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취향이 비즈니스가 되는 곳
도쿄에는 고백컨데, 가 본 적이 없습니다. 비슷한 어감의 교토는 제법 많이 간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 방문한 교토가 그렇게나 좋았기에 애써 도쿄를 굳이 가려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더 자주 교토에 방문하고 싶어서 그랬나 봅니다. 도쿄라고 하면 신주쿠역의 번화한 모습과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는 모습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그 사진을 보면서 나와 도쿄는 맞지 않아라고 지레짐작했나 봅니다. 도쿄 X라이프스타일이라는 책을 보면서 도쿄에 가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심지어 일본어를 배워서 조금은 더 자유롭게 다녀보고 싶다 라는 생각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프롤로그 중 '감각 자본'이라는 말을 듣게 됩니다. 감각을 자본으로 바꿀 아이디어로 가득한 도시가 도쿄라고 합니다. 경제 자본, 문화자본, 사회자본, 매력자본 그리고 그다음이 감각 자본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미묘한 차별화가 비즈니스의 관건이 될 수 있다는 생각. 프롤로그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인간이 도시에 산다는 것을 마침내 이해한 도시인 도쿄가 궁금해졌습니다.
라이프라는 말 그대로 입고, 먹고, 머무는 것입니다. 이것들에 대한 선택 행위에 각자 삶의 태도와 가치관이 반영된다고 합니다. 과거에는 무엇인가를 구입하려고 하면 매장을 찾아가는 것이 당연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언제든지 인터넷을 통해 새벽이라도 전달받을 수 있습니다. 이제는 매력과 의미가 있어야만 눈길을 끌 수가 있다는, 어쩌면 더 어려운 단계로 진입했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주도권은 소비자에게 넘어왔다고 말합니다.
이 책에는 다양한 사례들이 존재합니다. 하지만 전체를 다 소개할 수도 그럴 마음도 없어 개인적으로 관심 있었던 몇몇 사례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우선은 커피입니다. 바리스타가 사라지고 소믈리에가 다가왔다고 '커피 마메야'의 사례를 통해서 이야기합니다. 원두에 집중한 커피 마메야는 사라진 바리스타에 대한 이야기부터 시작됩니다. 커피를 마시며 머무는 공간이 아닌 이 곳에는 세 가지에 집중합니다. 궁극의 원두를 찾아내고, 완벽한 로스팅을 한 다음 고객이 완벽한 커피를 내릴 수 있도록 안내하는 것입니다. 컨설팅의 단계는 커피 처방이라고 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개개인에게 맞도록 잘 상담해 주고 진단해 준다는 것입니다. 이 곳의 대표는 좋은 원두를 가지고 스스로 내려서 마시는 소위 제3의 물결로, 고품질의 커피가 마치 와인처럼 장인정신이 깃든 음료로 인식되는 것이라고 이야기합니다. 커피도 테루아로 농장과 기후와 빈티지를 이야기하는 시대가 왔습니다.
그다음으로 제가 인상 깊었던 부분은 '무지 호텔'입니다. 무인 양품에서 주거에 대해서 비즈니스가 확장되어 진행 중입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더하기와 덜어내기라는 부분에 인상이 깊었습니다. 덜어내기는 제가 좋아하는 말인 Negative Art라는 말과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합니다. 부정적인 것들을 걷어내는 노력을 하면 보통의 것, 좋은 것들만 남는다는 말과 같습니다. 덜어냄의 미학이라고 생각합니다. 무지 호텔에서 볼 수 있는 덜어내기는 카드 키를 꽂는 슬롯이 없다는 것입니다. 처음 호텔에 가게 된 경험을 생각하면, 왜 전등이 안 들어올까 라는 경험을 해본 적이 있을 겁니다. 이미 체크인을 하고 방문에 카드 인식을 한 뒤의 재 인식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더하기는 무지 제품들의 더하기라고 볼 수도 있지만 제가 주목한 부분은 세면대를 화장실에서 빼어낸 것입니다. 여럿이 이용하는 호텔방에 세면대는 다양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누군가 점유한다면 호율적인 것은 아니기에 기능상의 목적을 더하기 위해 별도의 공간으로 만든 것입니다. 인간에 대한 관찰, 서문에서의 '미묘한 차이'가 잘 드러난 부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인상 깊었던 부분은 영화관을 품은 아파트 '필름 와코'입니다. 싱글 주거형 소셜 아파트먼트라는 개념을 제안합니다. 사적 영역을 강조하면서도 멋지게 조성된 공용 공간을 통해 커뮤니티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지향한다고 합니다. 영화관, 피트니스 스튜디오 그리고 워킹 라운지 등을 갖추고 있습니다. 관리비를 포함하면 약 80만 원이 넘는 비용이 소요된다고 합니다. 이들은 주거 공간의 통념인 편안함과 안락함에서 더욱 확대된 개념을 제안한다는 점입니다.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이 모여서 활동하는 것을 넘어서 함께 먹고, 자고 쉬고 모든 시간을 함께 할 수 있는 주거 모델을 기획한 것입니다. 각자의 개성을 온전히 누리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한다는 점. 어쩌면 가장 큰 영감을 주는 것은 먹고, 자고, 쉬는 이 단순한 행위들의 반복이 있는 주거 공간인지 모릅니다.
한 권의 책으로 갑작스럽게 달라질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습자지처럼 꾸준하게 관심을 가지고 읽어나간다면 조금은 다른 나의 모습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고 있습니다. 작고한 샤넬의 칼 라거펠트는 '자기 자신에게 가장 어울리는 삶을 살라. 그것이야말로 궁극적인 럭셔리다.라고 이야기합니다. 자기 자신에게 집중하는 삶의 가치를 가진다면 그것은 궁극적으로 원하는 삶이라는 이야기로 해석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렇지 않은 듯 보이는 매일의 삶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애써 의식해 보라고 저자는 이야기합니다. 라이프 스타일은 우리가 현재 어떤 현재를 살고 있는가의 이야기라고 합니다.
어떤 라이프 스타일을 살고 계신가요?