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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호 Sungho Kim Feb 05. 2021

죽을 병 아니니 네가 내

늙어가면 잠이 없어진다는 말은 정말 맞는 말인듯 하네. 새벽 두 시가 되어가니 자야지,,, 하면서 글 하나 남긴다


내 책에서 턴어라운드 일을 하는 사람들은 몸이 성치않은 경우가 많다고 적어두었지.  그 말은 사실이고 의외로 아주 가까운 곳에서도 종종 나타나거든.  이태리에서도 그랬어. 


내 밑에서 일했던 회계책임자 너무 일을 열심히 했지. 가끔,,, 솔직히 조금은 더 자주 밉상스런 말과 행동은 했지만 기울어진 기업 입장에서는 그나마 쓸만한 직원이었기에 나도 애지 중지 했거든. 근데 그 직원을 내보낼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고 눈물을 흘리며 그 직원은 회사를 나갔지. 나도 울었어. 서운한 것도 있었지만,,, 그보다 남아서 고생을 할 생각을 하니 너무 서럽더라구. 


아무튼 그나마 의지가 되던 그 직원이 나가고 나서 다행히 좋은 직원을 찾아서 우려하던 것과는 다르게 이전보다 내 몸과 마음이 편해졌지 뭐야. 이런 걸 얻어걸린 행운이라고 해야겠지. 


그런데 반년이상 지난 후 내 손으로 내보낸 그 직원에게서 전화가 왔어. 


"피터, 잘 있었어요?"


오우 반가워요. 난 잘있죠. 아무개씨도 잘지내나요?


"전 어려운 일이 있었어요"


그래요? 무슨 일이 있었어요?


"제 머리에 암이 발견되어서 수술을 받았어요. 초기라서 다행히 희망적이기기는 하대요"


이 말을 듣는 순간 뭔가 가슴에서 쿵~하고 내려앉는 기분이었지. 


내가 못할 짓을 했나. 나 때문에 맘고생해서 그랬나... 이런 생각이 잠시 스쳤거든


"오랜만에 보실래요? 저 새로운 곳에 취직했어요"


그래요. 어디 계신지 알려주면 제가 갈께요


그렇게 우리는 약속을 정하고 끊었어. 그녀는 이태리 국경에 위치한 루가노라는 스위스 도시에 있는 기업에 취직을 했어. 많은 이태리 사람들이 매일 국경을 넘어 스위스로 출퇴근을 하기에 전혀 이상한 것은 아니었어.  덕분에 그녀를 만나 식사를 나누기 위해 며칠 뒤 루가노로 갔지. 


약간 핼슥해진 그녀와 반갑게 이태리식 인사를 나누고 (볼을 부비는 그거) 서로 반갑게 이야기를 나누었어. 스위스의 도시이지만 하도 이태리 사람이 많아서인지 메뉴도 이태리어, 음식도 이태리 음식이더군.  오랜만에 둘이 마주 앉아 즐겁게 식사를 했지. 다행히 안색도 좋고 컨디션도 나빠보이지 않더군. 식사 후 커피를 마시면서 그녀가 비로서 용건을 말하더군


"사실은, 내가 옮긴 새 직장이 한국비즈니스를 고려 중이예요. 그래서 당신에게 도움을 요청하려고 보자고 했어요"


아~ 그래요. 당연히 내가 도울 수 있는 것은 도와야죠


몇가지 질문에 답을 해주고, 한국내 지인에게 연결해 주기로 약속을 했지.  그녀는 기뻐했지.  한국인 상사를 만나 개고생을 했지만,,, 이렇게 뜻하지 않게 짭짤한 도움을 받을 줄 누가 알수 있었겠냐고.


나도 덩달아 기뻤고,,, 약간 들었던 죄책감을 조금이라도 덜게 된 것 같았거든. 그래서 더 열심히 도움을 주었지. 


내 주머니엔 법인카드가 있었고 음식값이라고 해봐야 5만원 정도였어.  근데,,, 문득 보자고 한 것도 이 친구고, 돈되는 정보를 요구한 것도 이 친구고,, 난 차를 몰고 제법 먼 거리를 와준 것이고 거기에 만족할만한 정보까지 줬잔아.  그래서 그랬지


당신이 오라 했으니 당신이 내슈~


그리곤 속으로 생각했지. '부탁 안했으면 내가 냈을거야~'


이 글을 보는 사람들 중에 쪼잔하게 밥한끼 가지고 뭘그래? 하는 분들이 있겠지?  회사 기울어서 직원 봉급 밀리고 내 월급도 간당간당 해봐요.  그 오만원이 얼마나 아쉬운지~


그리곤 생각한다니까. '안 아파 보였어, 많이 좋아졌네. 그럼 지킬건 지켜야지~' '아팠으면 내가 냈다니까~'


이 생각하면서 차 몰고 국경넘어 이태리로 올 때,,, 답답했다구.


결론은 월급이 참~~~  중요해요. 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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