해온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혹시, 사용해 보실 기회가 있으시다면 잘란도를 이용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잘란도 전체 매출에서 모바일을 통한 매출이 80%를 훨씬 상회한다고 하니 모바일로 이용하시는 것이 더 나은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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